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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진의 SR컬처] 스페이스 오페라 '듀니버스'의 새로운 시작…영화 '듄' 파트1 리뷰

기사승인 2021.10.18  01: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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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장대한 원작의 대서사를 예술적 영상으로 완성해낸 마스터피스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행성 간 여행이 가능해진 먼 미래, 우주 길드가 생겨나면서 새로운 사회질서가 만들어진다. 정치적으로는 전제군주인 황제와 대가문, 경제적으로는 우주 개발 회사인 '초암'사가 세상을 지배한다. 그리고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제3세력인 '베네 게세리트'는 인류 미래를 이끌 신화적 계획을 꾸민다.

미래 세계의 권력 질서가 개편된 것은 '버틀레리안 지하드'라는 인간의 정신을 본뜬 컴퓨터나 로봇을 파괴하는 반기계 운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성전의 영향으로 인간 컴퓨터인 멘타트가 양성된다.

컴퓨터가 사라진 세상에서 '스파이스 멜란지(이하 스파이스)'는 성간 여행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 됐다. 스파이스는 우주 길드 항해사들에게 안전한 항로를 알아내는 예지능력을 준다. 이외에도 노화를 막고 수명을 수백 년 단위로 연장하는 효능 때문에 권력층이 선호한다.

'스파이스를 지배하는 자가 우주를 지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스파이스는 전 우주에서 가장 값비싼 자원으로 거래된다. 그리고 이 스파이스는 '듄(모래언덕)'으로 알려진 캐노퍼스 항성계의 모래 행성 '아라키스'에서만 생산된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80년간 행성 아라키스를 공포로 지배해온 하코넨 가문은 스파이스 독점 생산권 덕분에 황제보다 부유해진다. 길드력 10191년(서기 26391년), 코리노 가문의 황제 샤담 4세는 하코넨 가문에게 갑자기 아라키스를 떠나라고 명령한다.

이에 하코넨 가문의 수장 블라디미르 하코넨 남작(스텔란 스카스가드)은 이상하리만치 황제의 명에 순순히 따른다. 그를 대신해 분노하는 사람은 조카 글로수 비스트 라반(데이브 바티스타)이었다.

황제는 하코넨 가문에게서 아라키스를 거둬들여 그들의 오랜 숙적인 아트레이데스 가문에게 영지로 하사한다.

자비, 원칙 그리고 용기를 중시하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수장 레토 공작(오스카 아이삭)은 황제가 보낸 사절단 앞에서 무뚝뚝한 참모 거니 할렉(조슈 브롤린)에게 좀 웃으면서 분위기를 맞추라고 말한다. 그러나 레토 공작 본인 또한 경직된 표정으로 사자를 맞이한다. 값비싼 스파이스의 행성 아라키스를 지배하라는 황제의 명이 떨어지지만, 그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는다.

▲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인류 미래를 이끌 메시아 '퀴사츠 해더락'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 상황에서 레토 공작은 하코넨 가문을 경계한다. 그리고 아라키스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원주민인 '프레멘'과 동맹을 맺어 자기 세력으로 끌어들일 계획을 세운다. 이 임무는 충직한 부하 던컨 아이다호(제이슨 모모아)에게 맡겨진다.

이런 상황에서 레토 공작의 혈기 왕성한 아들 폴(티모시 샬라메)은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로렌스 중위처럼 아라키스로 먼저 떠난 스승 던컨을 따라가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황소와 싸우다 죽은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레토 공작은 폴에게 그곳에 도사리고 있을지 모를 정치적 위험을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하지만 폴에게는 또다른 죽음의 위협이 찾아온다.

▲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황제의 사절단과 함께 온 베네 게세리트 자매단의 모히암 대모(샬롯 램플링)는 곰 자바 독침으로 폴을 위협하며 그의 잠재력을 시험한다. 실패하면 죽게 되는 이 시험은 놀랍게도 레토 공작의 애첩이자 폴의 어머니인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의 협조 아래 이루어진다.

비밀스러운 여성 집단 베네 게세리트는 장대한 계획을 세우고 무려 90세대에 걸쳐 교배한 혈통 안에서 탄생할 초인 '퀴사츠 해더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히암 대모는 폴에게서 그 가능성을 본다. 하지만 시공을 초월한 완전체이며 인류를 이끌게 될 구세주 퀴사츠 해더락은 원래 계획대로라면 여성이어야만 했다.

태아의 성별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베네 게세리트인 제시카가 원칙을 어기고 가문의 후계자를 원하는 레토 공작을 위해 아들을 낳았던 것이다. 이번 작품 속에는 나오지 않는 내용이지만 이 때문에 베네 게세리트의 계획은 좌초되고 먼 훗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선물이 아닌 선물…'아라키스'

물이 풍부한 파라다이스 같은 영지 '칼라단'을 떠나 물이 생명 그 자체인 척박한 모래 행성 아라키스에 도착한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식민지 원주민인 프레멘의 환영을 받는다. 특히 그들은 레이디 제시카와 폴의 모습을 보고 열광한다. 베네 게세리트가 예전에 보호 선교단을 보내 프레멘을 구원할 메시아 전설 신앙을 아라키스에 미리 심어 뒀기 때문이다.

아라키스가 푸른 행성이 되길 바라는 프레멘의 지도자 스틸가(하비에르 바르뎀)는 하코넨 가문이 떠난 자리를 맡게 된 레토 공작과 동맹을 맺기로 한다.

한편 아라키스에서 철수한 하코넨 가문은 아트레이데스 가문에 암살 위협만을 남긴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남기고 간 스파이스 수확 제조 장비들은 거의 고물에 가까웠다. 이런 하코넨의 사보타주로 인해 정해진 스파이스 생산량을 채우지 못할 것은 자명했다. 황제가 레토 공작에게 준 영지 아라키스는 떼돈을 벌 수 있는 선물로 내려진 것이 아니었다.

공정한 권력 이양을 감독하는 변화의 판관 리예트 카인즈 박사(샤론 던컨-브루스터)를 부르지만 그녀는 레토 공작에게 가족을 잘 돌보라는 충고만을 남긴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함정에 빠진 것이었다.

▲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스파이스 수확 현장을 보러 갔던 폴은 모래벌레(샤이 훌루드)가 있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예지능력을 각성한다.

이 부분에서 소설을 영상화한 스파이스 수확과 모레벌레의 습격 시퀀스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 특유의 코즈믹 호러를 IMAX 화면 안에 스펙터클한 광경으로 담는다. 새, 곤충, 헬리콥터를 참조해 만든 비행체 오니솝터는 중요한 운송장비로 등장하며 지금껏 영상화됐던 디자인 중에 가장 독특하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영화 후반부까지 활약한다.

예지력을 가지게 된 폴은 꿈속에서 봤던 파란 '이바드의 눈'을 가진 프레멘 소녀 챠니 카인즈(젠데이아)에 대한 환영이 더욱 생생해진다. 이와 함께 수많은 미래에 대해 너무나도 명확한 비전을 보게 된다.  폴은 앞으로 펼쳐질 자신과 가족 그리고 후손이 겪게 될 수천 년간의 가혹한 운명을 엿본 것이다.

한편 한밤중에 찾아온 예상하지 못한 배신과 함께 시작된 죽음의 음모는 아트레이데스 일족의 멸문을 노린다. 이 모든 것은 귀족 연합 사이에서 점점 큰 영향력을 얻어가던 아트레이데스 가문에 대한 시기심과 두려움 그리고 악의가 맞물려 벌어진 일이었다.

▲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듀니버스(Duniverse)를 영상화한 마스터피스

2,000만부 이상이 팔린 프랭크 허버트의 1965년 소설 '듄'은 '스타워즈'를 비롯해 '배틀스타 갤럭티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 많은 작품과 서브컬처에 큰 영향을 끼쳤다.

'듄' 시리즈는 듀니버스(Duniverse)라고 불리며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완벽한 실사화는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졌던 이 소설은 1974년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에 의해 최초로 영상화를 기획됐지만 무산됐다. 이후 1984년 데이비드 린치 감독에 의해 영화화됐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기대에 못 미치는 완성도를 보여주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이번 실사 영화 '듄'은 지금까지 나온 모든 영상화 작품들을 뛰어넘는다. 이 작품에서는 '왕좌의 게임' 원조다운 치열한 가문 간 권력 쟁탈 서사와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한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영상미를 모두 즐기고 느낄 수 있다.

▲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오프닝에서부터 세피아 색으로 채워진 미장센은 화면 전체를 아름답고 예술적인 반짝임으로 채우면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미지의 행성에 다다른 것처럼 느끼게 한다. 어둡고 무거운 톤으로 그려내는 영상은 스텔란 스카스가드가 연기한 공중을 떠다니는 기괴한 하코넨 남작의 모습과 결합하면서 심연의 두려움을 담은 공포 스릴러로 탈바꿈한다. '지옥의 묵시록'을 본 관객이라면 커츠 대령을 그대로 떠올릴 수밖에 없다.

초인 같은 존재와 그러한 지도자의 신격화에 대한 경계를 담고 있는 소설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 폴이 미래를 보고는 두려움과 분노에 차 내뱉는 "베네 게세리트가 날 괴물로 만들었다"라는 대사를 통해 이를 그대로 전달한다. 

▲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한편 이 영화의 부제가 파트1인만큼 샤담 4세 황제를 비롯해 페이드 로타, 엘리아, 이룰란 공주 등 아직 등장하지 않은 캐릭터들이 파트2에서는 어떤 배우들로 캐스팅되어 뒷이야기를 이끌어나가게 될지 기대감을 높인다. 또한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레이디 제시카 등 인물 간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인 '듄' 1권은 신장판 기준 900페이지가 넘어간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원작을 읽지 않는 관객도 이 영화에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원작의 정수를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이었고 소설의 복잡함을 최대한 단순하게 표현하고자 했다"며 "소설을 읽지 않은 관객들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소외감을 느끼는 일이 없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많은 부분이 생략되거나 변경됐지만, 핵심 내용은 모두 담고 있다. 소설을 읽은 관객이라면 더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장면이나 원작을 놀랍도록 멋지게 시각화한 아라키스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10대 시절 원작을 읽은 드니 빌뇌브 감독은 아랍과 히브리 그리고 서구의 정치, 종교, 사회 문화를 결합한 이 작품 속에서 여성 전사의 서사를 레이디 제시카라는 인물을 통해 성공적으로 구현한다. 그녀는 어머니이자 보디가드로 베네 게세리트 능력을 이용해 주변의 위험을 제압하고 예측해 레토 공작에게 맹세한 대로 아들 폴을 지켜낸다. 소설에서는 챠니의 아버지였던 리예트 카인즈 박사를 이 영화에서는 어머니로 등장시킨 것도 드니 빌뇌브 감독이 의도한 여성 역할 강조 요소 중 하나다.

한스 짐머가 맡은 음악에서도 여성 집단인 베네 게세리트 세력이 극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반영해 여성의 목소리를 악기로 사용했다. 이렇게 완성된 음악은 웅장하고 거대한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은 자신과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면서도 거스를 수 없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폴이 식민 통치로 억압받는 프레멘의 구세주 폴 무앗딥으로 성장해 나가는 장대한 원작의 서사를 예술적 영상과 음악으로 구현해낸 마스터피스다. 파트2 역시 SF 블록버스터로써 높은 완성도를 가진 작품으로 제작되길 기대한다.

◆ 제목: 듄(원제: DUNE)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 타임: 155분

◆ 개봉일: 10월 20일

◆ 감독: 드니 빌뇌브/출연: 티모시 샬라메, 레베카 퍼거슨, 오스카 아이삭, 제이슨 모모아, 스텔란 스카스가드, 조슈 브롤린, 하비에르 바르뎀, 젠데이아/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심우진 기자 site21@daum.net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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