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없는 소통 중시 조직문화 조성…기업 미래 먹거리 '주임무'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한화솔루션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한화솔루션

[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MZ세대가 경영권을 잡으며 기업이 젊게 변화하고 있다. 수직에서 수평적, 한 발 더 나아가 계급없는 소통 중시 조직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MZ세대는 1980년생부터 2004년생까지를 일컫는 밀레니얼(M) 세대와 1995년부터 2004년 출생자를 뜻하는 Z세대를 합쳐 일컫는 말이다. 

이들의 사회진출이 본격화된 이래 국내 기업의 키워드는 미래 먹거리 창출, 즉 '신사업 확보'가 됐다. 사장부터 신입사원까지 기업 구성체를 이루며 혁신적 조직문화로 미래 먹거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MZ세대의 아이디어를 소통으로 이끌어내면 그만큼 기업 경쟁력은 더욱 강화된다는 판단에서다. 

재계에서도 이를 파악하고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이들에게 경영권을 맡기고 있다. 그만큼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로 무장한 MZ세대 경영인들의 행보가 매서운 요즘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오너가 3·4세들이 지분매수를 통해 그룹 지배력을 높이거나 경영 일선에 나서며 존재감 드러내고 있다. 특히 MZ세대 오너들은 신사업 주도를 넘어 성과까지 인정받으며 남다른 행보를 보인다.

MZ세대 중 가장 먼저 재계 오너 스타트를 끊은 한화그룹 오너가 3세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대표적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인 그는 1983년생으로 지난해 한화솔루션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 사장은 수소를 활용해 친환경에너지 사업에 동력을 불어 넣었다. 지난해부터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전기분해로 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것) 사업부터 수소탱크, 수소충전소 공급까지 타진했다.

올해 초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임팩트가 인수합병(M&A)을 통해 확보한 수소혼소발전기술 역시 김 사장 주축으로 이뤄졌다. 

이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한화그룹은 이미 김 사장을 미래 후계자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최대주주로 있는 한화에너지를 활용해 그룹 주식을 사들여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조금씩 강화해 나가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이달 들어 한화 주식 160만2,274주(2.14%)를 장내 매수했다. 544억원을 들여 매입한 덕분에 지주사 한화 지분을 7.33%까지 끌어올렸다.       

한화에너지는 한화 오너가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디딤돌로 꼽히는 계열사다. 현재 한화에너지 지분은 삼형제가 나눠 가졌다. 김 대표 지분 50%를 포함해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막내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각각 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 ⓒ현대중공업그룹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 ⓒ현대중공업그룹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도 이달 12일 사장으로 승진했다. 1982년생으로 오너가 3세인 정 사장은 그간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으로 일하며 계열사별 사업전략과 수소사업 등 미래 성장기반 마련에 집중해 왔다. 수소와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 성장동력인 3대 신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정 사장이 직접 관여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용 수소연료전지 패키지 개발을 주도하는 '그룹 미래 핵심 사업'으로 성장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출범한 지 5년만인 지난해 매출 1조90억원을 기록했다. 

또 지난달 현대중공업은 상장에 성공하며 신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 확보도 마친 상태다. 정 사장은 이번 상장으로 1조800억원을 조달해 친환경 신사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두산인프라코어와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을 마무리하면 재계 9위에서 7위까지 뛰어오를 전망이다.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가운데) . ⓒ코오롱글로벌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가운데) . ⓒ코오롱글로벌

코오롱그룹에서는 오너가 4세인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1984년생으로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의 장남인 그는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차장으로 입사해 지난해 부사장이 됐다. 지난달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 코오롱그룹의 얼굴로 참석하며 후계자로서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 오너가 4세인 동국제강 장선익 상무는 1982년생, 허주홍 GS칼텍스 상무, 허치홍 GS리테일 상무는 각각 1983년생이다. 

이랜드그룹 역시 지난 7월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30대로 임명했다. 그룹 유통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이랜드리테일에 안영훈 대표이사를,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는 이랜드이츠에 황성윤 대표이사를 각각 선임했다. 안 대표는 1981년생으로 유통업계 최연소 CEO이며, 황 대표도 1982년생으로 업계 최연소 CEO다. 다만, 이들은 비오너가다. 

철저한 능력 중심으로, 각 사업영역과 그룹의 핵심과제를 통해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대표로 내정됐다. 안 대표는 중국에서 포인포와 이키즈 브랜드의 성장을 주도하고, 중국 여성복 브랜드로 '이랜드'의 연 매출을 4,000억원 수준까지 성장시켰다.

황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가정간편식(HMR)과 배달 서비스, 애슐리퀸즈 업그레이드 등의 혁신 과제를 진두지휘한 공을 인정받아 대표로 발탁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1980년대생들이 기업 경영전면에 나서는 것과 관련 "세상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경제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 시대에 가장 부합할 줄 알고 어울릴 수 있는 집단은 MZ세대"라며 "오너 역시 시대 흐름을 잘 읽고, (MZ세대들을) 이해하고 수용할 줄 아는 경영인, 즉 MZ세대가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감안한 듯 MZ세대 경영인들이 주 임무는 미래 먹거리를 책임진다. 수소부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등 분야도 다양한데, 그 중 특히 젊은 오너들이 추구하는 미래 사업은 '수소'다. 

지난달 공식 출범한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서 김동관 사장, 정기선 사장, 이규호 부사장 등이 각 그룹사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것도 맥락이 닿아 있다.

특히 정 사장은 각 계열사에서 파견된 30대 직원 20~30명으로 위원회를 꾸려 수소 관련 아이디어를 발굴해 '한국 수소경제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DT도 MZ세대 경영인들의 관심사다. 허주홍 상무는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생산DX(Digital Transformation)부문장을 맡았다. 인사와 동시에 신설된 생산DX부문은 정유제품 생산공정 전체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담당한다.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은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를 맡아 한화생명을 포함한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다.

앞으로 MZ세대 경영인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 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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