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트. ⓒ왓차, 그린나래미디어
▲아네트. ⓒ왓차, 그린나래미디어

- 레오 카락스 감독이 관객에게 들려주는 나쁜 아빠 이야기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27일 개봉하는 영화 '아네트'는 '소년 소녀를 만나다'(1984), '나쁜피'(1986), '퐁네프의 연인들'(1991), '폴라 X'(1999) 그리고 '홀리 모터스'(2012) 이후 내놓은 레오 카락스 감독의 여섯 번째 장편 작품이다.

앞서 레오 카락스 감독은 '퐁네프의 연인들'을 뮤지컬 영화로 만들고 싶었으나 직접 노래를 작곡할 수 없어 지금까지 뜻을 이루지 못해왔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10대 시절부터 빠져 지냈던 미국 밴드 '스팍스'의 음악을 사용해 이 작품을 뮤지컬로 만들어냈다. 아울러 이 영화는 레오 카락스 감독이 처음으로 프랑스어가 아닌 영어로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아네트. ⓒ왓차, 그린나래미디어
▲아네트. ⓒ왓차, 그린나래미디어

'아네트'는 레오 카락스 감독이 자신의 뮤지컬 영화를 보러 온 관객에게 직접 정중하고 위트 있게 정숙을 부탁하며 막을 연다. 이 영화는 빛으로 전환된 소리의 시각화와 함께 본격적으로 몸을 풀기 시작한다. 배우와 감독은 레코딩 스튜디오 건물 안에서 거리 밖으로 쏟아져 나와 객석을 향해 한 가지 사실을 알린다. 바로 이 영화는 오직 관객을 위해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영화 속 캐릭터, 배경, 사건 등 모든 것은 관객을 위해 만들어 스크린이라는 무대 위에 펼쳐 놓는다.

이 뮤지컬에서 배우는 관객이 원한다면 미련 없이 죽어야 한다. 또한 재가 되었든 물고기 밥이 되었든 상관없이 관객이 원한다면 언제든 부활해야 한다. 배우는 자신이 아닌 오직 객석에 앉은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존재하기에 기꺼이 그렇게 한다.

▲아네트. ⓒ왓차, 그린나래미디어
▲아네트. ⓒ왓차, 그린나래미디어

처음부터 관객과 제4의 벽을 아주 확실하게 허물며 시작하는 이 쇼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아담 드라이버)와 오페라 가수 안(마리옹 꼬띠아르)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연인 관계이며 둘 다 관객을 위해 무대 위에 서는 직업을 가졌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헨리와 안이 추구하는 연기 방향은 서로 다른 탈 것과 성격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다. 헨리는 어떻게 해서라도 관객을 웃겨야 한다. 그는 자신의 공연에 마치 복서처럼 임한다. 헨리는 관객을 휘발성 강한 웃음으로 때려눕히고 폭소로 죽여야 한다.

반면 안은 무대 위에서 자기 죽음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그녀의 아름답고 우아한 죽음에 관객은 감동하고 열광한다. 세상은 둘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긴다.

▲아네트. ⓒ왓차, 그린나래미디어
▲아네트. ⓒ왓차, 그린나래미디어

그러함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고 서로를 아낀다. 음악과 함께 관객을 위해 불꽃처럼 타오른다. 그리고 안은 딸 아네트를 낳는다. 이 지점에서 레오 카락스 감독은 실제 갓난아기가 관객을 위해 뮤지컬 연기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파격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장치로 정면 돌파한다.

애니매트로닉스 인형이 연기하는 아네트의 첫 등장은 이질적이다. 하지만 곧 극의 중심에 서면서 자연스러워진다.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좋은 아빠가 되고 싶지만, 자기 파괴적인 나쁜 아빠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레오 카락스 감독의 뮤지컬 인형극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영화 속 모든 배우는 인형과 다름없다. 

▲아네트. ⓒ왓차, 그린나래미디어
▲아네트. ⓒ왓차, 그린나래미디어

헨리와 안은 영원한 사랑의 길을 찾은 듯하지만, 곧 서로 길을 잃고 방황한다. 아네트는 그 방황의 끝에서 일어난 사건의 목격자가 된 슬픈 운명에 놓인다. 이 슬픔은 아네트의 아름답고 목소리로 울려 퍼진다. 그리고 베이비 아네트의 노래에 전 세계 사람들은 매료된다.

아네트의 슬픔이 깊어질수록 딸을 영원히 자신의 안락한 삶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려는 아빠 헨리의 탐욕은 점점 커져만 간다. 아네트가 벌어들인 돈으로 술과 여자에 빠져 사는 헨리. 이제 아네트가 의지할 사람은 엄마 안에 이어 자신과 항상 함께하는 공연 반주자(사이먼 헬버그)뿐이었다.

▲아네트. ⓒ왓차, 그린나래미디어
▲아네트. ⓒ왓차, 그린나래미디어

이 파국으로 치닫는 격정적인 로맨스 드라마는 서스펜스 스릴러 그리고 판타지 영화의 경계선을 무너뜨리는 독특함이 매력이다. 이는 헨리와 아네트의 마지막 만남에서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관객을 벽이 없는 뮤지컬 무대 안으로 초대했던 감독은 엔드 크레딧 조차 커튼콜로 만들어 즐기도록 한다. 불친절했던 천재 감독이 상냥해지니 조금은 당황스럽다.    

모든 배우와 스탭이 관객을 배웅할 때 레오 카락스 감독과 딸 나스탸도 극의 시작과 마지막을 함께 한다. 레오 카락스 감독의 전작 '홀리 모터스'를 생각한다면 이 작품은 그가 만든 영화 중에서는 꽤나 대중 친화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 제목: 아네트(원제: Annette)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 타임: 141분

◆ 개봉일: 10월 27일

◆ 감독:레오 카락스/출연: 아담 드라이버, 마리옹 꼬띠아르, 사이먼 헬버그/수입·배급: 왓차, 그린나래미디어

▲아네트. ⓒ왓차, 그린나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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