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디오시네마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디오시네마

- 최소의 언어로 이루어지는 사랑과 인간관계 회복 이야기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시네마천국 부문 공식 초청작인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한국과 일본의 두 가족이 만나 여행을 떠나는 로드 무비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2017)의 이시이 유아가 연출한 이 영화는 감독과 일본 배우를 제외한 현장 스태프 모두가 한국 제작진으로 이루어진 한국 올 로케이션 작품이기도 하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기 없는 소설가 츠요시(이케마츠 소스케)는 아들 마나부와 함께 형 토오루(오다기리 죠)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 도착한다. 아내와 사별한 그는 형이 한국에서 큰돈을 벌 수 있으니 함께 하자는 말만 굳게 믿고 일본에서 모든 것을 정리해 한국으로 건너온 것.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디오시네마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디오시네마

츠요시는 아들에게 세상에서는 서로를 이해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그는 한국어를 몰라 택시 기사 말을 알아듣지 못해 화만 낸다 생각한다. 형의 한국인 동업자에게 제대로 뜻을 전달하지 못해 문전박대당하며 사기꾼 소리까지 듣는다.

하지만 타국에서 겨우 재회한 형 토오루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츠요시는 크게 실망한다. 토오루는 애가 타는 동생 츠요시를 앞에 두고 능청맞게 한국산 화장품 밀수업과 미역 사업 이야기를 꺼낸다. 어딘가 미덥지 못한 이 사업 아이템에 희망을 걸고 일본에서 온 가족은 창고 같은 사무실에서 숙식하며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디오시네마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디오시네마

작은 행사 무대에 선 무명 가수 솔(최희서). 상가 안내 방송에조차 밀리는 존재감 없는 그녀는 한때 잘나가는 아이돌이었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단 한 사람, 츠요시 만이 무대 위의 그녀에게 눈길을 보낸다.

솔은 천식이 있는 까칠한 성격의 동생 봄(김예은)과 돈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고 믿는 오빠 정우(김민재)와 함께 산다. 봄은 언니 솔을 싫어한다. 언니가 자기를 위해 희생하는 척, 착한 척한다고 생각하는 봄은 공무원 시험에 붙으면 바로 집에서 벗어날 생각뿐이다.
 
자본주의에서는 착취하는 쪽에 서야 성공한다고 말하는 봄. 하지만 언니 솔은 '여자 6'으로 착취당하는 쪽에 서서 봄과 오빠를 먹여 살리고 있다. 그런 솔이 믿을 수 없는 불가사의한 존재를 만난다. 그리고 부모님 성묘를 위해 가족과 함께 강원도 묵호 이모네 집을 찾아가기로 한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디오시네마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디오시네마

한편, 토오루는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해 망연자실한다. 모든 것을 잃은 뒤 한국 사람을 믿지 않겠다며 울부짖던 그는 미역 사업으로 다시 재기하면 된다면서 츠요시와 조카 마나부를 이끌고 강릉으로 향한다. 그리고 솔이네 가족을 우연히 만나 여정을 함께 한다.

한국인 남매 가족과 일본인 형제 가족의 동행을 다룬 로드 무비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관계의 회복과 소통 그리고 사랑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를 담은 작품이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디오시네마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디오시네마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두 가족은 ‘사랑해요’와 ‘맥주 주세요’만 있으면 한국에서 살 수 있다는 토오루의 ‘들이댐’을 계기로 인연을 맺는다. 츠요시는 ‘슬퍼 보이는 눈동자’를 가진 솔과의 재회를 내심 기뻐한다. 하지만 솔의 오빠 정우는 두 사람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절대로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그 경계선은 2박 3일을 함께 하는 사이 어느새 눈 녹듯 사라진다.

삶에 지쳐 울고 싶은 일들이 가득한 두 가족은 어색함 속에서 낡은 트럭을 함께 탄다. 덜컹거리며 시골길을 달리던 그들은 최소의 언어로 웃고 미소 지으며 서로 상처를 보듬고 위로한다. 그리고 마치 한 가족처럼 성묘하고 해변에 모여 매직아워를 함께 한다.

두 가족은 말이 통하지 않고 국적이 달라도 인간이라는 공통된 연결점을 찾아낸다. 그리고 같은 ‘식구’가 되어 밥을 함께 먹는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디오시네마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디오시네마

한국 배우와 스태프가 참여하지만 일본 영화 특유의 정서가 담겨 있는 이 영화에서 이시이 유야 감독은 ‘마치다군의 세계’(2019)에서처럼 갑자기 현실에서 판타지로 전환되는 연출을 보여준다. 솔이 대면하는 믿지 못할 ‘기적’의 생경한 모습은 스노볼 속 상상의 모습보다는 현실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이시이 유야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천사가 의미하는 바는 '사랑의 가능성'인데, 그것은 딱히 고귀하고 숭고한 것에 한정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천사에 대한 미적 이미지에 대한 고정관념과 가치관을 타파하기도 하는 이 영화의 일본 개봉 제목은 ‘아시아의 천사’다. 

◆ 제목: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원제: アジアの天使)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 타임: 128분
◆ 개봉일: 10월 28일
◆ 감독: 이시이 유야/출연: 이케마츠 소스케, 최희서, 오다기리 죠, 김민재, 김예은/배급: 디오시네마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디오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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