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스튜디오산타클로스
▲강릉. ⓒ스튜디오산타클로스

- 아름다운 강릉의 풍광 위에 펼쳐지는 서정적인 누아르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영화 ‘비트’(1997), ‘친구’(2001)의 뒤를 잇는 유오성 누아르 3부작 ‘강릉’은 동해를 배경으로 거친 액션과 낭만을 담은 범죄 액션 누아르이면서 동시에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등장인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혹은 더 많은 것을 손에 쥐기 위해 조용한 바닷가 도시를 지옥으로 변화시켜간다.

이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유오성과 장혁은 드라마 ‘장사의 신-객주’(2015) 이후 6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다.

▲강릉. ⓒ스튜디오산타클로스
▲강릉.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7년, 강릉은 활기가 넘친다.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개발이 늦었던 강릉은 평창 올림픽 영향으로 대자본이 유입되면서 호텔과 리조트가 들어선다. 전에 없던 커다란 이권이 생겨나자 강릉 토착 폭력조직 간에는 갈등이 깊어져 간다.

오 회장(김세준)이 이끄는 강릉 최대 조직 이인자 길석(유오성)은 가슴 속에 낭만을 간직한 남자다. 깡패가 아닌 건달로 살고 싶은 그는 나름의 룰을 지키려 한다. 그래서 조직 내 삼인자인 충섭(이현균)의 부하들이 마약에 손대자 그와의 대립도 마다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다툼에는 항상 맏형 같은 무상(김준배)이 끼어들어 중재하기 바쁘다.

▲강릉. ⓒ스튜디오산타클로스
▲강릉. ⓒ스튜디오산타클로스

길석은 경찰이 마약 단속에 나서려는 걸 자기가 미리 막았다며 화내는 충섭을 설득하려 한다. 조직의 보스인 오 회장도 그 사이에서 형제같이 지내는 길석, 충섭, 무상에게 서로 잘 지내 줄 것을 당부한다. 하지만 그런 오 회장은 어째서인지 내부 교통정리도 없이 길석에게 충섭의 리조트 사업을 맡기려 해 분란의 씨앗을 만든다.

한편 다른 조직에서 더러운 일을 도맡아온 민석(장혁)은 리조트 사업 지분에 대한 야심을 드러낸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인간성도 기꺼이 포기했던 그는 길석과 달리 룰이 없었다. 지킬 것은 오직 자기 목숨뿐.

▲강릉. ⓒ스튜디오산타클로스
▲강릉.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이미 주인 있는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민석. 그는 살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들을 거리낌 없이 도구로 사용한다.

그런 민석의 냉혹한 범죄 앞에 길석의 친구인 형사 방현(박성근)은 속수무책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법으로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할 공권력이지만 사람을 잔인하게 짓밟고 선 민석의 악의를 당해낼 방법이 없다.

길석은 결국 싫든 좋든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도전해오는 민석을 따라 똑같이 손에 칼자루를 쥔다. 두 짐승은 리조트라는 먹이를 두고 더는 물러설 곳이 없을 때까지 서로를 밀어붙이기 시작한다.

▲강릉. ⓒ스튜디오산타클로스
▲강릉.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윤영빈 감독의 범죄 액션 누아르 ‘강릉’은 한마디로 클래식하다. 그래서 검은 양복과 각목이라는 이미지로 대표되는 조폭 영화의 클리셰가 가득하다.

잔혹한 칼부림 속에서 절친인 조폭과 형사는 우정 두고 고민한다. 의리를 사정없이 난도질하는 배신은 어김없이 등장하고 이 피로 물든 이야기의 뒤에는 아름다운 강릉의 풍광이 배경으로 깔린다. 만신창이가 되어 비틀거리다 주저앉는 우울한 서사 위에 기어코 하얀 눈발을 흩뿌린다.

▲강릉. ⓒ스튜디오산타클로스
▲강릉. ⓒ스튜디오산타클로스

네온 빛으로 물든 강릉의 밤거리에 무겁고도 어두운 음악이 나지막하게 깔려 서정적이기까지 하다. 촬영과 조명의 색감이 어우러진 미장센, 음악의 만듦새는 좋은 편이다.

이 영화에서 민석의 연인처럼 등장하는 은선(이채영)의 활용은 독특하다. 이 조직폭력배들의 피비린내 나는 이야기 사이에는 치명적인 팜 파탈 역할은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인다. 길석의 오른팔인 낭만 주먹파 형근(오대환)과 민석의 부하 정모(신승환)은 인상적인 조연 연기를 펼친다.

▲강릉. ⓒ스튜디오산타클로스
▲강릉. ⓒ스튜디오산타클로스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요 지점에서 “함부로 이해한다고 하지 마세요”, “생각해보니까 잘한 게 너무 없다”, “억울하나? 너는 억울하면 안 돼” 같은 힘이 잔뜩 들어간 대사를 읊조린다. 이 영화와 대사가 ‘신세계’(2013)나 ‘내부자들‘(2015)에서처럼 관객의 뇌리에 남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지난 1일 언론시사회 무대인사에서 윤영빈 감독은 연출 계기에 대해 “(평창)올림픽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윤 감독은 “강릉은 해방 이후 한 번도 개발 혜택을 받은 적이 없는 도시다. 올림픽으로 호텔, KTX가 생기면서 개발되는 모습을 강릉 출신으로서 보고 있을 때 기대와 걱정이 됐다. 또 한편으로는 강릉이 그대로 남아있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도 있었다. 여러 가지 감정으로 대본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 제목: 강릉
◆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 러닝 타임: 109분
◆ 개봉일: 11월 10일
◆ 감독: 윤영빈/출연: 유오성, 장혁, 박성근, 오대환, 이현균, 신승환/제공: 제이앤씨미디어그룹/제작: 아센디오/배급: 스튜디오산타클로스

▲강릉. ⓒ스튜디오산타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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