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버그. ⓒ예지림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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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 세버그 그 자체가 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 돋보여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영화 '세버그'는 60년대 아이콘 영화배우인 진 세버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진 세버그는 오토 프레민저 감독의 '성 잔 다르크'(1957)로 데뷔한 이후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네 멋대로 해라'(1960)로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흑인 인권 운동에 참여하다가 FBI의 감시를 받게 되고 미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살다가 1979년 의문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세버그. ⓒ예지림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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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60년대 미국, 잭 솔로몬(잭 오코넬)은 아내가 쓰레기통에 버린 잭 커비의 1941년 판 '캡틴 아메리카' 코믹북을 집어 든다. 단순한 만화책이 아니라며 진지한 표정을 짓는 그는 신입 FBI 요원이다. 유능한 도청 전문가인 그는 어떤 소리도 놓치지 않는 소리의 마법사로 통한다.

미국 내에서 흑인 차별에 대한 흑표당의 시위가 격렬해지던 가운데 FBI는 이들을 '반동분자'로 정의한다. 그중 흑인 급진 단체를 통합하려는 하킴 압둘라 자말(안소니 마키)이라는 인물을 개인 사찰 타깃으로 정 조준한다.

▲세버그. ⓒ예지림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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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 진 세버그(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비행기 안에서 FBI가 주목하는 흑인 인권 운동가 하킴과 첫 대면 한다. 14세부터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NAACP)에 가입해 흑인 인권 운동을 지지해왔던 진은 하킴을 만난 이후부터는 공개적으로 흑인 인권 운동 단체를 지지하며 금전적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결국 진도 FBI에 의해 반동분자로 분류되고 24시간 도청과 함께 사찰 대상자가 된다. 진과 하킴이 불륜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약점을 알게 된 FBI는 이 백인 유부녀 배우와 흑인 유부남의 스캔들을 언론에 흘린다. FBI의 공작에 의해 사생활이 전부 폭로된 진의 삶과 가정은 밑바닥부터 송두리째 망가져 간다.

▲세버그. ⓒ예지림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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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상부의 명령으로 진에 대한 24시간 감시자로 투입됐던 잭은 그녀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기 시작한다. 잭은 마치 아끼는 만화책 속 정의의 히어로를 자신에게 투영하려는 듯이 FBI 몰래 진을 도우려 한다.

이 영화는 풍요로운 60년대 미국 백인 가정의 모습과 신경쇠약에 빠진 여배우의 내면을 극단적으로 비교 배치한다. 연출을 맡은 베네딕트 앤드류 감독은 "시대적인 클리셰를 피하면서 진 세버그가 마주한 상황을 아름답고 불안하게 묘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진 세버그 역의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이 영화를 극사실적으로 이끄는 섬세한 심리 연기를 선보인다. 자신만만한 사회운동가이자 인기 여배우인 주인공이 급격하게 피폐해지며 정신적으로 무너져가는 과정을 연기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진 세버그라는 실존 인물 그 자체를 보여준다.

▲세버그. ⓒ예지림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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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의 비밀 사찰 프로그램인 '코인텔프로'를 통해 정부가 진 세버그를 불법 감시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40세에 의문의 자살로 종결된 그녀의 사망 자체는 5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풀리지 않는 의혹으로 남아있다.

그런 면에서는 이 영화는 큰 아쉬움을 남긴다. 진 세버그라는 세기의 여배우 생애를 완벽하게 영상화할 수 있는 크리스틴 스튜어트라는 배우를 확보했음에도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핵심적 의혹에는 깊이 있게 접근하지 못한다. 단지 몇 줄의 자막과 함께 황급히 그녀와 관련된 이야기를 끝맺음한다. 이 영화 속에는 오직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열연만이 의미 있게 빛을 발한다.

70년대 워터게이트 불법 도청 사건과 궤를 같이하는 진 세버그의 실화를 다룬 이 영화는 탄압과 차별에 저항하던 인물의 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 제목: 세버그(원제: Seberg)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 타임: 102분

◆ 개봉일: 11월 4일

◆ 감독: 베네딕트 앤드류/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안소니 마키, 잭 오코넬 /수입: 블루라벨픽쳐스/배급: 예지림엔터테인먼트

▲세버그. ⓒ예지림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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