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가격이 반도체 대란과 원자재 값 인상과 만줄리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실정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푸조
▲자동차 가격이 반도체 대란과 원자재 값 인상과 만줄리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실정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푸조

-반도체 부족과 원자재 가격상승 원인
-신차 출시, 옵션 선택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 유도

[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 A씨는 최근 수입 중형 세단을 구입했다. 예전 같으면 다양한 프로모션 등을 통해 시중 판매가보다 차를 더 싸게 구입할 수 있었지만, 딜러는 마진이 안 남아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차를 받으려면 최소 6개월 걸린다고 했다. A씨는 중고차 구입도 생각해봤지만, 반도체 대란으로 인해 중고차를 찾는 수요자들 또한 많아 신차를 기다리기로 했다. 

자동차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신차는 물론 중고차 가격 또한 치솟고 있는 것. 업계에선 반도체 부족과 원자재 가격상승이 자동차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높게 매겨진 자동차 값의 타당성을 증명하기 위한 다양한 꼼수 준비에 분주한 모양새다.

신차 출시 때마다 풀 모델 체인지(차의 기본 모델로부터 외형과 기계적인 것까지 바꾸는 것)나 페이스리프트(자동차의 외관을 개조해 새롭게 보이도록 만드는 작업)로 소비자를 현혹해 차 값를 올릴 수밖에 없는 '타당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헤드업디스플레이 ▲스마트크루즈 컨트롤 ▲전자제어서스펜션 등 차를 운전할 때 편리한 기능들은 옵션으로 따로 둬 구매를 유도, 차 값은 전 단계 모델보다 비교해 더욱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6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낸 산업 동향 리포트를 보면 내년 신차 가격은 올해보다 더욱 오를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신차와 중고차 가격은 급등하는 추세다. 자동차 반도체 공급난, 제조 원가 상승, 수요 회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연구원은 자동차 가격은 당분간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원 측은 "가격 상승 압력은 단기에 해소되기 어려워 내년에도 신차 가격은 상승할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자동차 세제 개편, 전기차 보조금 로드맵 재검토 등이 정책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신차 평균 거래 가격이 지난 9월 기준 4만5,000달러(약 5,320만원)에 달해 직전 1년 간 약 12% 상승했고, 중고차 매물 평균 가격 또한 지난달 기준 2만9,000달러(3,430만원)로 지난해 11월 보다 약 29% 올랐다. 

유럽과 일본 또한 신차 공급 지연으로 미국과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은 지난해 10월 중고차 평균 가격이 올해 초 대비 최대 28.3% 증가했다. 국가별 상승률은 영국 28.3%, 이탈리아 10.2%, 독일 8.6%, 프랑스 3.2% 등이다. 

일본 또한 같은 기간 중고차 경매 가격이 1년 전 대비 11% 상승했다. 

국내도 신차 가격은 일부 수입차를 중심으로, 중고차 가격은 국산·수입 전체적으로 상승 중이다. 

연구원은 "국산차는 기본적으로 정찰제 판매가 원칙이어서 예년 대비 가격 급등세가 뚜렷하지 않은 반면, 수입차는 테슬라 등 판매 가격이 상승하거나 수입차 프로모션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자동차 값 또한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차 가격은 국산·수입차 할 것 없이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치솟는 실정이다. 특히 수개월 이내에 나온 중고차는 신차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현대차 산타페. 특정모델과 기사와 무관.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 산타페. 특정모델과 기사와 무관. ⓒ현대자동차그룹

자동차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는 반도체 대란뿐만 아니라 대체적으로 원자재 가격 또한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에서도 자동차 값이 크게 상승한 이유로 자동차 필수 부품인 열연강판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은 중서부 지역 기준 자동차 열연강판이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149% 상승했다. 주요 자동차 원자재 가격은 꾸준히 오르는 중이다. 같은 기간 냉연강판 가격은 112% 상승했고, 마그네슘(146%)·리튬(249%)·코발트(85%) 등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내년 현대차·기아 등 국내 자동차 가격도 오를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가격을 인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용 강판값은 2017년 하반기 이후 4년 동안 동결됐다가 올해 들어 철광석 가격이 상승하면서 자동차 강판값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자동차 반도체는 지난해 하반기 1차 공급난과 올해 중순 2차 공급난 여파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어 내년 자동차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자동차학과)는 "현재 흐름상 국산·수입차 할 것 없이 자동차 가격은 계속해서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 값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여론을 의식해 자동차 업체들은 신차 출시, 혹은 옵션 등에 의미를 둬 가격 상승을 가속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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