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사옥.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사옥. ⓒ현대자동차그룹

-제9대 현대차 노조 지부장에 안현호 당선

-정년연장·4차 산업혁명 고용대책 등 공약

-자동차 업계 강성 노조 대세 가능성 높아

[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내연기관에서 전기, 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요즘 자동차 노조의 흐름은 강성으로의 회귀다.

8일 현대자동차 노조에 따르면 권오일, 안현호 두 강성 성향의 후보 제9대 임원 선거 2차 투표를 진행한 결과 차기 지부장으로 안현호 후보가 당선됐다.

안 당선인은 전체 조합원 4만8,747명의 표 중 2만2,101표(53.3%)를 얻어 1만9,122표(46.1%)를 획득한 권 후보를 제쳤다.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2년간이다.

안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상여금 전액 통상임금 적용 ▲식사시간 1시간 유급화 ▲정년 연장 ▲일반직과 여성 조합원 처우 개선 ▲4차 산업혁명 고용대책 마련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대차 사내 현장조직인 '금속연대' 출신인 안 당선인은 1998년 현대차 정리해고 투쟁 당시 현대정공노조 위원장으로서 현대차 노조와 연대 총파업을 이끈 인물이다.  지난 6대 박유기 지부장 시절 수석부위원장으로 있던 안 당선인은 연말 성과금 차등지급 반발 회사의 시무식장 폭력과 잔업거부 등을 주도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구속 수감되기고 했다. 6대 집행부 시절 파업 기간은 1년 중 약 135일이었다. 이 시절 울산공장은 법안 규탄과 성과금 차등지급 반대 파업을 35차례 벌였고, 차량 3만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회사에 3,900억원 상당의 생산 차질을 입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강성 노조 회귀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가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고용 불안 우려 등이 깔려 있는 만큼 노조원 일자리 보전을 위해 강성 노조를 내세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이 전체 차 생산량의 30% 이상 차지하면서 부품사 등 10%의 기업이 사라지고 3만 5,000여명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여기에 중도 실리를 추구한 이상수 지부장은 현대차 노조 역사상 역대 세 번째로 임금 동결로 마무리 짓는 등 노조로부터 냉혹한 평가를 받은 것도 강성으로 돌아선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임금 동결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 번째다

현대차 노조의 한 관계자는 "울산공장에서 임금이 인상돼야 남양연구소 등 다른 직군들의 연봉이 순차적으로 올라가는데, 임금이 동결됐다"며 "이 때문에 현 집행부는 노조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안현호 9대 현대자동차 노조 지부장 당선인. ⓒ현대자동차노조
▲안현호 9대 현대자동차 노조 지부장 당선인. ⓒ현대자동차노조

노조가 강성으로 돌아서자 업계에서는 내년 자동차 업계 공급망 붕괴와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파업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바뀐 트렌드에 맞는 공정과 이를 바탕으로 한 고용안정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되레 노조가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강성 노조의 부활로 자동차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안 당선인은 '상여금 전액 통상임금 적용' 등의 공약을 내걸어 임금 인상을 위한 사측과의 싸움을 예고했다. 때문에 내년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은 '파업 정국'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고 생산량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는 강성 집행부가 들어섰던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줄파업을 단행해 7년간 자동차 생산량은 파업이 없었던 해와 비교해 현저히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현재는 노조 파업이 아니더라도 반도체 수급 대란에 자동차 원자재 값 상승이 겹치면서 생산 차질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일례로 투싼이나 싼타페 등 인기 차종도 평균 6개월 이상 주문이 밀려 있고, 제네시스 GV60 등 올해 출시한 차는 출고 대기기간이 1년에 이른다. 

당장 시급한 건 공장 가동률을 향상시키는 것인데, 강성인 새 노조가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과연 공장 가동에 동참할 지 의문이다.

만약 노조가 제동을 건다면 생산은 더욱 밀리게 되고 출고 대기기간도 늘어난다. 울산공장은 이달부터 토요일 특근이 시행됐지만 일요일 특근은 여전히 노조 반대로 지연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노조의 행태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조동근 명지대학교(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불법 파업으로 회사나 지역사회에 손해를 끼치면 노조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돼 있다"며 "우리가 노조를 보는 시선은 지나치게 관대한 만큼 미국처럼 강경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의 순기능은 약자들이 모여 사측을 견제하고 사측의 부당함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현재의 노조는 부당함이 아닌 자신들의 더 큰 이익을 위해 사측을 위협하는 이기적인 집단이 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권오국 현대차 노조 대외협력실장은 "(일요일은 제외) 주말 특근 가동 등 자동차 적체 해소는 물론 빠른 생산을 위해 공장 가동에 주력하고 있다"며 "회사 수익은 물론 근로자도 수당을 더 받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현대차 노조의 강성 선택으로 차기 지부장 선거를 앞둔 다른 완성차 업체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날 진행되는 한국GM 새 지부장 선거는 강성으로 분류되는 김준오, 민기 후보간 결선 대결로 압축됐다. 기아도 연말까지 지부장 선거를 마칠 예정인데, 강성 성향의 지부장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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