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한국조선해양

[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이 돼가고 있다. 세계 1·2위 조선사 인수합병(M&A)으로 주목받았던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통합이 유럽연합(EU)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 산하 경쟁분과위원회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 독점 해소 방안을 마련하라는 경쟁당국 요구에 불응하면서 합병 불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EU는 명목상으로 LNG선 독점을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론 두 회사 간 합병으로 인해 유럽 선사가 지출해야 하는 선박 매입비용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 2018년 말 기준 세계 수주물량 1위는 현대중공업그룹(1만1,145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2위는 대우조선해양(5,844CGT)이다. 

이 때문에 세계 조선업계에선 두 거대 조선사의 합병을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독점적인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기업결합 심사 승인을 받아야 하는 여섯 국가(카자흐스탄·중국·싱가포르·한국·EU·일본) 중 가장 압력이 센 EU 승인이 나올지 미지수다.  

업계에선 유럽 조선사들이 LNG선 수주의 대다수를 국내 3사(삼성중공업 포함)가 가져가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될 경우 독과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상반기 기준, LNG선 발주량인 152만 9,412CGT 중 143만 352CGT를 국내 3사가 수주한 점 등을 들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EU는 지난 2019년 12월 현대중공업그룹 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개시했지만 심사를 세 번이나 유예했다. 

지난달 말 심사재개에도 합병은 무용지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EU는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승인 심사를 곧 종결하고, 내년 1월 20일까지 국내에 통보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두 조선사 간 통합이 불투명해진 가장 큰 원인을 현대중공업그룹이 “LNG 운반선 시장 독점 해소 방안을 마련하라”는 EU 경쟁당국 요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앞서 EU는 지난 7일까지 LNG선 시장 점유율이 60%가 넘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얘기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독점 우려가 있다는 EU 경쟁당국의 전제 자체에 동의하기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EU는 국내 조선업계가 LNG선을 중심으로 부활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통계상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마무리되면 연 매출 22조원, 글로벌 LNG선 점유율 70%를 차지하게 된다.  EU의 주장처럼 합병으로 인한 독과점 시장이 형성되면 유럽 선사들의 가격 협상력 또한 약해진다. 많은 유럽의 선주들은 국내 조선해양의 시장 독과점을 우려하는 가장 큰 부분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시장엔 독점구조가 형성할 수 없는 구조라며 대우조선해양과의 인수합병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EU가 싱가포르의 사례처럼 독점을 우려했다가 승인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 희망을 걸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조선시장은 단순 점유율로만 지배력을 평가하는 게 불가하다“며 ”특정 업체의 독점이 어려운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어 "앞서 조건 없는 승인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던 3개국(카자흐스탄·싱가포르·중국)처럼 EU 당국도 조건 없는 승인으로 결정을 내리는 게 타당하다"며 “EU의 최종 판단이 있을 때까지 합병 승인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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