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나주 본사 사옥. ⓒ한국전력
▲한국전력 나주 본사 사옥. ⓒ한국전력

-비싼 망 이용료와 투명하지 못한 가격 설정 지적 나와

[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한국전력의 망 이용료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투명하지 못한 가격 설정과 비싼 망 이용료를 설정해 'RE100'으로 가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국제적 캠페인이다.

14일 기후솔루션이 발간한 '좌초되는 한국형 RE100 제도: 망이용료와 제3자 PPA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한전이 '에너지 마켓 플레이스'를 통해 공개한 '제3자간 계약 요금계산 시뮬레이션' 결과, 재생에너지 구매계약(PPA)의 망이용료를 포함한 제반비용 수준은 1kWh당 최소 40원에서 최대 53원이다.

이런 제반비용을 모두 고려하면, 기업의 재생에너지 PPA 구매단가는 태양광은 176원/kWh, 풍력은 205원/kWh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107원/kWh)과 비교할 때 각각 164%, 191% 증가한 수치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RE100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한전의 망 이용료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이 제시한 재생에너지 구매에 따른 총 부대비용은 ▲망 이용료 ▲전력손실반영금액 ▲부가정산금 ▲거래수수료 ▲복지 및 특례할인 금액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으로 구성돼있다. 이 중 망이용료는 기본요금과 사용요금이다.

이를 토대로 기후솔루션이 한전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 근거에 따르면 가장 문제가 된 것이 바로 과도하게 비싼 망 이용료였다. 

일례로 재생에너지 PPA 계약 체결에 있어 가장 보편적인 모델인 '태양광 Case 1(중대형)'은  망 이용료를 포함한 부대비용이 40원/kWh에 달한다. 이는 전체 구매 단가의 약 23%를 차지한다.

태양광 Case 2(소형)는 저압 배전망을 이용하므로 부대비용이 53원/kWh까지 증가해 전체 구매비용의 28%를 까지 비싸진다. 

풍력발전으로 돌리면 송전망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소비자는 배전망으로 전력을 받는다. 이렇게 하면 부대비용은 45원/kWh이고, 전체 구매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2% 증가한다. 

이 과정에서 같은 망을 사용함에도 한전이 기본요금 외에 추가요금까지 받는 중복 요금 때문에 기업이 RE100전환을 꺼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기업이 굳이 안 내도 될 요금을 한천에 지불하는 것에 대한 불만까지 쏟아지는 실정이다. 

현재 기업들은 한전 요금제에 가입해 이미 기본요금을 지불하고 있다. 한전과 재생에너지 PPA 계약을 다시 체결하면 망 이용료 기본요금 중복은 불가피해진다. 

이 때문에 한전은 기업의 '재생에너지 PPA 계약'을 체결할 때 전력량 증가가 아닌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강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본요금은 발전 측 송전요금, 수요 측 송전요금, 배전 이용요금 각각에 대해 부과되는데, 세 가지 기본요금을 모두 합치면 약 20원/kWh 수준이다. 

이와 함께 현재 산정 방식으로는 재생에너지 망 이용료 기본요금에 추가로 전력산업기금도 부과돼 불합리한 가격 구조를 더욱 가중시킨다.

여기에 한전 PPA 제반 수수료 산정방식도 불투명하다. PPA 제반 수수료는 망 이용료뿐 아니라 부가정산금, 복지 및 특례할인 금액 등을 포함하는 비용이다. 다시 말해 기업이 한전과 전기요금을 산정할 때 '송전이용요금산정기준' '배전이용요금산정기준' 등을 따져 적정성 여부를 가려야 하는데, 한전이 투명하지 못한 망 이용료 산출로 인해 기업은 전기요금에 대한 적정성을 확인할 근거가 없다.

기후솔루션 측은 "재생에너지 PPA를 통해 RE100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은 한전이 청구하는 비용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없고, 더 나아가 미래에 부과될 PPA 제반비용을 예측할 수 없다"며 "재생에너지 PPA의 가장 큰 장점은 RE100 이행비용을 장기 고정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인데, 한전의 불투명한 망 이용료 구조는 이런 장점을 크게 훼손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이유로 PPA 제도 시행 1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단 1건의 PPA 계약도 체결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권경락 기후솔루션 이사는 "한전이 망 이용료 등 구매 단가가 높게 책정하면 어떤 기업도 재생에너지 구매를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복이 확실한 망이용료 기본요금 책정 등 불합리한 요소부터 빠르게 제거하고 RE100 참여 기업들에 제대로 된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PPA 활성화의 기본 전제는 (한전이) 망이용료를 비롯한 부대비용 산정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망 이용료는 한전 단독으로 설정하는 것이 아닌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를 거쳐 송배전망에서 발생하는 원가를 고객(기업) 기준에 따라 최대한 공평하게 책정했다"며 "제도상 초기 단계인 만큼 어려운 점이 발견된다면 모니터링, 기업 의견 등을 최대한 수렴해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후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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