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각 사.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각 사.

-내년 오너 3·4세대 평가 받는 해… 신사업 발굴 활발
-18개 그룹 2022년 승진 임원 올해보다 20% 이상 ↑

[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삼성·현대차·SK·LG·롯데·한화 등 10대 그룹이 연말 인사에서 '세대교체', '혁신', '다양성'을 기조로 내세워 조직에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특히 대다수의 10대 그룹은 혁신에 가까운 인사를 통해 새 먹거리 확보를 주요 목표로 내세웠다. 세대교체는 디지털 전환 움직임과 함께 성과 기반의 젊은 인재를 앞세워 신사업을 강화하고자하는 젊은 총수들을 중심으로 더욱 가속화됐다.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나이와 성별, 국적 등에 상관없이 능력 있는 인재를 주요 자리에 배치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각사의 전략을 인사를 통해 내비친 셈이다.

내년은 3·4세 경영인들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평가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해인 만큼 재계는 파격에 가까운 인사를 단행해 조직을 빠르게 재정비하고 신사업 준비 채비를 마친 것으로 해석된다. 

먼저, 삼성전자는 이달 7일 김기남·고동진·김현석 대표이사 3명을 모두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는 이 부회장의 '뉴삼성' 비전을 이끌 핵심 조직으로, 사장급에서 부회장급으로 격상되면서 조직 규모가 확대됐다. 또 40대 부사장을 역대 최대인 10명으로 늘렸고 30대 상무도 4명이 탄생하는 등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했다.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도 이달 17일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정몽구 명예회장의 '마지막 가신'인 윤여철 부회장, 하언태 사장 등 200여명이 퇴진했다. 40대 부사장 등 203명의 젊은 피를 대거 수혈했다.  또 전체 신규 임원 승진자 3명 중 1명이 40대인 한편, 승진자의 37%가 연구개발(R&D) 부문에 집중돼 미래 먹거리 사업 강화에 대한 의지도 드러났다. '정몽구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경영진들이 대거 떠나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시대'에 맞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SK그룹도 이달 2일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섰다. 그룹 계열사 중에선 40대 사장, 30대 부사장이 탄생해 주목 받았다. 

특히 SK하이닉스에서는 사업총괄 사장에 선임된 노종원 부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깜짝 승진'의 주인공이 됐다. 또 최태원 회장 친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경영복귀와 동시에 그룹의 미래인 SK온 사령탑으로 내정됐다. 

부사장 이하에서는 '인사 태풍'이 불었다. SK그룹의 전체 신규 선임 임원은 총 133명으로 지난해 연말 인사(103명)와 비교해 30%가량 늘었다. 신규 임원의 약 67%는 신규 성장 사업 부문에서 배출했고, 평균 연령은 만 48.5세다.

앞서 LG그룹은 지난달 25일 대규모의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LG그룹의 신규 임원은 전년 118명에 비해 14명 늘어난 132명을 기록했다.  이 중 82명이 40대로 62%를 차지했다. 1970년대생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41%에서 52%로 절반을 넘어섰다.   

롯데그룹도 같은 날 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승진 임원 수는 178명으로, 전년(86명)보다 90명 증가했다. 신규 임원은 96명이다. 올해 실적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순혈주의 체제의 보수적 분위기를 버리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그룹 경영 체계를 완전히 바꿨다는 평가다. 

포스코그룹은 이달 22일 인사에서 '안정 속 변화'에 방점을 뒀다. 철강사업분야 주요 본부장 및 그룹사 대표를 유임시킴과 동시에 신사업·신기술 전문가들을 외부에서 대거 영입했다. 포스코그룹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내년 지주사 체제로 탈바꿈한다.  

특히 포스코 철강부문장 김학동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로써 지난 1992년 이후 30년만에 그룹 부회장직을 부활했다.  아울러 사상 최대 성과에 걸맞게 임원 37명의 신규 보임 및 48명의 승진 인사도 단행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제철소 현장중시와 안전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반영한 승진 인사도 이뤄졌다. 현장 생산과 안전의 중요성을 고려해 상무보급 전체 승진 인원 약 40%는 현장 출신이다. 또한 기업법무를 이끄는 있는 법무실 권영균 상무보를 40대 임원으로 승진했다. 보수적인 포스코그룹 분위기상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화그룹은 10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인사를 단행했다. 통상적으로 11말~12월 말에 그룹 인사가 이뤄지는데, 한화그룹은 이보다 빠른 10월에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인사 키워드는 '혁신'과 '투자'다.

한화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도 역동적인 변화를 선도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 사업 구조 혁신을 통해 과감한 투자와 지속적인 역량 확보를 선제적으로 추진하고자 예년보다 앞당겨 임원인사를 시행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 인사는 총 14명(부사장 1명, 전무 3명, 상무 10명)이 승진했다.

비단 7대 기업 뿐만 아니라 2022년 정기인사를 발표한 18개 그룹은 승진 인원이 올해보다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총수' 시대에 맞춰 임원 역시 대거 세대교체가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18개 그룹의 승진 임원을 조사한 결과 이들 그룹의 승진 임원수는 사장단 56명, 부사장 이하 1774명 등 총 183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304명(19.9%) 증가한 수치다. 부사장 이하 승진자가 1년 전보다 사장단 19명(50.0%), 부사장 이하 286명(19.2%) 늘어난 셈이다.

사장단 승진 규모는 ▲2018년 61명 ▲2019년 56명 ▲2020년 44명 ▲2021년 38명 등 지속 감소하다 올해 승진에서 대폭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영향을 크게 받은 유통 그룹의 인사 인사폭이 크게 두드러졌다. 롯데그룹은 물론 GS그룹·신세계그룹 역시 승진 임원 수가 각각 50%이상 증가했다. 

신세계그룹은 전년 대비 18명이 증가한 54명의 임원 승진했다. GS그룹도 올해 임원 승진 수를 전년대비 48.3% 늘어난 43명의 승진 인사를 했다. GS그룹은 전년에 사장단 승진이 없었다가, 위기를 느끼고 올해 사장 4명을 사장 자리에 앉혔다.  부사장 이하에서는 29명에서 10명 증가한 39명이 승진했다.

반면 현대중공업 그룹은 10대 그룹 중 115명에서 62명으로 53명이 감소해 가장 많은 수가 줄었다.

리더스인덱스는 "3·4세 경영체제가 본격화한 가운데 사장단의 대폭적인 교체를 통해 친정체제 강화와 경영쇄신을 꾀하면서 신성장 동력 사업의 발굴을 위해 세대교체와 함께 신규임원 승진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코로나19 2년째가 되면서 적잖은 타격을 입은 유통그룹의 물갈이 현상에 따른 신규 임원 승진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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