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축년(辛丑年) IT·게임 시장은 굴곡진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 여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면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됐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승승장구를 이어나간 반면 LG전자는 적자에 시달린 휴대폰 사업을 과감히 접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주요 국가들은 주도권 확보 경쟁에 열을 올렸다. SR타임스가 올해 IT·게임 시장의 주요 이슈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SRT(에스알 타임스) 이수일 기자] 코로나19 여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지며 IT·게임업계를 흔들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올해까지 이어졌고, 통신업계는 탈통신에 속도를 냈다.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을 들어야 했다.

ⓒ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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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통신에 속도 내는 통신업계, 메타버스 사업 속도 내기도
이동통신업계는 올해도 통신 중심에서 벗어나 신규 수익원 확보에 나섰다. 통신을 기반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수익 포트폴리오를 더 다양하게 갖춰나가겠다는 것이 이통업계의 기본 방식이다. 메타버스 사업에 속도를 내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통해 K팝 페스티벌 위크 행사를 실시하며 대한민국 대표 메타버스 서비스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인프라 확대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개별업체로 보면 SK텔레콤은 통신 등 인프라 기반 존속회사인 SK텔레콤과 반도체 등 투자 신설회사인 SK스퀘어로 인적 분할을 단행했다. KT는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현대 HCN를 인수했지만 지난 10월 유·무선 네트워크에 장애를 일으키며 이용자들의 불만을 들었다. LG유플러스는 디즈니플러스를 품에 안으며 콘텐츠 경쟁력을 향상시켰다. 

◆알뜰폰 가입자 1,000만명 돌파
알뜰폰 가입자가 지난 달 1,000만명을 돌파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알뜰폰은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의 일환으로 2010년 시작됐는데, 지난 9월 기준으로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 가운데 알뜰폰 비중이 13.8%로 조사됐다. 정부는 알뜰폰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종량제 도매대가를 2020년(22.8%)에 이어 올해도 약 30% 인하하기로 하면서 LG헬로 등 알뜰폰업계 지원에 나섰다.

다만 이동통신3사의 점유율이 높다는 점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윈회 양정숙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이통3사 자회사들의 알뜰폰 휴대폰 회선 점유율이 49.9%에 달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2012년 알뜰폰 시장 진입 조건으로 붙인 이통3사 자회사들의 시장 점유율 50% 제한에 육박하는 수치다. 양 의원은 시장점유율 산정 방식 개선을 요구했다. 

◆SKB-넷플릭스, 법정공방 이어가며 신경전 지속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의 신경전은 이어졌다. 양사는 2019년부터 망사용료로 갈등이 시작됐다.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트래픽이 급증했지만 국내 인터넷망 이용대가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SK브로드밴드와의 갈등을 지속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국내 인터넷 망을 사용하면서도 네이버·카카오 등과는 달리 망사용료를 낼 수 없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망 사용료 계약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다수 발의하고 있다. 현재 양측은 법정공방을 이어가고 있으며, 넷플릭스는 1심에서 패소한 뒤 지난 7월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휴대폰 사업 극과 극…LG ‘사업 종료’, 삼성 ‘승승장구’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극과 극을 보였다. LG전자가 지난 7월 스마트폰 생산판매를 종료하며 휴대폰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LG전자가 1995년 휴대폰 시장에 진출한 지 26년만이다. LG전자는 2008년 노키아와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휴대폰 판매량 3위에 오르며 글로벌 빅3에 올랐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 진출이 늦어졌고, 샤오미 등 중국업체들이 가격을 무기로 저가 시장에 침투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

반면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최대 2억9,000만대(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기준)의 스마트폰을 출하하면서 글로벌 1위 자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특히 올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으로 내놓은 갤럭시Z 플립3·폴드3 등 폴더블폰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올 3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점유율은 93%(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팅 기준)에 달하며 독주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여파 지속…주도권 확보 경쟁 열 올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올해에도 이어졌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완성차 업체들의 수요 예측 실패 등을 꼽았다. 반도체 업체들이 차량용보다 수익성이 높은 휴대폰·가전용 제품을 우선 생산했다는 것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문제는 이후다. 시장분석업체 IHS마킷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하면서 자동차업계의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은 반도체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미 정부는 지난 4월 반도체 공급망 자립 선언 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업체들을 대상으로 미국 내 투자와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대만의 파운드리업체 TSMC의 중국 공장 증설 반대에 나섰으며 최근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으로 EUV 장비 반입을 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낸드 사업도 삼성·SK 안마당…글로벌 점유율 1·3위 달성
올 3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1위 사업자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해나가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웨스턴디지털(WDC)을 제치고 3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34.0%(2021년 2분기)에서 34.5%(2021년 3분기)로 확대됐고, 같은 기간 동안 SK하이닉스는 12.3%에서 13.5%로 1.2%포인트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중국 정부로부터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최종 승인 받으며 인수 작업 9부 능선을 넘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3월까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작업을 마칠 계획인데, 기존 낸드 점유율에 인텔 낸드사업부(5.9%)를 더하면 19.4%로 일본 키옥시아(19.3%)를 넘어선다.
 
◆‘위기’ 강조한 이재용 부회장, 인사부터 투자까지 속전속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달 24일 열흘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에서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보고 왔다”며 위기론을 꺼냈다. 이후 삼성전자는 정기 임원인사에 투자 단행까지 속전속결로 발표했다.

애초 유임이 유력시됐던 기존 삼성전자 대표이사 3인방이 모두 교체됐고, 사업 부문도 기존 CE, IM, DS 등 3개 부문에서 세트, DS 등 2개 부문으로 개편됐다. 이후 불과 보름여만에 미국 테일러시에는 170억달러를 투자해 5G·인공지능(AI) 등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고, 평택 3라인과 함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핵심 생산기지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 미래 동력 확보 나선 삼성D…중소형 올레드 육성 나선 LGD
성디스플레이는 최근 2022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미래 동력 확보에 나섰다. 성과주의 원칙을 적용하면서도 디스플레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기여한 인물들을 부사장으로 중용했다. 연구개발(R&D), 제조기술, 영업 등 각 부문에서 핵심인력을 발탁해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대비했다는 것이 삼성디스플레이의 설명이다.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키우기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중소형 올레드 시장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고,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여파 등을 고려한 전략이다. LG디스플레이가 독주하고 있는 자동차형 올레드 디스플레이 시장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중소형 올레드 설비투자에 힘쓸 계획이다.

최근 임원인사를 통해 중소형사업부장을 김명규 모바일 사업부장에게 맡겼다. 중소형 올레드를 대형 못지않게 키워 내기 위한 의지가 담겨 있는 임원인사라는 것이 LG디스플레이의 설명이다. 

다만 변수는 중국 업체들의 부상이다. BOE가 애플 아이폰용 올레드 출하량 2위로 올라서기 위해 B7·B11·B12 생산라인을 애플 전용 공장으로 바꾸는 등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올레드 잇달아 뛰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중소형 올레드 시장에선 지난해 기준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73.1%)이 LG디스플레이(12.3%)를 뛰어 넘고 있어, 삼성디스플레이의 견제도 이겨내야 한다.

◆게임업계, 연봉인상 ‘방긋’…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찬바람’ 
올해 게임업계는 전쟁터와 같은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익성이 상승하면서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크래프톤·컴투스·펄어비스·조이시티 등 게임사들이 경쟁적으로 연봉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불거지면서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무기·방어구·장신구 등이 나오는 아이템이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내 잠재능력을 강화하는 옵션 아이템 큐브의 적용 확률이 0%인 것이 드러나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그동안 업계는 자율규제 형태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해 왔지만, 메이플스토리 사태로 인해 이용자들은 전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일부 게임사들이 유·무료의 복수 아이템을 결합해 확률 공개를 피하는 등 꼼수를 부릴 수 있는 만큼, 게임법 개정안을 통해 확률 공개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후 넥슨 등 게임사들이 모든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데 이어,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아이템 정보 공개를 강화하며 투명한 게임사 운영을 약속하자 잠잠해 졌다.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엔씨소프트

◆리니지M 형제를 위협한 오딘…엔씨, 리니지W로 반격 성공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6월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내놓으며 리니지M, 리니지2M으로 대변되는 엔씨소프트의 독주를 막아냈다. 이용자들은 엔씨소프트의 지나친 과금 형태에 불만으로 오딘이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씨소프트는 트릭스터M 등을 선보였지만, 이용자들은 리니지 과금 모델만 따라한 게임이라며 게임사를 비판했다. 이후 엔씨소프트가 블레이드&소울 2를 내놨지만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라는 반전 카드를 꺼내 들며 뒤집기에 성공했다. 실제 리니지W는 출시 첫날 한국·대만 구글플레이에서 실시간 매출 순위에서 각각 4위, 3위에 올랐지만 현재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선 힘겨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에선 매출 순위가 상승하며, 리니지 시대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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