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권은 ‘역대급 실적’이라는 키워드로 함축된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에 대출수요가 큰 폭으로 늘면서 시중은행들은 이자이익 증가로 사상 최대 순익을 달성했다. 2금융권 역시 ‘풍선효과’에 따른 가파른 순이익 성장세를 이어갔으며, 증권업계 또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다 투자는 일)’·‘빚투(빚내서 투자)’에 공모주 시장에서 뒷심을 발휘하며 순이익 1조원 시대를 맞이했다. SR타임스가 올해 금융권의 주요 이슈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대출자산이 늘어난 데 따른 이자이익 증가로 신한·KB금융·우리·하나·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사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40% 가까이 증가했다. 반대로 가계부채 규모는 사상 최대로 불어났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옥죄기에 ‘올인’했고, 총량규제 등 가계부채 축소압박이 가해지면서 급기야 은행 대출업무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2금융권의 대표 주자인 카드사와 저축은행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비켜갔다. 높은 성장세를 이뤄내며 호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카드수수료가 인하되는 등 경영여건이 악화되면서 수익성을 지키기 위한 새 먹거리 찾기에 고심하는 눈치다. 보험사들은 코로나19에 따른 ‘반사이익’이 장기화하면서 가파른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자동차보험 부문이 흑자로 돌아선 손해보험업계는 물론, 주가 상승으로 보증준비금 적립 부담이 완화한 생명보험업계까지 ‘호실적’을 이뤄내며 역대 최대실적 경신을 눈앞에 둔 보험사들도 급증했다.

증권가에선 ‘동학개미’로 일컫어지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행렬에 사상 처음 코스피 3000 달성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증권사들은 개인 리테일 및 기업공개(IPO) 활황에 순이익 1조원을 넘기도 했으며, 사상 처음으로 자기자본 10조원의 증권사가 탄생하기도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 제로금리 종식…가계부채 역대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50%에서 0.25%포인트 올려 0.75%로 인상했다. 이어 11월에도 0.25%포인트 추가 인상해 기준금리를 1.00%로 끌어올렸다. 인플레이션과 가계부채 심화를 막고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저지하기 위한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하지만 늘어난 가계부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오히려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이자부담이 큰 폭으로 늘면서 지원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9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44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6조7,000억원 늘어나며 잔액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 대출총량 규제…시중은행 ‘대출 옥죄기’

금융당국에 제출한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를 뛰어넘은 은행들은 한도가 소진되자 대출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8월 NH농협은행이 부동산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아파트 집단대출 등을 전면 중단한 데 이어 하나·우리·국민은행 등도 일부 대출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하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옥죄기’에 나섰다. 당국이 뒤늦게 전세대출을 총량규제에서 제외하는 등 실수요자 보호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5%대 주택담보대출이 등장하기도 했다. 내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고돼 있어 주담대 금리 6%대 진입을 목전에 둔 상태다.

◆ 금융지주 사상 최대 순익…은행 2조 순익 '목전'

5대 금융지주사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4조361억원으로, 전년보다 33.3% 증가했다. 3분기를 기준으로는 4조6,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KB금융지주와 신한지주는 3분기에 나란히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하나금융지주는 전년 동기보다 22.3% 증가한 9,287억원, 우리금융·NH농협금융지주는 각각 7,786억원과 5,42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상위 4곳은 올 한해 순이익 2조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이 각각 2조2,003억원과 2조1,301억원으로 이미 순이익 2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2조 클럽’ 입성을 목전에 뒀다. 우리은행은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1조9,867억원 달성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6%가 늘어난 1조9,470억원으로 집계됐다. NH농협은행은 3분기 기준 1조2,37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9%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뉴스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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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울상’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을 현재 0.8%에서 0.5%로 인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카드사들은 내년에도 긴축 경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줄어든 수익만큼 카드 연회비를 올리거나 부가 혜택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수수료 개편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부담이 연간 4,7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신용판매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카드사는 올해 장기카드대출(카드론) 등에서 수익성을 만회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7개 전업카드사(비씨카드 제외)의 카드론 자산은 34조1,3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4.6% 급증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금융당국이 이 같은 급증세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전망은 더 어둡다.

◆ 카드사, 3분기 누적순익 2조원 '훌쩍'

올해 3분기까지 8개 카드사(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롯데, 우리, 하나, 비씨카드)의 누적 순이익은 2조2,26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427억원, 32.2%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순익 2조607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카드모집인에 의존하던 여업 패턴을 바꾼 결과로 풀이된다. 온라인으로 회원을 모집하고 디지털화에 집중했던 것이다.

◆ 저축은행, 대출 잔액 100조 돌파…5대 저축은행, 순익 7,261억 달성

저축은행의 가계·기업대출 잔액이 지난 10월 95조원을 넘으며 사상 첫 100조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2004년 이후 최대였다. 올해 하반기까지는 시중은행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로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었던 탓이다. 이후 저축은행에도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본격화하자 저축은행들이 수익성을 올리기 위해 자영업자 등 기업대출을 많이 취급해 증가세가 이어졌다. 내년에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세 차례까지 올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부실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5대 저축은행(SBI저축은행·OK저축은행·웰컴저축은행·페퍼저축은행·한국투자저축은행)의 3분기 순이익은 7,26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6,340억원) 보다 14.5%(921억원) 증가한 액수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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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보험사, 순익 2조731억 증가…코로나19 ‘반사이익’ 지속

올해 3분기까지 국내 보험사들이 거둔 순이익은 7조6,3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조731억원(37.3%)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손보업계 합산 순이익은 전년 대비 62.6%나 올랐다. 17.8% 늘어나는 데 그친 생보업계를 크게 상회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코로나19로 인한 운행량·사고율 감소 덕분에 올해 들어서도 주요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 제판분리 가속화…대형 GA 탄생

올해 들어 보험업의 화두는 ‘제판분리’였다. 제판분리는 보험상품 기획·개발과 보험심사 등은 보험사가 담당하고, 판매·유통은 GA 등 별도조직이 담당하는 것이다. 이에 자회사형 GA가 우후죽순 등장했다. 지난 3월 미래에셋생명금융서비스가 영업을 시작했고 4월에는 한화생명 판매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공식 출범했다. 이외에 현대해상과 하나손보도 각각 자회사형 GA를 세워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경우 출범과 동시에 초대형 GA로 거듭났다. 자본금 6,500억원, 전속설계사는 2만여명에 달한다.

ⓒKBS뉴스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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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 첫 '3000' 돌파…뜨거웠던 ‘공모주’

코스피는 올해 1월 6일, 장중 처음으로 3,027.16까지 올라 3,000선 시대를 열었다. 이후 다음날 코스피 종가는 3,031.68을 기록했다. 올해 1월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22조3,383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이어 올해 6월 25일 장중 3,316.08을 고점으로 기록한 뒤 3,000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코로나19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투자자의 적극적인 공모시장 참여로 이어졌고, 연간 누적 공모액도 20조원을 넘으며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공모주는 총 115개사(스팩, 코넥스 상장, 재상장 제외)로 지난해(95개사)보다 20개사가 더 늘었다. 누적 공모금액도 20조2,527억원으로 지난해 5조6,951억원 대비 3배가 넘었다. 기존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0년 10조1,453억원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많다. IPO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대어급 공모주들이 증시에 대거 들어왔기 때문이다. 크래프톤(4조3,098억원)을 비롯해 카카오뱅크(2조5,526억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2조2,460억원), 카카오페이(1조5,300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1조4,918억원), 현대중공업(1조800억원) 등 조 단위 공모주들이 줄줄이 상장했다. 특히 상반기 SK바이오사이언스가 청약증거금 63조6,198억원을 끌어모으며 최고 기록을 쓴 지 2개월 만에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80조9,017억원을 모아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 증권사, 순이익 '1조원' 시대

증권사들은 올해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 전례 없는 순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3분기까지 순이익은 1조2,044억원(연결)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86.2% 급증한 수준이다. 사실상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이 기록한 연간 순이익 선두를 탈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 누적 순이익(연결)은 9,930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영업이익은 미래에셋증권이 업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1조2,506억원을 달성했다. 이외에 삼성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순이익이 8,217억원에 달했으며, NH투자증권의 순이익도 7,943억원으로 집계됐다. 단순계산으로 올해 이들의 순이익 역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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