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시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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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2건, 기술수출액 13조2,000억원…'역대 최대'
-지씨셀 2조900억원 수익 최대…-대웅제약 4건 '최다'

[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올해도 기술수출(라이센스아웃) 계약 13조원을 돌파하며 '잭팟'을 터뜨렸다. 이는 지난해 기술수출 계약 체결 1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은 지난 2018년 5조3,706억원(13건)을 달성한 이래 2019년 8조5,165억원(15건), 2020년 10조1,488억원(14건)을 기록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달 28건, 11조 4,000억원을 달성하며 지난해 성적을 갈아치웠고, 이달 4건의 계약을 추가 체결하며 32건, 13조2,000억원으로 기술 수출액을 거뒀다. 이 중 계약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LG화학(자가면역질환 치료 후보물질 'LC510255') ▲HK이노엔('케이캡'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주사) ▲동아에스티 (DA-7310 '요로감염증') ▲디앤디파마텍(대사성질환 치료제 DD01·계약금 약 47억원) 등을 포함하면 실제 이보다 기술수출액은 더 많다.

기술수출의 치료 적응증은 고형암, 뇌전증, 위식도역류질환, 급성골수성 백혈병 등 다양하다. 이중 자가면역질환 관련 계약 5건이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로 신약 구성도 ▲항암 ▲위식도역류질환 ▲플랫폼 기술 등으로 다양해졌다. 아울러 항체치료제, 줄기세포 분야 등 제약바이오 의약품 기술이전도 활발한 추세다.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의 '씨앗'으로 불리는 신약 후보 물질(파이프라인) 증가가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실적은 해가 거듭될수록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 파이프라인 규모는 2018년(100개사) 573개에서 올해 1,477개로 배 이상(157.8%)으로 증가했다. 

▲경기도 용인 소재 지씨셀 본사 전경. ⓒ지씨셀
▲경기도 용인 소재 지씨셀 본사 전경. ⓒ지씨셀

올해 성사된 기술수출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계약을 따낸 기업은 지씨셀(옛 GC녹십자랩셀)이다. 지씨셀은 올해 1월 미국 법인 아티바를 통해 다국적제약사 MSD에 세포치료제 관련 기술을 수출했다. 계약 규모는 2조900억원이다. 이들은 고형암에 쓰는 CAR-NK 세포치료제 3종을 공동개발할 계획이다.

기술 수출 최다 건수는 대웅제약이 차지했다. 자체 개발한 위식도 역류질환 신약 '펙수프라잔'은 4건의 기술수출 성과를 냈다. 중국 상하이하이니와 3,800억원, 미국의 뉴로가스트릭스와 4,800억원, 콜롬비아 바이오파스와 340억원 규모의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단일품목 기술수출 규모가 1조원을 넘는다. 이밖에 제넥신,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등도 단일 계약으로 1조원이 넘는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올해 기술수출 계약을 월별로 살펴보면, 1월 알테오젠은 인도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제네릭 회사 인타스 파마슈티컬과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합쳐 총 1,266억원에 ALT-B4을 수출하는 독점적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알테오젠은 지난 2019년 10대 글로벌제약사에 1조6,000억원 규모, 지난해 6월 다른 10대 글로벌 제약사와 7조6,000억원 규모로 비독점적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인타스 파마슈티컬과의 계약은 로열티(경상 기술료) 기반 계약이어서 규모는 작지만 일정 부분의 로열티를 매년 수령할 수 있어 알짜 계약이라는 업계의 평가다. 

같은 달 지씨셀은 미국 관계사 아티바 테라퓨틱스와 공동으로 미국 머크(MSD)에 총 2조900억원 규모의 세포치료제 관련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이번 계약은 아티바가 미국 MSD로부터 공동 연구개발을 수주한 데 따라 원천기술을 보유한 지씨셀에서 업무를 담당하게 돼 맺게 된 것이다.

제넥신은 2월 면역항암제로 개발 중인 'GX-I7'(성분명 에피넵타킨 알파)을 인도네시아 대형 제약사 칼베 파르마 자회사인 KG바이오에 기술이전을 했다. 제넥신은 KG바이오에 아세안, 중동, 호주, 뉴질랜드 등 지역에 대한 GX-I7의 사용권을 부여했다. 계약금은 약 300억원이고, 단계별 성공에 따른 기술료를 포함하면 계약 규모는 최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계약금과 마일스톤 반환 의무는 없으며 계약 지역에서 발생하는 GX-I7의 매출 10%는 로열티로 별도 지급받는다.

3월 대웅제약은 중국 양쯔강의약그룹의 자회사 상해하이니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펙수프라잔' 기술이전 및 공급계약을 맺었다. 펙수프라잔은 대웅제약이 자체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으로 위벽에서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펌프를 가역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의 P-CAB 제제다. 계약 규모는 약 3,800억원으로, 선급금 68억원과 단계별 성공에 따른 기술료(마일스톤) 136억원을 합산한 약 204억원의 기술료가 포함된 수치다. 

6월에는 미국 뉴로가스트릭스사와 펙수프라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뉴로가스트릭스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펙수프라잔 임상·개발 및 허가를 담당하며, 대웅제약은 계약시점 뉴로가스트릭스 지분의 5% 및 이후 기업공개(IPO) 시점까지 총 13.5%의 지분을 받게 된다. 이 외에도 총 5,065억4,000만원 기술료, 펙수프라잔 미국 판매액에 따라 최대 두 자리 수 퍼센트의 런닝 로열티를 받는다. 같은 달 대웅제약은 콜롬비아 바이오파스(BIOPAS)와 펙수프라잔에 대한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약 340억원이다.

이뮨온시아는 지난 3월 31일 중국 차세대 면역항암제 개발기업 3D메디슨과 5,400억원 규모 CD47 항체 항암신약후보 물질인 'IMC-002'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으로 이뮨온시아는 3D메디슨으로부터 계약금 92억원과 중국 지역 내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 ▲판매에 따른 마일스톤으로 5,320억원의 기술료를 수령하게 된다. 이와 별도로 매출액에 따라 단계별로 최대 두 자릿수의 경상기술료도 지급받는다.

같은 날 펩트론은 중국 제약사 치루제약과 항암 타깃 MUC-1에 대한 항체치료제 'PAb001'의 항체약물복합체(ADC) 후보물질 1종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제공하는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6,476억원으로수준으로 별도로 순매출액에 비례하는 경상기술료(로열티)를 수령할 예정이며, 제3자 기술이전 시 합의된 비율에 따라 상기 마일스톤과 별도로 추가 수령하게 된다. 

LG화학은 4월 중국 '트랜스테라 바이오사이언스' 사와 자가면역질환 치료 후보물질 'LC510255'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은 이번 계약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LC510255는 과민성 면역기능 조절 단백질인 S1P1(스핑고신-1-인산 수용체-1)의 발현을 촉진하는 경구용(먹는 제형) 신약이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트랜스테라가 개발 중이던 NASH(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인해 후보물질 도입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 등에 따르면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염증성 장 질환(궤양성대장염, 크론병) 치료제의 지난해 글로벌 시장 규모는 17조원 이상으로 분석된다. 2027년엔 26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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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는 한독과 CMG제약이 공동개발한 표적항암제 후보물질을 싱가포르 바이오기업에 기술 수출했다.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CHC2014의 국내를 제외한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최대 1,934억원에 기술 수출했다. 한독과 CMG제약은 각각 50%씩 권리를 보유한다. CHC2014는 TRK 단백질군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의 표적항암제 후보물질이다.

7월에는 동아에스티는 파트너사인 메이지세이카파마와 다국적 제약사 인타스와 현재 개발 중인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DMB-3115'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동아에스티와 메이지세이카파마는 DMB-3115의 연구개발과 완제품 독점 공급을 맡고, 한국과 일본, 일부 아시아 국가를 제외한 글로벌 지역에서의 허가와 판매에 관한 독점 권리를 인타스에 이전한다. 이번 계약에 따라 동아에스티와 메이지세이카파마는 인타스로부터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117억 8,000만원 외에 단계별 마일스톤 1,119억원과 제품 판매이익에 대한 두 자릿수 로열티를 받는다. 

올릭스는 10월 중국 한소제약과 약 5,300억원 규모의 GalNAc-asiRNA 플랫폼 기반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올릭스는 GalNAc-asiRNA 기반 기술을 이용해 한소제약이 제시한 타깃 유전자(gene)에 대한 2종의 신약후보물질을 제공하게 된다.  주계약에 따른 선급금 77억원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로는 최대 약 262억원 등을 받게 된다. 옵션 계약에 따른 선급금은 27억원 마일스톤은 약 131억원을 지급받는다. 두 계약 모두 경상기술료(로열티)는 순 매출액의 10%를 별도 수령한다. 앞서 올릭스는 2019년과 2020년 프랑스 안과 전문기업 떼아와 약 9,000억원 규모의 안질환 치료제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고, 작년에는 유럽 바이오 기업과 약 18억원 규모의 'GalNAc-siRNA'연구개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내성을 극복한 혈액암 신약후보물질 기술을 4,961억원에 수출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급성골수성 백혈병(AML) 치료 혁신신약으로 개발중인 FLT3 억제제 'HM43239'를 캐나다 기업인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에 기술 수출했다. 한미약품은 앱토즈로부터 확정된 계약금 148억원를 60억원 규모의 현금과 89억원 상당의 앱토스 주식으로 나누어 받는다. 이후 다양한 적응증에 대한 단계별 임상, 개발과 허가, 그리고 마일스톤으로 최대 약 4,961억원을 수령한다.

보로노이도 지난달 미국 바이오테크 피라미드 바이오사이언스와 1조원 규모 MPS1 타겟 고형암 치료제(VRN08)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보로노이의 국내외 기술이전은 이번이 네 번째이며, 미국 바이오업체 대상 기술수출은 세 번째다. 보로노이는 지난해 10월 EGFR Exon20 INS 타겟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를 미국 나스닥 상장사 오릭 파마슈티컬즈에 최대 7,312억원규모로 기술 이전한 바 있다. 올해 8월에는 DYRK1A 자가면역질환 및 신경염증성질환 치료제를 미국 나스닥 상장사 브리켈 바이오테크에 최대 3,809억원 규모로 기술 이전했다. 글로벌 기술수출 누적 총 마일스톤 금액 합계는 2조1,000억원이다.

▲대웅제약 본사. ⓒ대웅제약
▲대웅제약 본사. ⓒ대웅제약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지난달 자사의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술을 유럽 소티오 바이오텍에 기술 이전했다. 계약에 따라 레고켐바이오는 선급금 및 단기 마일스톤 348억원과 임상개발 및 허가, 상업화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1조,2127억원을 받게 된다. 매출액에 따른 별도의 로열티도 받는다. 레고켐바이오는 ADC 분야에서만 올해 4건을 포함해서 총 10건의 기술이전 및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누적 계약금액은 총 3조원을 넘어섰다.

이달 들어 HK이노엔은 미국 브레인트리 래보라토리스와 6400억원 규모의 추가 계약을 성사시켰다. 한미약품 또한 캐나다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에 급성골수성 백혈병(AML) 치료 신약 'HM43239'를 약 4,961억원에 기술이전했다. 

업계에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이런 성과를 낸 데에는 수년 전부터 이어져 온 공격적인 연구개발(R&D)이 결실을 맺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을 거둔 회사들은 GC녹십자, 셀트리온, 한국콜마, 셀트리온헬스케어, 종근당, 유한양행, 광동제약, 한미약품, 대웅제약, 씨젠,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11개사였다. 매출이 늘어난 만큼 R&D도 강화하는 추세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가 발표한 파이프라인, 연구개발 투자 현황 등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2016년 8.9%에서 2018년 9.1%, 지난해 10.7%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매출이 늘어난 만큼 최대 30% 가까운 비용이 연구개발에 들어가고 있다"며 "기존 사업은 유지하되 새로운 신약 개발, 기술수출 등 굵직한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제약사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도 "그간 제약사들은 연구 역량 강화에 주력했고, 꾸준히 투자한 결과 현재 기술수출 등 결실을 맺고 있다"며 "이번 계약액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외국자본 제약회사들로부터 경쟁력을 인정받은 결과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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