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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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인상·대출규제 탓 매수심리 '꽁꽁'

- 대선 후 규제완화가 시장 변수 작용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지난 4년간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하던 서울 아파트 값 상승 열기가 한 풀 꺾이는 모습이다. 정부의 고점경고가 있었던 만큼 실제로 집값이 하락국면에 접어드는 것은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와 동시에 서울 강남권에선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는 등 상반된 시장 분위기를 보이면서 한강을 사이에 두고 한강 이남과 이북 지역 집값 격차를 키우고 있다. 또 고가 단지를 중심으로 속출한 신고가 거래를 두고 지금의 서울 부동산 시장은 아직 집값 안정세에 접어들기엔 멀었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값 상승세가 멈춘 데 대해 단기간에 급등한 가격 피로감과 대출규제, 금리인상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부동산·경제 전문가 8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실은 ‘2021년 4분기 부동산 시장 동향’에따르면 51.3%는 올해 주택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승은 30.4%, 보합은 18.3%가 선택했다. 

올해 집값 하락을 점친 전문가 중 31.7%는 ‘주택매매가격 고점 인식과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을 이유로 꼽았다. 금리 인상(28.5%)과 금융 규제(19.3%)란 답도 뒤를 이었다.

◆ 서울 아파트값 1년8개월만에 하락세

서울 아파트 값은 1년 8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11개구 아파트 값이 떨어지고 6개 구는 상승세를 멈췄다.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으로 인한 극심한 거래절벽 속에 시장에서 일부 급매물의 매매만 이뤄지면서 전체 평균이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지난 1월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1월 넷째 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 보다 0.01%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 2020년 5월 -0.02% 기록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수도권으로 확대해서 보면 지난주 상승률이 0.01%였으나 이 주 0.00%를 기록하며 보합 전환했다.

특히 서울에선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과 성북구 등 강북지역 아파트 값이 약세를 보였다. 한 주 사이 노원구와 강북구의 아파트 값이 각각 0.03% 떨어졌고, 성북구와 강북구는 0.02% 하락했다. 은평구와 동작구도 지난주보다 0.02%, 0.01% 내렸다.

강남 일대에선 상승세를 유지(0.01%)했으나 폭 자체는 축소됐고 이 중 송파구의 경우 2020년 11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를 멈췄다. 

매매 거래량도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지난해 9월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월별로 ▲9월 2,706건 ▲10월 2,194건 ▲11월 1,354건으로 급감했고 12월에는 1097건에 그쳤다. 이는 전년도 12월 7,546건에 거래량을 기록한 데 비해 86.05% 감소한 수치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가장 적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1월(1,163건) 보다 적은 거래량이다. 1월에 신고되는 12월 매매분을 감안해도 지난해 11월(1,366건)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연초부터 금리 인상에 나선 가운데 대출 이자도 오르면서 매수심리가 더 얼어붙었고 1월부터 시작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도입으로 대출 한도가 축소되면서 수요층 운신의 폭도 좁다”고 했다.

◆ 한강 사이 두고 집값 양극화 심화

서울 내 강남과 강북권 아파트 값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고가 아파트는 기존에도 대출이 어려웠기 때문에 중저가 아파트에 비해 최근의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영향이 적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한강이남(11개구)와 한강이북(14개구)의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각각 7억3,347만원, 4억5,864만원이다. 이 두 곳의 가격 격차는 2억7,483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한강 이남과 이북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이남이 14억9,928만원, 이북이 9억9,819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평균 매매가격 격차가 5억109만원으로 벌어진 것이다.

전세가격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7년 5월 한강 이남과 이북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각각 4억9,022만원, 3억5,098만원으로 두 곳의 전세가격 격차는 1억3,924만원이었다. 이어 올해 1월에는 한강 이남과 이북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이 각각 7억7,780만원, 5억5,191만원으로 나타나면서 두 곳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 격차는 2억2,589만원으로 벌어졌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한강이북의 경우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아 가격 하락 및 보합 지역이 늘어나고 있지만, 한강이남의 경우 대출보다 현금여력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두 곳의 아파트 가격 격차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대선까지 이어지는 하락요인

전문가들은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이 같은 상황이 최소 대선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선 이후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한 가변성을 고려해 시장에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대책 내놓고 금리가 오르면서 서민들의 주택구매가 어려워졌고 집값이 정상거래를 통해 안정화 돼야 하는데 정부 규제로 인해 가격이 변한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거래가 활성화 되거나 대출규제가 완화되는 등 시장이 활발해지는 요인을 찾기 힘들고 대선이 끝나봐야 알 수 있겠다"고 했다. 

또 권 교수는 "15억원이 넘는 주택 구매에는 대출 자체가 안되는데 15억원 이상 주택에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이는 20억~30억원 매물도 거래할 여력이 충분히 있는 사람들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오히려 15억원 미만 매물을 구매할 때 자기 자본 만으로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 시장에 매물이 나와도 소진이 안되고 쌓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설 연휴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세금과 대출 등에서 규제 완화 공약이 쏟아지고 있어 매도자와 매수자의 눈치 보기가 치열하다”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반작용으로 거래량은 축소되고 있어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시장이 일부 조정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설 앞두고는 매매도 전세가 잠잠해지는 시기"라며 "금리도 더 오르게 될 것이고 내년부터 입주물량이 풀리기 떄문에 내년 이후로는 지금 보다 하락세가 가팔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남과 강북 집값 격차와 관련 양 소장은 “서울 아파트 시장에선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한 수요가 높은데 비교적 자금력이 있는 경우 강북보다 강남에 집을 마련하려 하기 때문에 손이 몰리며 일부 신고가 거래들이 나오는 것"이라며 "다만 강남에서 신고가 거래가 보이고는 있지만 이 또한 오래가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남에서도 입주물량이 나오게 되면 수요자에는 실수요 뿐 아니라 투자수요도 있기 때문에 강남에 투자로 집을 마련한 사람은 부담을 느껴 매물을 내놔 시장에 매물이 누적될 것"이라며 "대장주 아파트도 가격이 하락하는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고 투자 수요가 빠지게 되면 고가 아파트 가격도 버티긴 어렵다"고 말했다. 

윤종만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이미 시장에 일부 선반영돼 있긴 하지만 올해도 한 두 차례 금리인상이 더 예상되고 지금 당장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4%, 5%로 나오는 가운데 아파트 구입에는 부담이 많을 것"이라며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심리로 사람들이 주택구입을 꺼리고 거래가 줄어들면서 매매가격이 일부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 연구위원은 “서울 아파트 시장은 한동안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금의 시장에서 거시경제적 영향도 배제할 순 없겠지만 정책적인 영향이 매우 컸기 때문에 대선 결과에 따라 시장이 변동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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