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메르세데스벤츠가 경유 차량의 배출가스 저감 성능을 속여 표시·광고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벤츠가 디젤 차량의 미세먼지의 주범인 질소산화물을 90%까지 줄였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불법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턱없이 성능을 저하시켰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자사 경유 승용차의 배출가스 저감 성능 등을 사실과 다르거나 기만적으로 표시·광고한 벤츠에 공표 명령을 포함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2억 4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6일 밝혔다. 대상은 15개 차종으로 ▲GLC220d 4Matic ▲C200d ▲ML350 BlueTEC 4Matic 등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벤츠의 경유 승용차 15개 차종에는 극히 제한적인 인증시험환경이 아닌 일반적인 운전조건에서는 배출가스 저감장치인 '선택적촉매 환원장치'(SCR) 등의 성능을 저하하는 불법 소프트웨어(SW)가 설치돼 있었다.

SCR은 배출가스에 요소수를 분사해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변환시킨다.

하지만 불법 소프트웨어 때문에 일상적인 주행 환경(엔진 시동 후 약 20∼30분 경과 시점, 실도로 주행)에서는 SCR의 요소수 분사량이 크게 감소해 질소산화물이 허용기준의 5.8∼14배까지 과다하게 배출됐다.

그런데도 벤츠는 2013년 8월∼2016년 12월 메르세데스벤츠 매거진, 카탈로그, 브로슈어, 보도자료 등을 통해 자사의 경유 승용차가 질소산화물을 최소치인 90%까지 줄이고,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광고했다.

2012년 4월∼2018년 11월 경유 승용차 내부에 부착한 배출가스 표지판에는 '본 차량은 대기환경보전법 및 소음진동관리법의 규정에 적합하게 제작되었습니다'라고 표시했다.

벤츠 측은 국내 승용차 주행의 90% 이상이 주행 시작 후 30분 이내에 종료되므로 30분을 초과하는 주행을 일반적인 주행 조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30분 이상 주행이 하루에 400만건이 넘는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SCR이 질소산화물을 90%까지 줄인다'는 것은 학계와 산업계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성능이며 이에 대해 전형적인 문구를 사용해 광고했을 뿐이라는 벤츠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최고라는 인상을 주는 표현은 단순한 기술소개나 이미지 광고를 넘어서서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과 신뢰감을 주게 되고, SCR 성능을 저하하는 SW를 의도적으로 설치해놓고 이를 숨기고 자사 차량이 SCR의 이론적 최대성능을 구현한다고 광고한 것은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공정위는 벤츠 과징금 부과로 인해 ▲아우디 ▲FCA ▲닛산 ▲포르쉐 등 5개 수입차 회사들의 배출 가스 저감 성능 관련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 제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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