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사내방송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2023 중기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CJ그룹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사내방송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2023 중기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CJ그룹
국내 주요 유통 대기업이 과거의 수직적 조직체계를 벗고 수평적 조직체계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는 급변하는 트렌드와 시장 환경에 민감한 만큼 유연한 의사결정 체계와 효율적인 업무의 중요성이 높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는 조직 구성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한편 개인의 역량이 기업 성과에 기여하도록 유도하고, 나이와 연차가 아닌 실력과 성과 중심의 문화를 구축해가고 있다. 다양한 소통의 기회를 마련해 조직 내부 문제점을 개선하고 새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취지다. SR타임스는 새로운 변화에 대응해 2022년 '환골탈태(換骨奪胎)'에 나선 기업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CJ그룹이 역대급 임원인사와 제도개선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 ▲직급파괴 ▲주요 포지션 사내공모 ▲워라밸 지원 등 파격적인 인사·조직문화 혁신 제도를 차례로 도입, 근본적인 체질 변화에 나서고 있다. 

18일 CJ그룹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11월 2010년 '제2 도약 선언' 이후 11년 만에 사내방송을 통해 모든 직원들에게 그룹의 비전과 혁신방향을 설명했다.

당시 이 회장은 4대 성장엔진으로 '컬처'(Culture·문화),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치유),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지속가능성)‘을 꼽았다. 특히, 최고인재 확보와 조직문화 혁신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새로운 세대들이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해 최고 인재들이 오고 싶어하고, 일하고 싶어하고, 같이 성장하는 CJ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인재”라며 “‘하고잡이’들이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그 동안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보상을 받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연공제 직급 전면 폐지…역량 갖추면 누구나 ‘경영리더’

이 회장의 그룹 비전과 혁신방향 발언 이후 조직 내 변화는 급격하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CJ그룹은 최근 직급파괴를 통해 조직문화 변화를 시도했다.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지난달 연공제 직급을 전면 폐지했다. 대리, 과장, 부장 등 직함을 없애고 수평적 조직문화로 전환을 시도했다.

승진을 위한 체류연한이나 연차에 대한 개념도 없앴다.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누구라도 10년 내 ‘스타 크리에이터’나 ‘경영리더(임원)’ 등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앞서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CGV ▲CJ푸드빌 등도 기존 7단계의 직급체계를 3·4단계로 축소했다. 

지난해 말 발표된 2022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상무대우부터 사장까지 6개 임원직급을 경영리더 단일 직급으로 통일했다.

임직원들의 자율적인 업무 분위기 조성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CJ는 임직원들이 집과 가깝거나 거래처와 미팅 등 업무에 몰입해 일하기 편한 장소를 선택해 근무할 수 있는 거점오피스 ‘CJ 워크 온(CJ WORK ON)’을 도입했다.

우선 수도권 CJ 주요 계열사 사옥을 거점화해 ▲서울 용산구(CJ올리브네트웍스, CJ CGV) ▲서울 중구(CJ제일제당센터) ▲경기 일산(CJ LiveCity)에 160여석 규모로 업무할 수 있는 거점 오피스 공간을 마련했다. CJ는 앞으로 강남 등 수도권 핵심지역을 비롯해 경기, 제주도 등으로 거점 오피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근무시간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CJ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도를 그룹 전반으로 확대 중이다. 사실상 ‘주 4.5일제’를 선언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CJ ▲CJ제일제당 등은 ‘일 또는 주 단위의 최소 근무시간’ 원칙만 지키면 요일별로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CJ ENM 엔터테인먼트부문은 올해부터 매주 금요일 퇴근 4시간 전 일괄적으로 PC가 꺼지고 자율적 외부활동을 전환하는 ‘비아이 플러스(Break For Invention Plus)’를 시행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더불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휴가제도도 강화했다. CJ는 이달 초 5년마다 시행했던 ‘창의 휴가’ 제도 기준에 3년, 7년차를 신설해 확대했다. 기존 5년 주기 외에도 3년, 7년을 경과하면 최대 4주간(연차 포함)의 휴가를 쓸 수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일과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 자기주도적 창의개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운영주기를 단축했다”고 말했다.

▲CJ그룹의 4대 미래성장 엔진과 조직문화, 인사제도 혁신. ⓒCJ그룹 
▲CJ그룹의 4대 미래성장 엔진과 조직문화, 인사제도 혁신. ⓒCJ그룹 

◆ 잡 포스팅·리더 공모제 등 통해 또다른 성장 기회 제공

CJ는 지난해 11월 임직원이 소속 계열사와 직무에 제한 없이 그룹 내 다양한 사업·직무에 도전할 수 있는 ‘잡 포스팅(Job Posting)’을 시행했다. 임직원에 성장 경로(Career Path)를 설계할 수 있는 혁신제도를 마련해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시도다.

‘잡 포스팅’에는 개인 성장과 다양한 기회를 중시하는 ‘하고잡이’ 인재들이 다수 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CJ는 직급에 관계없이 기회를 제공하는 ‘리더 공모제’도 신설할 예정이다. 성장 기회 부여를 위해 기존 조직에서 벗어나 신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독립조직인 CIC(Company In Company)와 사내벤처를 활성화하고, 사업화 성공 시 보상제도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CJ제일제당은 지난해 3월 친환경 바이오 소재사업을 담당하는 화이트 바이오 CIC를 만들었다. 이어 같은해 7월에는 건강사업 CIC를 꾸렸다. 독립성을 확보하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추진력을 가능하게 해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후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건강사업 CIC를 100% 현물출자 방식으로 분할, ‘CJ 웰케어(Wellcare)’를 출범시켰다. 소비자의 건강한 삶을 위한 ‘웰니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전문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사내벤처 제도도 마련했다.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이노백(INNO 100)’가 대표적이다. ‘혁신에 몰입하는 100일’이라는 의미의 ‘INNO 100’은 CJ제일제당이 스타트업처럼 기민하게 움직이며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취지로 지난해 2월 도입됐다. 프로그램에 지원한 직원들은 기존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100일간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데에만 몰입할 수 있다. CJ그룹은 ‘INNO 100’의 경우 MZ세대(1980~2000년 초반 출생자)인 입사 3, 4년차 직원들 관심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지난해 11월 사내 벤처 육성 및 지원 프로젝트 ‘시리즈 A(SERIES A)’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젊은 인재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시장 트렌드에 부응하는 사업 아이템 육성이 가능하도록 도입된 제도다. 시리즈 A를 통해 사내벤처로 선정된 팀은 사업 수행 전반에 걸친 자율권과 독립적인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사내벤처로 선정된 팀의 최종 결과물이 사업화될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성과에 따라 CIC를 설립하거나 분사까지 검토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유진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GSP리더, 구동인 CJ제일제당 미래경영연구원 전문임원, 황혜정 TVING 콘텐츠·마케팅 경영리더. ⓒCJ그룹
▲(왼쪽부터) 신유진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GSP리더, 구동인 CJ제일제당 미래경영연구원 전문임원, 황혜정 TVING 콘텐츠·마케팅 경영리더. ⓒCJ그룹

◆ 2022년 임원인사서 30대·여성 임원 '약진'

2022년 정기임원인사에서는 최대 규모의 인사가 단행됐으며, 30대 임원과 여성임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임원 직급이 사장 이하 상무대우까지 모두 '경영리더' 단일 직급으로 통합된 가운데 신임 경영리더에는 53명이 이름을 올렸다. ▲2020년 19명 ▲2021년 38명의 인사가 단행된 데 비해 대폭 늘어난 규모다.

30대 임원 4명을 비롯해 1980년 이후 출생자 8명(15%)이 포함됐다. 평균 연령은 45.6세로 전년도(45세) 임원 평균연령과 비슷한 수준이다.

▲신유진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GSP리더 ▲구동인 CJ제일제당 미래경영연구원 전문임원 ▲황혜정 TVING 콘텐츠·마케팅 경영리더 등을 포함해 역대 최다인 11명의 여성이 신임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승진자 중 여성 임원 비율은 21%다.

인사혁신을 위한 평가제도 개편도 이뤄졌다. 개인 역량과 성과 기여도를 파악하는 '상시 성과관리'와 '다면피드백'을 골자로 새 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는 게 CJ그룹 측의 설명이다.

CJ그룹 관계자는 “구성원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커리어를 설계하며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다양한 기회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피드백과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는 문화 안착 등 미래성장을 위한 조직문화 혁신에 지속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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