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현대제철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현대제철

-현대제철 직원, 100일간 휴일 출근·휴가금지 지침 내부문건 공개
-사측 "왜곡된 내용, 긴장의 끈 놓지 말고 근무해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 한 것"

[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잇따른 안전사고로 이달 초 근로자 2명의 목숨을 잃은 현대제철에서 '황당한 지침'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현대제철 직원들이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이 팀장급들을 대상으로 100일간 휴일 출근 및 휴가금지를 지시하는 지침이 담긴 문서를 공개하며 안동일 사장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 

11일 현대제철 블라인드에 올라온 지침에 따르면 ▲팀장 100일간 휴가금지 ▲팀장 100일간 휴일 출근 ▲중대사고 발생시 담당 일반직 해고 ▲회사에서 웃고 떠들지 말 것 ▲휴일근무 상신 시 고과 하향반영 ▲휴일이든 머(뭐)든지 간에 52시간은 각자 알아서 지킬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현대제철 직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두 번째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난 5일 경영층의 지시로 팀장이상 보직자들은 사무실로 출근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논란이 되고 있는 '팀장 100일간 휴일 출근 및 휴가금지'는 지난 8일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사장 주재로 열린 안전회의에서 안동일 사장은 팀장이상 보직자들을 대상으로 향후 100일 정도 비상근무를 명령했다. 

이 과정에서 향후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휴일근무 수당을 신청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아울러 이들은 휴일 근무를 고과에 반영한다는 사측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휴일근무를 강제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제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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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사장은 이날 회의에서 부사장을 최고안전책임자(CSO)라고 호칭하면서 안전 관련 모든 권한과 책임부여를 선언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현대제철 사무직 직원 A씨는 "이전에는 본부장으로 대하다가 이제와서 CSO로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마치 본인이 안전관련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현대제철 직원이 제시한 또 다른 문건에는 7대 사항 엄정준수라는 사장님 지시사항이 적혀있다. 

이중 안 사장은 7번째 조항인 전 책임자 단독작업 전면 금지를 지시했다. 단독 작업시에는 직책자를 해임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지침은 지난 5일 발생한 당진제철소 철골 구조물 깔림 사고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조사 결과 이 사고의 원인은 '2인 1조' 작업 지침이 지켜지지 않아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금속노조는 "한 발만 잘못 디디면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현장에는 안전난간조차 설치되지 않았다"며 "현대제철이라는 거대 자본이 운영하는 공장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직원들은 2인1조 조항에 대해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사측의 어떠한 지원없이 책임을 팀장급에게 떠넘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현대제철 직원 B씨는 "본인(안 사장)의 책임경영에 대한 사과 없이 도마뱀 꼬리 자르기를 하고, 2인1조 작업을 당장 오늘부터 시행하고 그렇게 이행하지 않는 팀장은 면직을 하겠다는 협박을 하는 것은 칼만 안 들었지 한 가정을 죽음으로 내몰겠다는 위협"이라고 했다. 

이어 "생산·품질을 손해 보지 않고 2인1조 작업을 하려면 당장 채용을 더 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것을 당일 아침에 얘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팀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렇다면 그런 권한은 주고 책임을 묻는 것인지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사측은 이런 내용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작은 오해가 쌓여 일부 직원들이 반감을 갖고 왜곡된 내용을 악의적으로 올렸다는 주장이다. 

ⓒ제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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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관계자는 "요즘 같은 시대에 회사를 위해 직원들은 혹사해야한다는 CEO가 어디있으며, 휴일근무 수당을 지급 안 하는 곳이 어디 있나"라며 "현재 돌고 있는 문건은 회의록이 아닌 일부 팀장이 기록을 해서 팀원들한테 곡해된 내용을 공유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많은 분(팀장)들이 비상근무에 대한 불만을 갖고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회사 측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서도 "이번 일은 일부 직원들이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본인 감정을 통해 왜곡해 쏟아낸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안 사장은) 회사 내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한 현 상황을 다잡기 위해 보직자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근무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를 한 것"이라며 "갑자기 블라인드에서 (안 사장이)직원들 무시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글이 왜 올라왔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제철은 지난 5일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는 충남 예산군 공장에서 20대 하청업체 직원 A씨가 근무 중 철골 구조물(금형기)에 깔려 숨졌다. 앞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선 지난 2일 근로자 1명이 사고로 사망한 바 있다. 아울러 현대제철은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9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22명이 숨졌다. 이 기간 2019년을 제외하곤 매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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