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정현 넥슨코리아 대표, 권영식 넷마블 대표. ⓒ각 사
▲(왼쪽부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정현 넥슨코리아 대표, 권영식 넷마블 대표. ⓒ각 사

[SRT(에스알 타임스) 이승규 기자] 국내 게임 대표 게임사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이 사회공헌을 포함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활동에 힘쓰고 있지만 행보에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3N 가운데 ESG 경영활동에 '광폭 행보'를 보이며 선발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넥슨은  ESG 경영 계획 공표를 준비 중이지만 '정중동' 느낌이 강하다. 넷마블은 최근 들어 ESG 경영 강화 계획을 내놓는 등 '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평가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ESG 관련 위험성이 가장 적다는 평가를 받았다. 넥슨과 넷마블도 위험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엔씨소프트에 비해선 평가결과가 다소 저조했다. 

올해 3월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의 ‘2021년 ESG 리스크 평가’에서 엔씨소프트는 12.2점을 받았다. 이는 전 세계 게임사 가운데 두번째로 좋은 평가(1등 EA)다. 넥슨과 넷마블은 각각 16.6점, 18.8점을 받았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산업군을 기준으로는 엔씨소프트가 13위, 넥슨과 넷마블은 각각 77위, 178위이다.

ESG 리스크 등급은 ESG 리스크가 기업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것이다. 점수가 낮을수록 위험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점수는 0점부터 50점까지며 점수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나눠진다. 게임사 3N(엔씨·넥슨·넷마블)은 모두 낮음(Low) 등급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세계적인 동향을 잘 파악한 후 ESG 경영에 앞장선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진단했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교수(게임학부)는 “윤송이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가 글로벌 스탠다드를 잘 이해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동향을 읽어낸 후 이를 적극적으로 경영에 투영한 부분이 엔씨소프트가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던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 '게임사는 ESG가 약하다'는 고정관념 깬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네셔널(MSCI)이 제공하는 2021년 ESG 평가모델 부분에서 A등급을 획득했다. 엔씨소프트의 강력한 개인정보보호 능력과 정보보안 능력, 인적자원 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오랜기간 다양한 ESG 활동을 펼쳐왔다. 2012년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을 설립해 경남 창원시에 공영자전거 432대를 기부하는 것을 시작으로 장애아동들을 위한 적극적인 후원, 난민들을 돕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해에는 게임업계 최초로 ESG 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같은 해 1월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학생들과 함께 지역 청소년을 위한 ‘MIT과학특별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직원 고용을 투명하게 했다는 부분을 인정받아 고용노동부에서 ‘2021년 고용평등 공헌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2021년 총 72억원을 기부한 바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지난해 얻은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ESG 경영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며 "▲인간중심 인공지능(AI) ▲다양성 및 포용성 ▲글로벌 수준의 정보보안 ▲미래세대 기회 부여 등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ESG 경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넥슨, ESG 위원회 신설 안해

넥슨은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과 달리 ESG 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표하지 않고 있다. 3N 가운데 유일하게 ESG 위원회도 만들지 않았다.

넥슨 관계자는 “자사는 ESG 경영에 대한 계획 공표를 준비하고 있지만 현재 전달할 수 있는 사항은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넥슨도 ESG 위험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넥슨이 이런 성적을 받을 수 있던 것은 사회공헌 활동과 직원 처우 개선에 있어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 넥슨은 2005년 통영시풍화분교에 ‘넥슨작은책방 1호점’을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다. ▲국내 최초독립형 어린이완화의료센터를 건립 추진 ▲넥슨 청소년 프로그래밍 챌린지(NYPC) 개최 ▲대전충남넥슨어린이재활병원건립 동참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에는 ▲경남권공공어린이재활병원건립에 100억원 기부 ▲어린이 재활병원에 운영기금 3억원 전달 ▲제 6회 NYPC개최 ▲청소년 창의력 증진 위한 교육 프로젝트인 제 2회 하이파이브 챌린지 진행 ▲게임을 소재로 한 전통예술을 창작하는 보더리스 공보전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특히, 넥슨이 2014년부터 기부한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기금 누적 기부액은 51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에는 게임사 최초로 백영진(당시 60세) 서버 프로그래머가 넥슨에서 정년퇴직을 하며 이직이 잦고 수명이 짧은 게임사 직원들에게 좋은 사례를 남겼다. 넥슨은 일하고 싶은 회사랑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학계는 넥슨이 올해 하반기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공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훈 안양대학교 교수(게임학과)는 “외부적인 평가를 고려했을 때 현재 넥슨은 직원 복지나 사회 공헌 부분에 있어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이런 인프라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공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넥슨의 ESG 경영활동이 다소 소극적으로 비춰지는 것이 미디어에 노출되기 싫어했던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성향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김 교수는 “김 창업자는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성향이 있었다”며 “사회공헌을 하는데도 언론에 노출하는 것을 크게 좋아하지 않았고 이런부분이 반영 됐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 넷마블, 3N 중 ESG 경영 위험성 가장 높아 

넷마블은 3N 중에서 ESG 경영 위험성이 가장 높았다. 이는 웹젠(16.6점) 펄어비스(18.2)점보다 낮은 평가다.

넷마블은 지난해 12월 ESG 경영위원회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ESG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ESG 활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넷마블이 발간한 ESG 보고서에는 2020년에 자사가 진행한 ▲준법경영 및 정도경영 관련 교육 제공 ▲고객들의 데이터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고객들과 적극적인 소통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등의 내용이 기재됐다. 2021년 내용도 일부 포함됐다. 넷마블은 올해의 ESG 보고서를 연내 발간할 계획이다.

넷마블은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We Entertain, Support and Grow together‘을 슬로건으로 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3가지 중점 계획을 밝혔다. 3가지 계획은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 통한 게임 경쟁력 강화 및 블록체인 메타버스 신사업 통한 성장동력 확보 ▲지속적이고 고도화된 사회공헌 활동 및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신규 사업 개발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 ▲ESG에 대한 전사적인 인식 제고 및 관리체계 구축을 통한 ESG 경영 문화 정착 중점이 그것이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넷마블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넷마블의 ESG경영을 토대로 넷마블만의 특화된 ESG 경영전략을 수립해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넷마블은 지난해 ESG경영 강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지난해 입주한 자사의 신사옥인 지타워(G-Tower)는 신재생에너지를 높이기 위해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 연료전지 시스템을 사용해 17.27%의 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로 사용한다. 업계는 넷마블의 신사옥이 5,300만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넷마블은 사내식당 대신에 소상공인 매장을 신사옥 내에 입점 시켰으며 지난 12월에는 준공식을 진행하지 않는 대신 그 비용으로 지역사회에 쌀 2,200포를 기부했다.

또한, 2018년 설립된 넷마블 문화재단의 활동도 꾸준하게 이어갔다. 지난해 넷마블 문화재단은 미래 게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게임 아카데미 부트캠프’ 를 신설했고 장애학생들이 장애를 넘어 모바일·가상현실(VR)·레이싱 게임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제35호 문화체험관을 개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게임사들이 ESG 경영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ESG 경영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며 “게임사의 ESG 경영 강화는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 대형 게임사들이 ESG 경영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교수는 “ESG 경영을 강화하면 그간 확률조작, 게임중독 등 게임 산업 전체적으로 퍼져있던 부정적인 인식을 쇄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도 “ESG 경영에 게임 사업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되면 그동안 빈번하게 이뤄졌던 노동 착취, 사회적 약자 배제와 같은 부분 해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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