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현대차·기아 사옥. ⓒ현대차
▲서울 양재동 현대차·기아 사옥. ⓒ현대차

- 노조 "전기차 시대, 고용 안정 보장해달라" 충돌 예고

[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기아가 해외시장에서 선방했다. 미국시장에서의 판매량이 꾸준하고, 유럽시장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실적도 덩달아 상승한 것. 

다만, 현대차 판매량 호조는 꾸준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자리 보전을 우선시하는 노조와의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게 주 이유다. 

해외에서 판매량을 더 늘리기 위해선 현지 공장을 세우고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데 국내 공장 일자리 감축은 불가피하다. 다가오는 임단협에서 노조와  현대차가 해외에서 선방을 이어가려면 이 부분을 해결하는데, 사살상 녹록치 않다는 분석이다.

3일 현대차 IR사이트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2월 유럽에서 5만7,842대를 판매했다. 이 중 1만1,532대(19.9%)는 전기차로 집계됐다. 

현대차의 유럽 판매량 중 전기차 비율은 2018년 2%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4%까지 성장한 데 이어 처음으로 20%대까지 뛰어오른 것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신형 전기차 아이오닉5가 두달 동안 5,170대 팔리면서 전기차 판매 성장을 주도했다. 

기아도 유럽 전기차 판매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1~2월 기아차의 전기차 비율은 17%로, 지난해 13% 대비 4% 상승했다.

이처럼 현대차의 유럽 판매 차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이 급증하는 것은 전 세계 전기차 성장을 주도하는 유럽 시장에 발맞춰 현대차가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아차의 유럽 내 전기차 판매 비중도 지난 2018년 1%에서 올해 들어 17%까지 높아진 상태다.

결과적으로 현대차·기아의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테슬라를 제친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현대차그룹은 폭스바겐그룹, 스텔란티스, 르노·닛산·미쓰비시, 테슬라에 이어 5위였다. 

유럽 주요 14개국의 전기차 판매량을 집계하는 사이트인 'EU-EVs'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위인 폭스바겐그룹의 21.4%에 이은 15%로 나타났다. 

미국시장에서도 현대차·기아는 선전 중이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은 지난 1분기 소매시장에서 15만9,676대의 신차를 판매했다. 

현대차가 1986년 미국법인을 설립한 이래 분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소매 판매량이다. 투싼이 3만9,655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싼타페(2만5,582대)와 아반떼(2만2,072대)가 뒤를 이었다.

기아 미국판매법인(KA)도 같은 기간 현대차에 버금가는 15만1,194대를 판매했다. K3(2만3,498대)와 텔루라이드(2만2,076대), 쏘렌토(1만7,923대)가 인기를 끌었다. 제네시스 또한 1만1,723대가 팔려 분기 기준 역대 최다 판매량을 경신했다. 

이에 힘입어 현대차는 유럽 내 전기차 판매 목표치를 오는 2026년에는 27만대, 2030년에는 48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2035년에는 전기차로만 판매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업계에선 향후 현대차·기아가 해외 판매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노조와의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해외공장 생산 확대는 향후 국내 일자리 감소와 맞물린데다 국내 생산물량이 해외로 빠져나가 국내 공장 일감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이는 노조 기조와는 정반대의 흐름으로, 현대차 해외 공장 건립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가 유럽 등 판매량을 늘리려면 해외 공장 증설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현재 현대차는 유럽서 체코 공장을 제외하면 현지 전기차 생산기반이 전무하다. 국내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으로 현지 수요를 충당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판매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갈 길 바쁜 현대차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노조는 "전기차 시대에 고용 안정을 보장해달라는 내용, 해외 공장 운영에 노조 개입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테슬라가 독일에 공장을 짓는 등 현지 생산 방식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노조가 안정적인 일자리 보장에 사활을 걸기보단, 철저히 생산성 등 성과에 근거해 임금 인상 수준을 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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