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 SK스퀘어 본사 수펙스홀에서 열린 SK스퀘어 제 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정호 부회장이 주주들에게 회사 비전을 밝히고 있다. ⓒSK스퀘어
▲3월 28일 SK스퀘어 본사 수펙스홀에서 열린 SK스퀘어 제 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정호 부회장이 주주들에게 회사 비전을 밝히고 있다. ⓒSK스퀘어

- 주력·비주력 사업 강화…일각 "ARM 인수는 필요한 도박"

[SRT(에스알 타임스) 이승규 기자] SK하이닉스가 신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주력 사업이었던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부진했던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SK하이닉스의 매출에서 메모리 반도체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95%에 달하며, 이 가운데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71%다. 이런 매출 구조 때문에 반도체 경기 사이클에 따라 회사 전체가 휘청일 수도 있다. 앞서, 2019년 7월 D램이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같은 해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 하락한 바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D램에 비해 약했던 낸드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90억달러(약 11조원)의 규모로 미국의 반도체 회사 인텔(Intel)의 낸드메모리와 저장장치 사업을 인수했다. SK하이닉스는 인텔에 70억 달러를 우선 지급하고 인텔의 낸드 SSD 사업(SSD 관련 IP 및 인력 등)과 중국 다롄팹 자산을 SK하이닉스로 이전할 예정이다. 그 후 인수계약이 완료되는 2025년에는 20억달러를 지급한 뒤 웨이퍼 설계와 생산관련 지적재산권(IP), 연구개발(R&D) 인력 및 다롄팹 운영 인력 등 잔여 자산을 인수할 계획이다

또 SK하이닉스는 같은 달 비메모리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매그너스 반도체 유한회사로부터 8인치 파운드리 기업인 키파운드리를 5,75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키파운드리는 8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전력 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비메모리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키파운드리를 인수한 하이닉스는 8인치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IC)와 함께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며 생산력을 2배가량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하이닉스는 인텔과 1차 인수 절차를 완성한 후 SSD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미국에 신설 자회사인 ‘솔리다임(Solidigm)’을 신설해 만들었으며 지난 5일 솔리다임과 첫 합작품인 P5530를 출시했다.

하이닉스의 공격적인 인수합병 행보는 올해도 계속된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SK하이닉스의 모회사인 SK스퀘어의 정기주주충회와 SK하이닉스의 주주총회에서 이런 의지를 드러냈다.

박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본사 T타워 수펙스 홀에서 열린 제1회 SK스퀘어 정기주주총회에서 "반도체 업체는 규모가 큰 곳부터 작은 곳까지 인수합병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비메모리 중 설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이자 영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ARM은 삼성전자 퀄컴 등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에게 반도체 설계를 제공하는 회사이며 스마트폰의 ‘두뇌’라 불리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모바일 침 설계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90%에 이르는 기업이다.

다만, 인수가 진행될 시 완전 인수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제 74기 SK하이닉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 부회장은 “ARM은 한 회사가 인수할 수 있는 규모의 기업이 아니다”라며 “인수를 하게 되면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의 이같은 인수합병 행보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승현 경희대학교 교수(전자공학과)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의 구분선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에 한 쪽에 집중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인력과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SK하이닉스가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SK하이닉스는 키파운드리 인수를 통해 생산력을 확보하려했던 것처럼 부족했던 인력과 기술력을 인수합병을 통해 갖게 됨으로써 신사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영식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금보다 올리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신사업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비메모리쪽에서도 파운드리와 설계 부분이 확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에 이런 광폭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 연구원은 “인공지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에 발을 담궜던 메모리 반도체가 아니라 비메모리 반도체 쪽으로도 발을 넓혀야 한다”며 “인공지능 기술중 핵심 기술인 시스템반도체 설계 기술을 보유하기 위해 ARM을 인수하고 기술 확보 이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키파운드리를 인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ARM을 인수하는 것이 설계 역량 강화와 동시에 미래를 위해 필요한 만큼 무리해서라도 진행할 것이라 보기도 한다.

이 교수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서 미래 패권 싸움에서 뒤처지지 않고 기술과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필요한 도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아직 정해진 사항은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췄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주주총회에서 ARM 인수 발언을 한 것은 원론적인 발언일 뿐”이라며 “현재 SK그룹, SK ICT 패밀리 등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들에 관한 인수합병이 검토 되고 있고 ARM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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