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CXO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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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 2002년부터 작년까지 20년 연속 국내 재계 매출 1위를 달성했다. 또 1,000대 상장사 중 800곳 정도가 코로나 상황에서도 매출이 상승하며 1년 새 회사 외형이 16% 넘게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1,000대 기업 매출 규모도 처음으로 1,700조 원을 돌파했고,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기업 숫자도 230여 곳으로 역대 최다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1996년~2021년 사이 국내 1,000대 상장사 매출 현황 분석'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국내 상장사 중 매출 기준 상위 1000곳(금융업·지주사 포함)에 포함되는 기업이다. 매출은 12월 결산 기업 기준이고,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의 개별 및 별도 재무제표 금액을 참고했다. 조사는 지난 1996년 때부터 이뤄졌다.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본격 발생한 지 2년 차에 접어든 작년 기준 국내 1,000대 상장사의 매출액 규모는 1734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금액이다. 2020년 1,489조원과 비교하면 1년 새 매출이 245조원(16.4%↑) 넘게 증가했다.

특히 1,000곳 중 801곳은 2020년 대비 2021년 기준 매출 외형이 증가한 기업군에 속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국내 대기업들은 전반적으로 매출 체격이 커지는 특수를 누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000대 상장사 매출 규모를 주요 연도별로 보면 1996년에는 390조원 수준에 불과했다. 2년 후인 1998년(501조원)에는 500조원을 넘어섰고, 2008년(1,197조원)에 처음으로 1,000조원 시대를 열었다. 2011년에는 1,419조 원으로 매출 외형은 점차 높아졌다. 

그러다 2011년 이후로 매출 외형 성장은 다소 정체기로 접어들었다. 2011년부터 2017년(1,492조원)까지는 1,400조원대에 머물렀다. 2018년(1,537조원)과 2019년(1,508조원)에는 1,500조원대로 진입했지만, 코로나19가 본격 발생한 2020년(1,489조원)에는 다시 1,400조원대로 회귀했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국내 1,000대 상장사의 매출 외형은 단숨에 1,700조원대로 점프했다. 코로나19라고 하는 위기 상황이 오히려 국내 대기업 입장에서는 매출이 오르는 새로운 기회가 되어 준 셈이다.   

1996년부터 2021년 26년 간 1,000대 상장사 매출 변동 현황에서 가장 두각을 보인 회사는 삼성전자다. 1996년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는 매출 15조8,745억원으로 삼성물산과 현대종합상사에 이어 매출 3위를 기록했다. 그러다 2002년에 삼성물산을 제치고 국내 매출 왕좌 자리를 탈환했다. 이때부터 지난해까지 20년 간 국내 재계 1위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최근까지 수성에 성공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02년 매출 1위에 올라설 때만 해도 당시 회사 외형은 39조8,131억 원으로 40조원에도 못 미쳤다. 이후 2010년(112조원)에 매출 100조원 시대에 진입했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199조7,447억 원(연결기준 279조원)으로 200조원에 거의 근접했다. 최근 1년 새 매출증가율은 20%대 수준을 보였다. 올해는 삼성전자가 연결 기준 매출 300조 원, 별도 기준 200조 원을 넘어설 것인지 여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1996년부터 각 년도 별 1,000대 기업 전체 매출 규모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에서도 작년에 11.5%로 가장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0년 11.2% 때보다 0.3%P 정도 높아진 것으로 1,000대 기업 중 삼성전자의 매출 영향력이 더 커진 수치이다.  

지금과 비슷한 경영 환경이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의 매출 왕좌 자리는 향후 10년이 지나도 쉽게 깨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매출 1위로 올랐던 2002년 당시 매출 2위였던 삼성물산과의 매출 격차는 3조원 격차도 나지 않았다. 당시 삼성전자 매출이 100이라고 할 때 삼성물산은 92.7 정도로 매출 외형에 큰 차이가 나지 않았었다. 그러던 것이 작년에는 국내 매출 2위 한국전력공사와의 매출 격차가 100대 29.8로 크게 벌어졌다. 이런 상황만 놓고 보면 국내 재계 판도에서 삼성전자의 매출 왕좌 자리를 넘볼만한 회사가 없을 정도로 매출 초격차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작년 기준 1000대 기업 중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기업은 229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로 많았던 2019년(209곳) 때보다 20곳이나 많아진 숫자다.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230여 곳 중에서도 2020년 대비 2021년에 매출이 10조원이나 넘게 증가한 곳은 5곳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삼성전자가 1년 새 33조4,000억원 넘게 매출액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 이어서 ▲포스코홀딩스 13조4,102억 원↑ ▲포스코인터내셔널 11조3,028억원↑ ▲SK하이닉스 11조323억 원↑ ▲에쓰오일(S-Oil)10조4,683억 원↑ 순으로 최근 1년 새 매출 외형이 10조 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1년 새 매출이 1조~10조원 미만 사이로 늘어난 곳도 32곳인 거승로 나타났다. 1조 클럽에 새로 가입한 곳 중에는 게임업체 '크래프톤'이 눈에 띈다. 이 회사는 연결 기준 매출로 보면 지난 2018년부터 이미 매출 1조원대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 ▲국도화학(1조4,874억 원) ▲선진(1조1,692억원) ▲DB하이텍(1조2,146억원) ▲하림(1조871억원) ▲SK렌터카(1조370억원) ▲팜스토리(1조 356억원) 등은 작년에 매출 1조 클럽에 처음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운 업체인 에이치엠엠(HMM)은 매출이 1년 새 120% 가까이 성장하며 작년에 처음으로 매출 10조 클럽에 당당히 명함을 내밀었다. 이 회사는 2020년 6조2,239억 원 매출 외형에서 작년에는 13조6,645억원 수준으로 한 해 만에 7조원 넘는 매출 외형이 크게 증가했다. HMM과 동종 업계에 있는 팬오션도 2020년 2조1028억원에서 작년에는 4조 492억원으로 매출증가율이 90%를 상회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 매출 외형은 7조원대 수준이었는데 작년에는 4조원대로 1년 새 2조5,000억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호텔, 공연·교육, 중저가 항공, 음식점 및 여가, 여행 업종 등 이른바 '심장(HEART)' 산업에 포함된 중소업체들은 매출 실적이 대체로 저조한 반면 전자 및 반도체, 해운, 석유화학, 철강 등 대기업이 다수 진출한 업체들은 회사 외형이 오히려 커져 업종 간 매출 양극화가 심화됐다"며 "새로 출범한 新정부에서는 코로나 상황에서 비교적 큰 타격을 받은 심장 산업에 있는 업체들이 산업 생태계가 다시 복원 및 활성활 수 있도록 정교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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