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오페아’ 스틸. ⓒ트리플픽쳐스
▲‘카시오페아’ 스틸. ⓒ트리플픽쳐스

- 감정을 뒤흔들며 선명하게 각인되는 서현진의 메소드 연기가 관전 포인트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오는 6월 1일 개봉을 예고한 ‘카시오페아’는 바쁘게 살아가던 30대 여성 ‘수진’(서현진)이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점점 잃기 시작하면서 아버지 ‘인우’(안성기)와 새로운 동행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 작품은 ‘사자’(2019), ‘종이꽃’(2020), ‘아들의 이름으로’(2021)까지 해마다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국민배우 안성기와 ‘또 오해영’(2016), ‘왜 오수재인가’(2022) 등을 통해 정확한 딕션과 최고의 감정 몰입 연기를 선보여온 서현진, 그리고 ‘동주’의 각본·제작을 비롯해 다양한 영화를 통해 관객과 만나온 신연식 감독이 함께한 영화다.

신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로마서 8:37’(2017) 이후 5년 만에 연출을 맡았다.

▲‘카시오페아’ 스틸. ⓒ트리플픽쳐스
▲‘카시오페아’ 스틸. ⓒ트리플픽쳐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나’(주예림)는 엄마 수진이 나타나자 잔뜩 긴장한다. 그리고 공부하는 척한다. 수진의 아버지인 인우도 자기 딸 눈치 보기는 매한가지다.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당당하고 까칠한 성격을 가진 수진. 그녀는 타이거맘(tiger mom)이자 능력을 인정받는 변호사다. 그런 수진은 딸 지나에게 혹독하리만치 일방적으로 지시와 통제를 가하며 공부를 강요한다. 그것도 모자라 미국으로 조기 유학까지 보낼 계획까지 세웠다.

▲‘카시오페아’ 스틸. ⓒ트리플픽쳐스
▲‘카시오페아’ 스틸. ⓒ트리플픽쳐스

지나는 그런 엄마에게 반항한다. 그래서 모녀는 서로 다투기 일쑤다. 인우는 그 모습을 곁에서 물끄러미 지켜본다.

수진과 다툰 뒤 풀이 죽어있는 손녀 지나에게 인우는 길잡이 별자리 ‘카시오페이아’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국에 가더라도 엄마가 별을 보고 찾아올 거라며 손녀를 다독인다.

한편, 깐깐한 성격의 수진은 가사도우미가 하는 일이 자기 성에 차지 않자 해고해 버린다. 그러자 인우는 손녀인 지나를 미국 유학 가기 전까지 함께 돌봐주기로 한다. 그렇게 잠시 아버지, 딸, 손녀 3대의 동거가 시작된다.

▲‘카시오페아’ 스틸. ⓒ트리플픽쳐스
▲‘카시오페아’ 스틸. ⓒ트리플픽쳐스

수진은 아버지 수첩에 적혀있는 메모를 읽어본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 미처 이루지는 못한 아버지의 소원들. 수진은 아버지의 서재에 걸려있는 오래된 어머니 옷도 발견한다. 어머니가 옷을 물려주고 싶어 했다는 아버지 말에 수진은 “요새 저런 정장을 누가 입냐”며 차갑게 말한다. 하지만 쉽사리 옷에서 눈길을 거두지는 못한다.

수진은 외롭게 자랐다. 자기 입으로도 혼자 컸다고 말할 만큼 부모의 정에 굶주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남들에게 짓밟히고 무시당하는 삶이 싫다. 수진의 강한 성격은 그런 환경에서 형성됐다. 딸 지나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카시오페아’ 스틸. ⓒ트리플픽쳐스
▲‘카시오페아’ 스틸. ⓒ트리플픽쳐스

인우는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다. 하지만 수진이 어릴 때 자라는 모습도 보지 못한 채 멀리 떨어져 지냈다. 뭐 하나 해준 것이 없는데 딸은 어느새 변호사가 되고 엄마가 됐다. 그래서 한없이 미안하다.

어느 날 인우는 수진의 전화를 받는다. 수화기 너머에서 수진은 화내며 소리 지르고 있었다. 지나를 빨리 공항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는 것. 하지만 지나는 이미 미국으로 떠나 한국에 없었다. 인우는 수진의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 것을 이때 처음 알게 된다.

아직 30대인 수진은 자신이 초로기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인우는 차츰 기억을 잃어가는 딸의 곁을 지켜주기로 한다.

▲‘카시오페아’ 스틸. ⓒ트리플픽쳐스
▲‘카시오페아’ 스틸. ⓒ트리플픽쳐스

영화 ‘카시오페아’는 치매라는 불치병을 소재로 부정과 모정의 양방향으로 얽혀있는 감정 타래를 풀어가는 작품이다. 여기에 더해 실제 치매 환자와 가족이 아니라면 일반인들은 모를 만한 현실적인 문제 또한 세밀하게 조명한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을 통해 작품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타이틀 롤을 맡은 서현진의 메소드 연기는 영화의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등장인물 간의 정신적·심리적 갈등 감정을 고양시키는 히스테릭한 캐릭터에 대한 표현이 선명하게 관객 뇌리에 각인된다.

▲‘카시오페아’ 스틸. ⓒ트리플픽쳐스
▲‘카시오페아’ 스틸. ⓒ트리플픽쳐스

수진은 딸 지나의 얼굴조차 기억 못 하게 될 자신의 미래를 떠올린다. 그 절망감을 담은 모성의 절규 그리고 내면의 공포를 쏟아내는 차 안 장면에서는 감정적인 거대한 공명이 일어난다. 소름이 돋을 정도다.

누구보다 인생에 대한 투지가 강한 수진에게 찾아온 치매는 자신을 둘러싼 안전하고 평범했던 모든 환경을 일순간에 완전히 뒤바꿔 놓는다. 그 결과, 후반부에는 완전히 변모한 환자 수진을 목도하게 된다. 그 변화의 대비는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위험한 물가에 놓인 아이를 지켜보듯 수진을 애틋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한다.

▲‘카시오페아’ 스틸. ⓒ트리플픽쳐스
▲‘카시오페아’ 스틸. ⓒ트리플픽쳐스

딸 곁을 지키는 따뜻하고 헌신적인 아버지 인우 역의 안성기는 관록에서 우러나오는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인다. 인우는 기억 퇴행으로 마치 아기처럼 변한 딸을 육아 하듯 돌본다. 이런 부녀에게 감당하기 힘든 순간과 위기가 찾아오기도 해 마음 아픈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슬픔과 눈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코믹한 대사와 제스처를 통해 밝은 웃음을 전달하는 지나 역의 주예림이 있기 때문이다.  주예림의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당돌하고 속 깊은 캐릭터 연기는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카시오페아’ 스틸. ⓒ트리플픽쳐스
▲‘카시오페아’ 스틸. ⓒ트리플픽쳐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에 더해 일상과 자연의 풍광이 어우러진 화면 구성이 감성적인 안정감을 가져다 준다.

전체적으로 서사 완급 조절에는 균형감이 있으며 지루함 없는 이야기 진행을 보여준다. 또한 의외로 등장하는 스릴러 요소가 극적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아울러 치매에 걸린 노년의 부모를 돌보는 자식이라는 일반적인 구도를 역전 시킨 설정 또한 신선하게 느껴진다.

신연식 감독은 이 작품의 제목을 표준어 표기인 ‘카시오페이아’가 아닌 일상에서 관용적으로 쓰이는 ‘카시오페아’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이야기도 제목만큼이나 친숙하면서도 공감이 간다.

이 작품은 알츠하이머 환자 가족의 동행 모습을 통해 가족의 진정한 의미란 무엇인지 되새겨보게 한다. 혹시라도 우리가 소홀히 하고 있을지도 모를 가족관계에 대한 회복과 치유의 메시지를 담았다.

밤하늘 카시오페이아가 북극성을 안내해 주듯, 우리 마음 속에서 영원히 빛날 가족애의 길잡이가 되어줄 별자리처럼 아름다운 작품이다. 

▲‘카시오페아’ 포스터. ⓒ트리플픽쳐스
▲‘카시오페아’ 포스터. ⓒ트리플픽쳐스

◆제목: 카시오페아

◆감독: 신연식

◆출연: 안성기, 서현진, 주예림

◆제작: 루스이소니도스

◆공동제작: 주식회사 프레임 콘텐츠

◆배급: 트리플픽쳐스

◆공동제공: 루스이소니도스, 주식회사 위지윅 스튜디오

◆러닝타임: 102분

◆개봉: 2022년 6월 1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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