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능력' 스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미친 능력' 스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니콜라스 케이지와 페드로 파스칼이 선사하는 브로맨스 버디 코미디 완전판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니콜라스 케이지' 하면 떠오르는 영화들이 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더 록'(1996), 존 우 감독의 '페이스 오프'(1997)가 대표적이다. 그는 90년대 명작 액션 영화의 타이틀 롤을 연이어 맡으면서 액션 배우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는 한마디로 전설적인 액션 배우다. 더구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1995)를 통해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는 등 뛰어난 연기력도 입증했다.

한때 한국계 여성과 결혼해 국내에서도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이 대스타는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극심한 부침을 겪는다. 2000년대에 그가 남긴 작품들의 완성도는 대부분 형편없다. 이혼과 낭비벽으로 인한 재정 문제를 메꾸기 위해 닥치는 대로 아무 작품이나 찍었기 때문이다.

▲'미친 능력' 스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미친 능력' 스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니콜라스 케이지는 과거 한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1억5,000만 달러(한화 약 1,896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잃고 빚을 갚기 위해 어떤 배역이든지 맡았어야만 했다"고 밝혔다.

그러던 그가 최근 들어 새로운 작품들을 통해 다시 연기자로서의 부활을 알렸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2018), '크루즈 패밀리: 뉴 에이지'(2020)같은 애니메이션이나 소규모 영화인 '피그'(2021)에도 출연해 장르를 가리지 않는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미친 능력'을 통해 공식적으로 모든 빚을 갚았으며, 이 영화는 나의 인생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이 작품은 그에게 있어 아주 뜻깊은 작품이다.

▲'미친 능력' 스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미친 능력' 스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거절 못 할 100만 달러짜리 아르바이트에 나선 생계형 무비스타

영화는 젊은 시절 장발을 휘날리던 멋진 니콜라스 케이지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현재, '닉 케이지'(니콜라스 케이지)에게서는 과거의 영광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이제는 어떤 배역도 따내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초라한 퇴물 배우 신세다.

이곳저곳 기웃거려보지만, 매번 캐스팅 탈락. 배우의 자존심이고 뭐고 빚 때문에 당장 길바닥에 나앉을 판이다. 이런 닉이 가족에게 좋은 가장일 리 없다.

▲'미친 능력' 스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미친 능력' 스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특히 하나뿐인 10대 딸 '애디'(릴리 모 쉰)와 서먹한 사이인 것이 가장 서글프다. 그런데 애디 입장에서는 공감 능력 제로 아빠 닉이 싫을 수밖에 없다. 100년 전 독일 영화를 억지로 보게 하고, 생일 파티에서는 술주정을 부리는 창피한 아빠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영 좋지 않은 취급을 받는 왕년의 스타 닉에게 어느 날 매니저 '리처드'(닐 패트릭 해리스)가 100만 달러를 벌 수 있는 일감을 소개해준다. 조건은 스페인에 있는 어느 억만장자 생일 파티에 참석하는 것.

닉은 "내가 배우지 광대냐"며 벌컥 화를 내지만, 몸은 이미 안락한 스페인행 비행기 안에 있다. 거절하기엔 너무나도 많은 돈이었던 것.

▲'미친 능력' 스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미친 능력' 스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닉은 드디어 자신에게 100만 달러를 준다는 억만장자 '하비'(페드로 파스칼)를 만난다. 알고 보니 하비는 완전히 닉에게 빠져 사는 그의 슈퍼팬이었다. 심지어 닉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시나리오까지 계획하고 있었다.

하비는 닉의 실물을 영접한 후 감격해서 말을 못 이을 정도지만, 정작 닉은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한 장면을 재현하며 인사불성이 된다.

▲'미친 능력' 스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미친 능력' 스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한물간 무비스타와 억만장자 덕후, 이 두 사람은 점점 묘하게 죽이 잘 맞는 케미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새 진짜 친구가 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등장한 CIA 요원들이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하비가 실은 악명 높고 무자비한 범죄 조직 보스라는 것.

원치 않게 위험한 미션을 떠안게 된 닉은 엉뚱한 사건에 휘말려 든다. 과연 닉은 이 무시무시한 범죄집단 아지트를 탈출해 무사히 할리우드로 돌아갈 수 있을까?

▲'미친 능력' 스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미친 능력' 스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배우 개그가 가득한 코미디 영화

톰 고미칸 감독의 영화 '미친 능력'은 '인질'(2021), '차인표'(2021)와 같은 실존 인물에 기반한 팩추얼(Factual) 장르 영화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이 영화에는 15살에 데뷔해 41년을 영화판에서 보낸 그의 인생과 작품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가 출연했던 작품들에 대한 오마주가 넘쳐나고, 대사 한줄 한줄이 주옥같다. 곳곳에서 코믹 요소가 팝콘처럼 튀어나와 즐거움과 웃음을 안긴다.

▲'미친 능력' 스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미친 능력' 스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속에서는 '콘 에어'(1997)를 시작으로 '이방인의 집'(1949),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1920), '패닝턴2'(2017) 등등 여러 작품들이 등장하거나 거론된다. 영화 지식이 풍부한 시네필들에게는 꽤나 즐거움을 주는 요소. 여기에 미국식 유머 코드가 웃음벨 소스로 뿌려져 코미디극의 풍미를 더 한다.

'니콜라스 케이지'와 '닉 케이지'를 미묘하게 구분 지어 실재와 허구를 자연스럽게 버무린 것도 감상 포인트. 배우 개그가 가득한 이 코미디 영화는 아는 만큼 웃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반대로 모르면 그냥 지나치게 되는 웃음 포인트들도 있는 셈이지만, 니콜라스 케이지의 대표작들을 본 기억이 있다면 대부분 이해할 수 있다.

▲'미친 능력' 스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미친 능력' 스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후반부에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장면이 조금은 부족하게 느껴지는 게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지만 큰 단점은 아니다.

그 대신 니콜라스 케이지와 페드로 파스칼 두 배우가 펼치는 브로맨스 넘치는 버디 무비 스타일의 연기 앙상블이 마지막까지 영화적 재미를 안겨준다. 특히, 영화 전체를 견인하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미친 능력'은 여전하다. 그는 에너지 넘치는 자신의 메소드 연기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음을 이 영화를 통해 증명한다.

▲'미친 능력' 스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미친 능력' 스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외에도 케이트 베킨세일의 딸 릴리 모 쉰이 니콜라스 케이지와의 부녀 케미를 선보이고,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2005~2014), '나를 찾아줘'(2014)의 닐 패트릭 해리스가 감초 연기로 웃음을 준다. 영화 후반부에는 90년대 유명 여배우가 깜짝 카메오로 등장하기도 한다. 존 우 감독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쌍권총도 등장하지만 아쉽게도 비둘기는 날아다니지 않는다.

영화 '미친 능력'은 코미디와 가족 드라마 그리고 범죄 액션까지 모든 것을 한 영화 안에서 균형감 있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작품이다. 니콜라스 케이지라는 명배우를 알든 모르든 107분 동안 영화 속에 푹 빠져들 만한 재미와 완성도를 갖춘 취향 저격 팝콘 무비라 할 수 있다.

▲'미친 능력' 포스터.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미친 능력' 포스터.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제목: 미친 능력

◆ 원제: The Unbearable Weight of Massive Talent

◆ 장르: 범죄, 액션, 코미디

◆ 감독: 톰 고미칸

◆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페드로 파스칼, 닐 패트릭 해리스, 티파니 해디쉬

◆ 수입: 조이앤시네마

◆ 배급: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러닝타임: 107분

◆ 개봉: 2022년 6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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