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 탕웨이, 박해일(사진 왼쪽부터). ⓒ심우진 기자
▲‘헤어질 결심’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 탕웨이, 박해일(사진 왼쪽부터). ⓒ심우진 기자

- 2일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서 제작보고회 개최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2일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제작보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박찬욱 감독, 탕웨이, 박해일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Q. (박찬욱 감독에게) 칸영화제 경쟁 부분 세 번째 수상의 의미는?

박찬욱 감독: 전에는 상장밖에 없었다. 영화제가 바뀌었다. 보기에도 좋고 트로피가 생겨 다행이다. 세 번째 수상보다도 한국에서 개봉해서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가 제일 중요한 문제다.

특히, 이 영화는 전에 만든 다른 영화들보다 좀 더 한국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지점들이 많다. 탕웨이 배우의 한국어 대사가 좀 특별하다. 외국 영화제에서의 수상보다도 기다리고 있는 한국 개봉에서의 결과다. 한국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가 제일 궁금하고 긴장된다.

Q. (탕웨이에게) 칸영화제 방문 소감은 어땠나?

탕웨이: 칸영화제에서 첫 느낌은 많은 사람이 모여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을 오랜만에 본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햇빛이 찬란했고 분위기가 열렬하고 뜨거웠다. 가장 행복했던 것은 오랜만에 박찬욱 감독과 박해일 배우를 만난 것이었다.

Q. (박해일에게) 칸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감상 소감을 말해달라.

박해일: 스크린을 통해 관객을 만나는 것 자체가 오랜만이었다. 박찬욱 감독과 탕웨이 배우와 뜻깊게도 칸영화제에 처음 참석하게 되어 기쁜 마음에 떨릴 정도로 좋은 자리를 가졌다 칸영화제의 환대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Q. (박찬욱 감독에게) 영화의 기획 시작점은?

박찬욱 감독: 3~4년쯤 된 것 같다. 스웨덴 경찰 추리소설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고등학생 때 읽은 후 오랜만에 읽게 됐다. 마르틴 베크처럼 속이 깊고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신사적인 그런 형사가 나오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친절한 금자씨 이후로 함께 해오고 있는 정서경 작가를 오랜만에 다시 만났을 때 다음 작품을 한번 해보자하고 완전 백지상태에서 이야기할 때 이런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여기서부터 출발해보자, 그 사람의 분위기를 예를 들어 박해일이라고 생각해보자 저는 특정 배우를 염두하고 시나리오를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실제로 캐스팅이 안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실제로 박해일 배우를 캐스팅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작가에게 주는 지침이었다. 이름도 박해일의 해를 따서 해준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안개’라는 노래를 너무 좋아해서 정훈희 버전과 송창식 버전으로 한 번씩 나오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별개로 하고 있었다. 안개를 두 번 사용하는 영화라면 당연히 로맨스 영화가 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정서경 작가와 이야기 나눌 때 앞서 말씀드린 형사 이야기와 안개라는 노래를 사용하는 로맨스 영화를 합쳐서 하나의 영화로 만들어보자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형사가 나오는 로맨스 영화 형태가 갖춰지게 됐다.

정서경 작가가 그럼 여자 캐릭터는 중국인으로 하자고 먼저 제안했다. 왜 중국인이냐고 물었더니 그래야 탕웨이를 쓸 수 있다고 했다. 정서경 작가를 딱 한 번 만났을 때 여기까지 정해졌다. 그다음은 대화를 통해 조금씩 발전시켰다.

▲박찬욱 감독.
▲박찬욱 감독.

Q. (박찬욱 감독에게) 영화에 관해 소개 부탁드린다.

박찬욱 감독: 박해일이 연기하는 형사는 일밖에 모르는 사람인데 불면증이 있어서 특히 더 그렇다. 밤에도 잠을 자지 못해 일을 시키니까 부하들이 싫어한다. 그러나 책임감이 강하고 용의자에게도 친절하고 공무원으로서 시민에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철저한 사명감을 가진 넥타이 매고 다니는 형사다. 산에서 떨어져 죽은 남자의 시신을 발견한다.

그 사람이 사고사일까, 자살일까 아니면 누가 밀었을까 등 모든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죽은 사람의 부인을 만나게 되고 그게 탕웨이다. 이 부인이 좀 독특한 면이 보이기 때문에 부하나 후배 형사는 의심을 강하게 갖기 시작하고 박해일이 연기하는 형사는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공정하게 봐야 한다는 입장에서 신문도 하고 수사를 시작하다가 점점 관계가 깊어지게 된다.

Q. (탕웨이에게)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소감은?

탕웨이: 감독님께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다. 들으면서 계속 흥분이 됐고 간식과 물을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야기에 천천히 완전히 진입할 수 있었고 그때 감독님과 작가님의 눈빛이 따뜻했었고 그 느낌 때문에 외국어로 연기해야 했지만 이미 안심이 됐고 걱정이 하나도 없어졌다.

게다가 저는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 스타일을 매우 좋아하는 팬이라 이번에 감독님과 함께 작업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후반 작업 과정에서 감독님이 배우들에게 걱정하지 않게 안심시켜주는 분이라 배우로 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만 하면 됐기에 아주 편하게 일을 했고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감독님께 크게 감사드리고 싶다. 저 때문에 인내해주시고 용인해주셔서 감사하다.

▲탕웨이와 박해일.
▲탕웨이와 박해일.

Q. (박해일에게) 박찬욱 감독과의 첫 작업 소감은?

박해일: 연출을 하진 않으셨지만, 예전에 ‘소년 천국에 가다’라는 작품에 각본가로 참여해 주신 적은 있었다. 박찬욱 감독님을 처음 각인하게 된 기억은 2000년 초 ‘공동경비구역 JSA’다. 하실 즈음 감독님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 영화계의 최전방에서 책임을 지고 무거운 짐을 짊어지시고 가는 분이라는 걸 보고 느끼는 막내의 입장에서 송강호 선배나 그런 배우들 옆에 앉아서 오랫동안 한국 영화계를 고민하고 미래를 생각하고 그런 진지한 모습들을 많이 보아온 후배 입장이었는데 저에게도 마침내 기회가 왔다.

박찬욱 감독님이 영화적으로 걸어온 색깔과 결과들이 너무 훌륭하시다. 감독님의 작품을 보아오면서 떠올려봤을 때 저라는 배우가 감독님의 영화에 잘 맞을 수 있을까 하고 이 작품을 제안받기 전에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만큼 궁금해졌고 그럴 즈음에 좋은 제안을 해주셨다. 처음에는 30분 정도 줄거리를 설명해주셨다.

들으면서 호기심이 컸던 것은 형사 캐릭터다. 그리고 주변에서 멜로 장르 영화를 언제 해보냐는 이야기를 들어왔는데 수사극 안에서 멜로와 로맨스 사이의 지점들을 보여주신다 하니 너무 궁금했다. 감독님이 해오셨던 작품들과 결이 새롭게 변화된 부분과 담백한 톤이 느껴졌다. 제가 좀 더 뛰어 들어갈 수 있는, 도전해 볼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그렇게 시작된 것 같다.

Q. (박찬욱 감독에게) 수사와 멜로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과정은 어땠나?

박찬욱 감독: 각본을 쓸 때 제일 중요한 점이었다. 각본가와 함께 세운 원칙이 절대 어느 한쪽으로 균형이 기울게 하지않자는 것이었다. 칸에서 누군가 50%의 수사 드라마와 50%의 로맨스 드라마라고 표현하면 되겠냐고 확인을 해오길래 그보다는 100%의 수사 드라마와 100%의 로맨스 드라마라는 말이 더 낫겠다고 했다. 말장난이 아니라 분리할 수 없는 점이 핵심이다.

어느 순간에 어떤 관점에서 보면 수사 영화이고 어느 관점에서 보면 러브 스토리다.

다시 말해 형사가 용의자를 만나는 관계, 탐문조사, 자료조사, 신문, 미행하고 잠복근무하면서 들여다본다. 밖에서 기다린다. 이 모든 형사의 업무라는 것이 이 영화에서는 연애의 과정이다.

그래서 분리할 수 없다는 말이다. 신문 과정 자체가 긴 대화인데 여기서 보통의 연인들이 할법한 모든 일이 벌어진다. 유혹과 거부, 밀고 당기고 원망하고 변명하고 하는 연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다 신문 과정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탕웨이.
▲탕웨이.

Q.(탕웨이에게) 서래 캐릭터의 매력적인 부분은?

탕웨이: 서래의 특징은 자기의 매력을 잘 모르는 부분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해준이 잘 알 것 같다.

박해일: 탕웨이 배우가 곧 송서래였던 것 같다. 그만큼 상대역이자 배우로 봤을 때 굉장히 잘 어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라는 것은 감독님이 탕웨이의 매력을 송서래에게 잘 이식시켜 줬다는 생각이 든다. 제가 탕웨이 배우가 걸어온 모든 작품들을 챙겨보지는 못했다. ‘색, 계’와 ‘만추’라는 영화를 감명 깊게 봤는데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가슴 속에 뭔가 알 수 없는 것을 숨기고 있는 듯한 표정, 눈빛이 탕웨이 배우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으로 발산하고 있다는 모습으로 기억했었는데 이 작품에서 그 부분을 최대치로 또는 더 많이 숨기고 확장시키는 캐릭터로 발산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Q. (박찬욱 감독에게) 전작들의 영화 속 여성들은 굉장히 매력적이고 힘을 가지고 있는데 서래는 어떤가?

박찬욱 감독: 서래는 전작들 여주인공들에 못지않다. 서래에 대해서는 정서경 작가가 인터뷰를 통해 잘 표현했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 안에 뭔가 은밀하고 귀중한 것이 담겨 있는 것 같은 표정이다. 영화 캐릭터 포스터 디자인할 때 모나리자 같은 회화 초상화 느낌을 만들어보자 했던 것도 그런 것에 착안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것이 쉽지 않은 인생인데 누구보다 당당하게 소신껏 살아가고 있는 인생이다.

고급스럽고 훌륭한 인생이 아닐지라도 어쨌든 자기 원칙대로 자기 욕망대로 사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매력적인 사람이다. 본받을 만한 위인전에 나올 것 같은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매력이 있고 존중할만한 가치가 있는 그런 사람이다.

▲박해일.
▲박해일.

Q. (박해일에게) 형사 역할은 처음인 것으로 안다. 거기다 해준은 청결하고 예의 바른 인물인데 신선했을 것 같다.

박해일: 장르 영화에 나오는 형사 캐릭터가 제가 소화하기에는 어색할 것 같은 느낌이어서 계속 미뤘었나라는 생각은 했다. 감독님께서 제안해주신 캐릭터는 왠지 모르게 옷이 잘 맞을 것 같은 그런 예상을 했다. 그런 만큼 캐릭터가 남다른 측면이 있다.

친절하고 청결하고 정장에 동적인 상황을 감안해서 구두와 가까운 검정색 운동화를 신는다든가 또는 효율성을 중시해서 많은 주머니에 여러 가지를 넣고 다니는 등 감독님이 만들어준 극 속에 녹아나는 굉장히 멋진 장치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봐주시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해준의 매력은 형사이면서도 우리와 같은 열심히 사는 직업군이다. 불면증도 있긴 하지만 밤샘 근무도 하고 열심히 일해서 승진도 빨리한 그런 친구다. 이정현 배우가 제 아내 역할로 나오는데 주말 부부이기도 하다.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봐주시면 그 안에서 다양한 모습들을 보실 것 같다.

Q. (탕웨이에게) 의심과 동시에 관심을 두는 박해일 배우의 눈빛 어땠나?

탕웨이: 캐릭터 속에서 자기 삶을 대하는 철학적인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 부분은 감독님에게서 이어지는 계승자가 아닌가 싶다.

박찬욱 감독: 박해일 씨가 살인의 추억에서 용의자였는데 국가대표 용의자라고 할 수 있는 배우다. 용의자일 때도 눈빛이 맑아서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린 그런 배역을 잘 해냈다. 이번에도 형사인데 똑같이 맑은 눈빛을 볼 수 있다.

탕웨이: 영화를 본 후 수사 멜로극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해준의 눈빛을 돌아봤을 때 시작할 때는 수사에 공정하고 강직한 형사의 모습을 보이지만 점점 뭔가에 휘말려 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빛이 정제되어있고 디테일하다. ‘살인의 추억’을 비롯해 박해일 씨 영화를 몇 편 봤는데 이 작품에서의 캐릭터를 가장 좋아한다.

 
 

Q. (박찬욱 감독에게) 로케이션이 아름답다. 장소 선택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박찬욱 감독: 이 영화 2부에 해당하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포’라는 가공의 도시는 어떤 특정한 장소에서 찍은 것도 아니고 동해와 서해에서 찍어서 한 장소처럼 합쳤다. 제가 이 영화에서 누릴 수 있는 커다란 사치 중의 하나였다. 아가씨 같은 영화는 실내세트를 호화롭게 지었는데 이 작품은 그런 성격의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세트 지을 돈을 로케이션에 많이 썼다. 자연현상인 눈, 비, 구름, 안개, 태양 이런 것들을 물리적으로 만들기도 했고 VFX CG로 더하기도 했고 그런 것에 예산이 많이 사용됐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들을 보여드리기도 하지만 그곳이 어느 한 곳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찍었고 많은 특수효과가 더해졌다. CG를 했는지 안했는지 모르게 하는 것이 목표인 영화기 때문에 촬영이나 장소를 잘 선택했네! 같은 소리만 듣게 될 거 같아 CG 하는 사람들에게 고생만 많이 시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Q. (박해일 배우에게) 입은 옷이 겉으로 봤을 때는 일반적인 슈트 같은데 주머니가 많았다던데?

박해일: 상의 12개 바지 6개라는 대사가 있다. 주머니 안에는 보습제, 실리콘 장갑, 캔디 등 형사의 입장에서 해준이라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장치라는 생각이 든다. 탕웨이 씨가 맡은 송서래와 감정을 만들어나갈 때 감독님께서 굉장히 재미있는 장치와 속 깊은 장치를 만들어주셨다. 영화를 보시면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거 같다.

Q. (탕웨이에게) 자신의 헤어메이크업과 의상에 본인이 놀랐다던데...

탕웨이: 다른 모습이 너무 좋았다. 해보지 않은 스타일을 해서 굉장히 기뻤고 다른 캐릭터를 할 때마다 다른 모습이 나오는 것은 너무 좋은 일이다. 외형을 통해 숨겨져 있던 모습을 끄집어내는 것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는 다 그렇게 촬영한 줄 알았는데 특별한 영화였다라는 것을 감독님 이야기 들으면서 알 수 있었고 저희는 이 영화 때문에 한국의 거의 모든 곳을 다 돌아다니면서 여행하듯이 볼 수 있었다. 로케이션 중의 한 곳은 지금도 계속 기억이 나는 곳이 있어 또 가볼 생각이다. 영화 개봉하면 그곳이 어디인지 맞혀봐 주셨으면 한다.

Q. (박찬욱 감독에게) 바다라는 장소에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

박찬욱 감독: 바다뿐만 아니라 뭐든지 영화마다 다 다르게 사용된다. 이번에는 인간의 의지를 압도하는 그런 운명 같은 느낌을 더 많이 필요로 했고 안개가 중요했기 때문에 후반 이포라는 도시에서는 해무를 형성시키는, 혼돈의 원천으로서의 자연도 중요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는 바다라는 말로는 부족하고 거센 파도가 참 중요하다. 파도가 가진 거대한 위력을 사용하고 싶었다.

▲탕웨이와 박해일.
▲탕웨이와 박해일.

Q. (박찬욱 감독에게) 영화가 전작들과 결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어떤 부분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박찬욱 감독: 그 전 영화에서 말초신경 자극적인 표현들에 서슴지 않았고 의도했다. 폭력과 정사 장면, 노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구사했다. 그런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들이대듯이 바짝 눈앞에 갖다 대는 그런 류의 영화였다.

이번에는 좀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감정을 숨긴 사람들의 이야기인 만큼 관객이 저 사람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까이 스스로 가서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게 하고 싶었다. 미묘하고 섬세해야 하고 변화를 잘 들여다봐야 해서 그러려면 다른 자극적인 요소는 낮춰야 가능해진다. 음악으로 치면 섬세하고 여린 가수가 노래하는데 반주 드럼이 크다든가 기타 연주가 화려한 음악이다. 그런 음악이 존재하고 좋을 수 있지만, 이 영화는 그런 반주를 낮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탕웨이: 감독님 이전 작품은 맛으로 따지면 무거운 맛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은 직접적이고 굉장히 강렬하게 표현해준다, 음식으로 비교해 말해 담백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예전 작품은 맛이 진한 김치 맛이라면 이번 작품은 제가 태어나서 자랐던 중국 항저우 시후라는 주변의 청량하고 담백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맛으로 따지면 약간의 달착지근하고 달콤한 맛이 있는 게 이번 영화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한다.

박찬욱 감독: 미묘한 내면을 보여주려다 보니 그렇게 됐다. 자기 생각을 아예 숨기거나 반대로 표현하거나 아니면 아주 돌려서 말하거나 중의적인 표현으로 그런 식으로 두 사람 다 표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형식이 더 맞다고 봤다.

Q. (박찬욱 감독에게) 서래와 해준의 언어적 장벽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길 바랐는지 그리고 다음 작품의 행보

박찬욱 감독: 탕웨이 씨가 연기하는 한국어는 아주 훌륭하다. 문자를 보낼 때 특히 다른 어떤 사람보다 완벽한 문장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억양과 발음이 우리와 다르다. 한국인 관객이 잘 아는 한국어인데 낯설다 어딘가 좀 묘하다는 인상을 받길 바랐다. 우리라는 것과 타자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속 해준의 대사에 의하면 너무 정확해서 놀랐다는 식의 그런 정확한 한국어인데 이런 표현을 쓰니까 독특하고 매력 있고 고상하고 우아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공부해서 배운 한국어고 사극 드라마를 보면서 배운 고풍스러운 표현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매력이 있다. 우리말이 늘 쓰는 것이지만 이상하게 들릴 때도 있다. 귀를 기울여서 낯선 한국어를 들으면서 우리가 타자를 어떻게 느끼는지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현재 동조자라는 영어 TV 시리즈의 일부 에피소드 각본가 겸 연출 작업을 하고 있다. 제 꿈은 영어 작품 하나 한국어 작품 하나 이렇게 번갈아 만드는 것이다.

Q. (박찬욱 감독) 서래의 한국어가 이 작품이 전달하고 싶어 하는 미묘한 느낌과 어떻게 연관이 있는지 그리고 한국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의미는?

박찬욱 감독: 정확하게 설명하려면 영화를 보여드리는 방법밖에 없다. 서래의 한국어에는 주의 깊게 선택한 단어들이 쓰인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서래가 답답할 때는 통역기를 쓴다. 통역기를 통해 나오는 건조한 한국어 내용의 의미를 머릿속에서 결합시켜야 한다.

그 내용은 굉장히 격정적이다. 그런 것이 보통의 영화에서는 시각과 청각이 동시에 들어오면서 감정을 파악하게 되는데 이 영화의 어떤 장면에서는 이것이 분리되어 있고 머릿속에서 능동적으로 합쳐져야 하는 그런 장면들이 아주 중요하다.

▲탕웨이와 박해일. 
▲탕웨이와 박해일.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찬욱 감독의 네 번째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헤어질 결심’은 ‘아가씨’ 이후 박찬욱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 영화이자 첫 수사 멜로극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독보적인 아우라의 탕웨이가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 앞에서도 쉽사리 동요하지 않는 사망자의 아내 '서래'에 완벽하게 녹아든 열연으로 모두의 마음을 뒤흔들 예정이다.

박해일은 '서래'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품는 담당 형사 '해준'을 맡아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서스펜스와 멜로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헤어질 결심’은 6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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