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엘비스'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159분간의 가장 강렬하고 뜨거운 감정적 경험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는 데뷔 이래 1977년 사망하기까지 20여 년간 전성기를 누리며 대중음악 역사에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그는 로큰롤 앨범 사상 최초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빌보드 차트 1위 곡 17개 보유, 빌보드 200차트 최다 진입 등 대기록을 보유한 최고의 아티스트다.

영화 ‘엘비스’는 ‘로미오+줄리엣’, ‘물랑루즈’, ‘위대한 개츠비’의 바즈 루어만 감독이 연출한 마스터피스 전기 영화로 위대한 아티스트 엘비스의 순수했던 음악적 영혼과 비극적인 생애를 조명한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엘비스'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엘비스'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1954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선 레코드 스튜디오에 19세의 한 청년이 싱글 음반을 취입한다. 이후 첫 공연 무대에 서게 된 그는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쭈뼛거리며 마이크를 잡는다. 하지만 격정적인 노래와 함께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선정적인 털기 춤 퍼포먼스가 시작되자 객석은 충격에 빠지고 곳곳에서 여성들의 비명이 터져 나온다.

무대 위에 선 남자는 금단의 열매와도 같았다. 그와의 사랑에 빠진 팬들은 이걸 정말 맛봐도 될까, 즐겨도 될까 하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산채로 그를 삼키고 싶어 했다. 세상을 단번에 매료시킨 그의 이름은 ‘엘비스 에런 프레슬리’(오스틴 버틀러).

▲'엘비스'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엘비스'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그 광경을 지켜보던 ‘톰 파커’ 대령(톰 행크스)은 단번에 엘비스가 자신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줄 것을 예감한다. 엘비스에게 접근한 톰 파커는 그를 스타로 키워주겠다며 달콤한 제안을 한다. 그리고는 엘비스의 가족까지 ‘패밀리 비즈니스’라는 이름으로 사업에 동참하게 만든다.

엘비스의 매니저가 된 톰 파커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는 그 존재 자체로 사회현상이 되었으며, 음반 판매와 전국 순회 콘서트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다. 사랑하는 어머니에게 핑크 캐딜락을 선물하고 멋진 집이자 이제는 엘비스 팬의 성지가 된 그레이스랜드도 사들인다.

▲'엘비스'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엘비스'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세계 최초의 아이돌인 엘비스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수직상승한다, 하지만 미국 보수층은 자유분방하고 반항적인 그를 용납하지 않는다. 정치권은 세기의 아이콘이 된 엘비스를 퇴폐적이고 음란한 흑인음악으로 미국을 분열시키는 악마라며 매도한다. 여기에 톰 파커의 탐욕까지 겹치면서 승승장구하던 엘비스에게는 커다란 시련들이 닥쳐온다.

◆ 로큰롤의 제왕...음악이라는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 ‘엘비스’

바즈 루어만 감독은 특별한 연출 감각을 가진 감독이다. 오페라 연출가 출신인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엘비스’는 그 어떤 아티스트 전기 영화보다 몰입도가 높다. 개천승용(開川昇龍)이라는 실화 서사를 시작으로 한 재미 그리고 시청각적 황홀경에 빠져들게 만드는 미술과 음악이 완벽하리만치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엘비스'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엘비스'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엘비스의 전 생애를 바즈 루어만 감독은 세련된 몽타주 기법으로 급류를 타듯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하게 펼쳐낸다.

보수적인 세대들의 혐오와 젊은 세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동시에 받은 그가 걸어온 길은 슈퍼히어로와 닮아있다. 이를 반영한 다이내믹한 편집과 연출이 압권. 도입부 영상은 그가 무대에 선 모습을 코믹북 원고처럼 화면을 분할해 보여준다.

엘비스는 흑인 빈민촌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곳에서 만화잡지 속 캡틴 마블 주니어를 꿈꾸며 현실 탈출을 꿈꾸던 그는 끈적하고 원초적인 R&B와 가스펠을 접하게 되면서 음악적 초능력을 부여받는다. 이런 그의 성장 과정은 훗날 백인이면서 흑인음악으로 90년대 힙합을 평정했던 에미넴과도 비슷하다.

▲'엘비스'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엘비스'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엘비스는 미국 정부의 인종분리정책 속에서도 비비 킹 등 흑인 뮤지션들과 교류하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확장한 인물이다. 그는 비틀스, 밥 딜런, 레드 제플린 등 수많은 아티스트에게 영향을 준 음악계의 슈퍼히어로였다.

하지만 슈퍼히어로가 있다면 빌런도 있는 법. ‘슈퍼맨’의 아치에너미가 ‘렉스 루터’라면, ‘엘비스’의 숙적은 다름 아닌 그의 매니저 ‘톰 파커’다. 톰 파커는 자신이 엘비스를 만들어 세상 사람들에게 선물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는 엘비스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한다. 심지어 엘비스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미움까지도 팔아먹는다.

▲'엘비스'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엘비스'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언젠가는 ‘영원의 바위’에 다다르기를 꿈꿔왔던 엘비스. 그토록 전 세계 각 나라를 돌아다니며 콘서트를 열길 원했건만 그는 톰 파커가 만들어 놓은 라스베이거스 호텔 황금 감옥에 갇혀버린다.

바즈 루어만 감독은 슈퍼스타이면서도 마약에는 전혀 손대지 않고 가족, 음악, 팬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던 엘비스를 나락에 빠트린 가장 큰 원흉으로 톰 파커를 지목한다. 엘비스를 정신적·육체적으로 착취하고 가스라이팅해 그의 수입 50%를 갈취했던 톰 파커라는 부도덕한 인물을 통해 현재도 이루어지고 있는 쇼비즈니스계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엘비스'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엘비스'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불꽃처럼 타올랐던 엘비스의 드라마틱한 삶의 여정에는 오스틴 버틀러가 직접 부른 ‘Baby, Let’s Play House‘를 시작으로 ‘Heartbreak Hotel’, ‘Hound Dog’, ‘Can’t Help Falling in Love‘ 등 엘비스 프레슬리의 명곡들이 사운드트랙이 꽉 들어차 있다.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159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엘비스의 50년대에서 70년대까지 삶을 화려한 연출과 천의무봉같은 예술적인 편집으로 완벽하게 담아낸 에너지 넘치는 영화라는 점이다. 선명한 영상과 풍부한 음향을 감상할 수 있는 특수관에서 감상하는 것이 추천된다.

향년 42세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천재 아티스트의 삶을 조명한 ’엘비스‘는 실존 인물을 다룬 전기 영화 중 가장 강렬하고 뜨거운 감정적 경험을 할 수 있는 마스터피스 작품이다.

▲'엘비스'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엘비스'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제목: 엘비스(ELVIS)

◆ 감독: 바즈 루어만

◆ 출연: 오스틴 버틀러, 톰 행크스, 올리비아 더용 외

◆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관람등급 : 15세 관람가

◆ 러닝타임: 159분

◆ 북미개봉: 2022년 6월 24일

◆ 국내개봉: 2022년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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