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유통사의 매출이 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주요 유통사 매출동향에 따르면 주요 유통사 매출은 전년 동월보다 약 10%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거리두기가 재시행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발 초긴축 통화정책, 미·중 무역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인상 등 국내외 악재가 계속되면서 유통사도 하반기 경영전략에 고심이 깊은 모습이다. SR타임스는 롯데·신세계·CJ·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 4사의 위기 상황 대처와 관련한 하반기 경영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유통 4사는 하반기 기업마다 중장기 투자 계획과 경영 기조를 바탕으로 경제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온힘을 쏟고 있다.

유통사 '맏형'인 롯데그룹은 신사업을 확대한다. 또 기존의 유통·화학·식품·호텔군의 경우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 신세계그룹은 온·오프라인 사업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온라인 시장에서는 '메타버스·대체불가토큰(NFT)·멤버십'을,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스타필드 사업을 각각 강화하고 있다. CJ그룹은 '컬처·플랫폼·웰니스·지속가능성'의 '4대성장 엔진'을 주요 모토로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를 꾀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비전 2030에 담긴 '고객에게 가장 신뢰받는 기업'을 목표로 사업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

◆ 롯데그룹 '뉴롯데' 혁신 기조…신사업 키우기 '분주'

신동빈 롯데 회장은 줄곧 '뉴롯데'라는 기조 아래 혁신과 도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지난 6일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을 단행하는 것도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 가운데 하나다.

롯데는 지난 14일 부산에서 하반기 사장단회의(VCM, Value Creation Meeting)를 진행했다. 이번 VCM에서는 글로벌 시장 급변에 따른 위기 대응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각 사업군의 중장기 전략과 과제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먼저 신 회장은 “부산에서 VCM을 진행한 것은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응원하는 의미”라며 “참석자 모두가 엑스포 유치를 위해 응원하고 노력해달라”고 국가적 행사에 대한 그룹 차원의 지원을 주문했다.

이어 신 회장은 “금리인상, 스태그플레이션 등으로 경제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 영업이익 등의 단기 실적 개선에 안주한다면 더 큰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며 변화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은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로 시가총액을 제시하며 “자본시장에서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원하는 성장과 수익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신 회장은 “자본시장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신 회장은 “좋은 회사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회사”라고 정의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기존의 틀을 벗어난 사업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신 회장은 CEO의 중요한 덕목으로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는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새롭게 정의해달라고 주문했다. 새로운 비전과 전략의 실행에 필요한 변화를 이끄는 리더십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신동빈 회장은 꼭 필요한 일을 적시에 해내자는 의미로 ‘Do the right thing, at the right time’를 제시했다. 반드시 해야하는 일(Right thing)을 고민하고 적시(Right time)에 실행해줄 것을 주문하며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자고 했다.

그룹 계열사의 전략과 과제와 관련 롯데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유통·화학·식품·호텔 등 기존의 4개 사업군에 더해 헬스&웰니스(잘 사는 것), 모빌리티, 인프라를 그룹 주력사업으로 정하고 육성에 나서기로 했다. 또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과 헬스케어 플랫폼,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을 주력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기존의 유통·화학·식품·호텔 사업군의 경우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동시에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을 추진한다.

특히, 주력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롯데마트는 1조원을 투자해 점포 구성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미래형 점포인 제타플렉스, 창고형 할인매장인 맥스, 와인 전문매장인 보틀벙커와 같은 '특화 매장'을 확대하고 다양한 상품군 확보에 힘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보틀벙커는 서울, 창원, 광주에 개점해 지난해 12월 첫 매장을 론칭한 이후 1년도 채 안됐으나 3곳 모두 월평균 매출 신장률이 500%다. 보틀벙커 1호점의 경우 1,320㎡(400평)로 매장이 크다. 취급하는 술 종류는 수천개다.

롯데 관계자는 "보틀벙거로 오픈런(매장을 열자마자 상품을 사러 가는 현상)이 생겼다"며 "고객 맞춤형 아이템으로 구성된 특화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는 운동이나 음주를 중점으로 둔 아이템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세계그룹

​◆ 신세계그룹,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 온·오프라인 강화 '투트랙'

신세계그룹은 온·오프라인 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신세계 유니버스'로의 디지털 피보팅에는 오프라인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신세계는 리뉴얼과 출점을 통한 오프라인 매장 다지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온라인 사업 확장에 역점을 두고 있다.

신세계는 오프라인 사업의 일환으로 몰링의 대표 아이콘으로 기획된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의 추가 출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스타필드는 하남점, 코엑스점 등 7곳이 문을 열었고 수원, 창원, 청라 등에 추가 출점을 앞두고 있다. 게임·영화 등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형 복합 쇼핑몰을 구축해 오프라인 매장의 덩치를 계속해서 키워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는 디지털 영토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4월 대표 캐릭터인 곰 푸빌라를 NFT로 발행하고 이를 활용한 각종 프로모션 및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은 NFT 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신세계푸드에서 최근 상품 중 일부를 NFT로 발행했다"며 "회사별로 경영 비즈니스 환경에 맞춰 NFT를 활용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의 경우 SSG닷컴과 지마켓글로벌이 통합 멤버십을 발표하며 양사의 통합 멤버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이마트, 스타벅스, 백화점 등으로도 멤버십을 차츰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CJ그룹
▲이재현 CJ그룹 회장. ⓒCJ그룹

◆ CJ그룹, 콘텐츠 제작·미래형 식품 개발…글로벌 시장 확대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사내 방송을 통해 "컬처와 플랫폼 중심으로 기존 사업의 글로벌 및 디지털 확장을 가속화할 것이며 웰니스와 서스테인빌리티(지속 가능성)는 기존의 정신이자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조는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5월 CJ그룹은 앞으로 5년간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투자의 절반 이상인 12조원을 콘텐츠 제작 및 미래형 식품 개발 등에 투입한다. 

CJENM이 영화 콘텐츠 제작 사업에서 투자 및 배급으로 독보적인 여세를 몰아왔던 만큼 코로나19 이후로 주춤했던 엔터테인먼트 사업 확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다.

CJ대한통운은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이커머스 플랫폼이 넘쳐나는 만큼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커머스에 최적화된 인프라 및 시스템을 구축한다. 

CJ올리브영은 정보통신(IT) 기술을 적용해 마케팅 및 서비스 고도화하고, 옴니채널 전략 강화로 온라인 성장을 가속화한다. 국내 뷰티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매출 비중 확대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CJ프레시웨이는 실버·키즈 등을 대상으로 한 단체 급식 사업과 제조에서 환경 경영을 실천하며 '친환경적인 유통 환경과 건강한 식문화, 함께 성장하는 사회'라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전략을 구사해 나간다. 

CJ제일제당은 식품 브랜드 '비비고'를 필두로 글로벌 시장 확대를 본격화하며 K-푸드의 브랜드 인지도와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힘쓴다. 이를 위해 만두, 한식 레디밀 등 글로벌 전략제품으로 유럽 K-푸드 시장을 키우고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간다.

CJ 관계자는 "10년 후 경영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3년 단위 중기 계획과 목표로 운영한다"며 "식품군의 경우 비비고를 중심으로 햇반 등 식품 브랜드를 통한 글로법 사업 확장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현대백화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현대백화점

◆ 현대백화점그룹, 생활·문화 분야 투자 등 사업 다각화 추진중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고객에게 가장 신뢰받는 기업'이라는 비전을 내세웠다. 이에 맞춰 현대백화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고객의 소비패턴이나 동선 등을 고려한 계열사별 맞춤형 성장 및 사업 다각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고객의 생활에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모토로 온·오프라인 라이프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고객의 경험을 확장시키는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지하 1층 식품매장에서는 고객이 구매한 과일을 손질해 주는 무료 과일손질 서비스 '프레쉬 테이블'을 지난해 2월 시작했다. 여름 제철과일인 수박 등 손질시 버려지는 껍질이 많이 발생한다는 고객의 불편함에 착안해 고안된 서비스다. 쓰레기를 직접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만큼 주부와 1인 가구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편의점 콘셉트의 신개념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나이스웨더'에 30억원을 투자했다. 더현대 서울 나이스웨더의 경우 지난해 2월 오픈한 후 약 50만명의 고객이 매장을 찾았다. 2030세대가 고객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었다. 해당 매장은 트렌디하고 유니크한 MZ세대의 레트로적인 감성에 맞춰 디자인됐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6월 천연소가죽 소재 커스터마이징 액세서리 스타트업인 '스미스앤레더'에도 20억원을 투자했다. 스마트폰 케이스, 자동차 키케이스, 골프 엑세서리 등을 선보여 차별화된 커스터마이징 액세서리로 인기를 얻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메가 트렌드 및 소비 패턴 변화에 맞춰 미래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사업 중 그룹의 성장전략에 부합하는 생활·문화 분야에 대한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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