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뉴스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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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하나·농협은행 등…2019년 말 이후 3조원 이상 급증

- 보완 성격 대출, 한계기업 증가에 리스크 ↑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국내 은행들의 올해 1분기 유가증권담보대출 잔액이 3년여 만에 3조원 이상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 움직임이다. 나아가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기업대출에 눈을 돌린 시중은행의 여신영업 전략과 맞닿아 벌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금리상승기에 돌입한 만큼 이자 비용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리스크 관리 방안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가증권담보대출은 보통 기업이 주식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상품이다. 2020년 12월부터는 기업이 보유한 특허권과 지적재산권 등도 담보로 인정해 유가증권담보대출에 분류되기 시작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은행권의 유가증권담보대출 잔액은 총 10조2640억원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직전인 2019년 말 대비 48.6% 늘었다. 액수로 따지면 3조3554억원 증가했다.

◆ 유가증권담보대출 규모, ‘국민은행’ ‘선두’…증가폭은 농협은행 ‘82.4%’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유가증권담보대출이 4조20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7.1%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하나은행 역시 1조9,227억원, Sh수협은행은 1조3,752억원으로 각각 28.3%와 38.1%씩 해당 금액이 증가하며 1조원대를 기록했다. 이어 농협은행의 유가증권담보대출이 82.4% 급증한 9,734억원으로 많은 편이었다.

유가증권담보대출은 부동산 등 정식 담보만으로 부족한 대출 한도를 조금이나마 늘리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한다. 통상 융통어음, 백지수표, 비상장주식 등도 함께 활용된다. 보통 대기업은 코스피에 상장된 자사주를 담보로, 중소기업은 코스닥에 상장된 자사주를 활용해 담보비율을 높이려고 한다.

담보인정비율은 높지 않다.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 특성상 50% 내외로 결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가령 20억원 가치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면 은행에서 담보로 인정하는 금액은 10억원이며 실제 대출은 그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진행되는 식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유가증권담보대출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은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다는 반증이다. 담보로 제대로 인정받기 힘든 유가증권까지 동원해서라도 대출을 받고자 하는 수요가 크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문제는 금리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인상)’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기 위축과 고환율로 잔뜩 움추린 기업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준금리가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면서 기업들의 이자 부담은 4조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한은 금통위가 연 1.75%인 기준금리를 연 2.25%로 올리면서 기업들의 올해 대출이자가 3조9,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해당 이자증가액 중 2조8,000억원은 중소기업의 부담액이다. 대기업 1조1,000억원의 두 배를 넘는 규모다.

이런 이유로 영업이익으로 빚 갚기도 벅찬 한계기업이 급증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한계기업 비중은 지난해 16%로 2년 전과 비교해 약 3.6%포인트 높아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 1만7827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일시적 한계기업은 5.4%포인트 더 늘어났다. 추가로 부담해야 이자비용은 8조6,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줄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유가증권담보를) 보완 성격으로 대출을 한 것인데 담보인정비율이 낮음에도 규모가 늘었다는 것은 긴급 자금 조달 성격으로 볼 수도 있다”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추가로 유가증권을 담보로 대출하는 경우가 많지만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고 부정적인 시그널이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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