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섰던 제약·바이오사들이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속속 나오고 있다. 코로나 백신 치료제를 개발한다고 호언했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난 것이다. 현재까지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국내 제약·바이오사는 SK바이오사이언스 뿐이다.

일각에선 제약·바이오사들이 코로나 치료제에 개발에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통상적으로 백신치료제 개발 성공률을 10% 내외다. 여기에 백신치료제를 개발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의 연구개발 투자비용은 외국계 대형 제약사와 비교해 10%도 채 안된다.

정부의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대한 지원도 미비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해 코로나 관련 예산은 총 4,300억원. 이 중 백신·치료제 개발에 지원된 것은 1,500억원이다. 정부는 이 예산으로 백신 치료제 개발에 나섰던 제약·바이오사에 나눠졌는데, 한 기업당 받은 지원금은 수십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은 자국 기업인 모더나에 현재까지 코로나 백신 개발비로 100억달러(12조원)를 무상 지원했다. 화이자에는 선구입 명목으로 19억5,000만달러(2조원)를 지원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제약·바이오사들 입장에서는 수십억원 수준의 정부 예산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녹십자, 대웅제약, 부광약품, HK이노엔, 제넥신, 엔지켐생명과학 등의 제약사들이 공식·비공식적으로 개발 중단 및 포기했다. 

제약·바이오사업계에 따르면 신약개발 분야 특성상 ▲실험실 ▲자금 ▲인력 ▲네트워킹 ▲노하우 등은 필수적 요소로 꼽는다. 특히 코로나 치료제 개발은 다른 분야보다 약 5배 이상 비용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런 핵심요소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연구개발에 뛰어들면, 결국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문제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 실패에 따른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극심한 주가 변동, 이로 인한 기업 이미지 하락 등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주가 하락과 기업 신뢰도 및 이미지 타격을 우려해, 코로나 치료제 포기를 공식화하지 않은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제약·바이오사들이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주가 상승 도구로 활용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제약·바이오사에 대한 불신은 물론, 투자 철회라는 결과로 이어질 게 불보듯 뻔하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바이오·의료 업종에 대한 투자금은 6,758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6.3%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로 좁혀보면 바이오·의료 업종 신규 투자 비중은 16.9%로 최근 4년 새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ICT·서비스에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올 상반기 유통·서비스에도 2위 자리를 빼앗겼다. 2018년~2020년까지 신규 투자비중 1위에는 바이오·의료 업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계속해서 투자 철회가 이어지면, 제약·바이오사들이 빚더미에 못 이겨 잇따라 줄도산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수년 내에 또다른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다시 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때는 제약·바이오사들이 지금보다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만약 제약·바이오사들이 지금처럼 '안일한 행동'을 한다면, 신뢰회복은 커녕 악순환만 반복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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