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의 해외사업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건설업 위축,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정세가 악화되는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잇달아 수주 소식을 전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해외건설 사업의 부흥을 기대하며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힌데다 고유가로 '전통 수주 텃밭'인 중동지역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SR타임스는 건설사의 해외수주 실적과 추석 이후 현지시장 전망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노르웨이 소트라 고속국도 프로젝트 현수교 조감도. ⓒSK에코플랜트
▲노르웨이 소트라 고속국도 프로젝트 현수교 조감도. ⓒSK에코플랜트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건설사들이 추석 이후 해외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중동지역은 고유가의 영향으로 이른바 오일머니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발주시장 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수주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또 정부가 건설사의 해외사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기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해외 인프라 수주 활성화 전략’ 발표에서 “한국은 ‘중동 붐’을 일으킨 해외건설 강국이며 충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다시 한번 해외 건설 활성화가 기대되는 만큼 정부·공공·민간이 수주 역량을 강화해 한 팀으로 연 500억 달러 수주를 위해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과 2022년 해외 수주 추이. ⓒ해외건설협회 종합정보시스템
▲2021년과 2022년 해외 수주 추이. ⓒ해외건설협회 종합정보시스템

◆ 해외수주 전년비 28% 늘어…신시장 늘리고 중동 회복 기대

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는 21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63억 달러) 보다 28% 늘었다. 

수주건수와 시공건수도 각각 352건, 2,215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각각 10%, 8%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지역별로는 ▲아시아(84억 달러) ▲태평양·북미(29억 달러) ▲유럽(25억 달러) ▲아프리카(8억 달러)에서 수주금액이 늘었다.

반면 중동지역은 지난해 같은 기간 44억 달러를 수주했던 데 비해 올해는 37억 달러 수주금액을 누적하며 금액이 줄었다. 

업계에서는 중동에서 발주 시장 움직임을 보이고 추가 수주가 기대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는 등 사업 환경은 나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종결될지 예측할 수 없지만 해외사업은 유가, 환율, 치안 등 외부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전망이 밝지는 않다"면서도 "중동을 중심으로 시장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해외사업은 1년 이상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고 실적으로 집계될 수 있는 계약시점이 중요한데 건설사가 추진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발주청 상황에 따라 사업이 딜레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다만, 올해 정부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언급하고 있고 네옴시티, 인도네시아 상수도 이전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어 긍정적 시그널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프로젝트가 순항한다면 올해 연말에서 내년 상반기에는 실적 개선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왼쪽부터) 지난달 23일 카타르에너지 본사에서 카타르 태양광발전소 건설 계약 후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두번째)와 사드 셰리다 알 카비(세번째) 카타르에너지 대표가 기념촬영을 했다. ⓒ삼성물산
▲(왼쪽부터) 지난달 23일 카타르에너지 본사에서 카타르 태양광발전소 건설 계약 후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두번째)와 사드 셰리다 알 카비(세번째) 카타르에너지 대표가 기념촬영을 했다. ⓒ삼성물산

◆ 삼성물산, 해외사업 선두…롯데건설 전년비 수주 1,140% 증가 '광폭행보' 

주요 건설사 가운데 삼성물산은 올해 해외수주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기준 49억9,920만 달러를 수주했다. 이는 올해 주요 건설사 해외수주 총액의 약 27%다. 삼성물산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신축과 베트남 연짝 3호·4호 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 등을 수주했다.

이어 삼성엔지니어링이 2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러시아 화학 플랜트 프로젝트(11억4,260만 달러)를 수주한 데 이어 7월 쉘사의 말레이시아 육상 가스플랜트(6억8,450만 달러) 등을 수주하며 총 24억3,574만 달러를 기록했다.

3위는 현대엔지니어링으로 이 회사는 올해 약 16억60만 달러를 수주했다. 주요 사업으로는 ▲인도네시아 롯데 뉴 에틸렌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7억5,950만 달러) ▲폴란드 SK넥실리스 동박공장(2억6,750만 달러) ▲미국 조지아 트랜시스 변속기공장 신축공사(7,300만 달러) 등이다.

롯데건설은 해외에서 14억2,330만 달러를 수주했다. 롯데건설은 특히 지난해 같은기간 1억1,470만달러를 수주했던 데 비해 약 1,140% 이상 늘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헝가리 총 4개 국가에서 11개 사업을 수행 중이며 이 가운데 6개 사업이 신규 사업이다.

롯데건설이 신규 수주한 사업으로는 ▲인도네시아에서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법인 라인프로젝트 2건 ▲LGL 베트남 동나이 물류센터 CM ▲중국 롯데 삼양 복합 개발프로젝트 기술자문 ▲중국 롯데 성도 반성강 프로젝트 등이 있다.

현대건설은 ▲싱가포르 라브라도 오피스(2억1,570만 달러) ▲사우디 네옴 컴퍼니(NEOM Company)와 철도 터널 공사(5억7,490만 달러) ▲사우디 Shoaibah PV 380kV 변전 확장공사(9,630만 달러) 등 8억8,690만 달러를 수주했다.

대우건설은 10억180만 달러를 수주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수주 금액이 5억2,760만 달러인 데 비해 크게 증가했다. 올해는 나이지리아 와리 정유공장 긴급 보수공사(4억2,940만 달러)와 베트남 THT H1HH1 복합개발사업(8,120만 달러)을 신규 수주했다.  

GS건설은 올해 새로 수주한 신규 해외사업은 없다. 다만 기존에 체결됐던 해외사업에서 추가적인 증액계약이 발생하면서 올해 5억155만 달러 금액을 추가했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2월 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 부문 계열사 SK에코엔지니어링을 물적 분할하고 이어 3월 노르웨이 정부와 역대 노르웨이 단일 인프라 사업 중 최대 규모로 꼽히는 ‘555번 소트라 고속국도(Rv555 The Sotra Connection)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3억9,920만 달러를 수주했다.

DL이앤씨 자회사인 카리플렉스의 의료용 라텍스 공장을 싱가폴에 짓는 사업을 포함해 올해 약 3억570만 달러를 수주했다. 

포스코건설은 중국 허베이성 강철 공장 사업 등 2건, 1억9,830만 달러를 수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중동에서 대규모 프로젝트 소식이 있지만 재작년부터 중동 발주가 줄며 북미 등 신시장을 개척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사업은 발주부터 수주영업, 계약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만큼 내년에는 회복된 수주 실적이 반영된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발주시장 여건이 좋아지려면 기존에 수주한 프로젝트에서 추가 발주가 활발하게 이뤄져야한다”며 “해외사업은 통상 연말에 발주가 몰리기 때문에 올해 연말에 수주하는 대규모 사업의 경우 내년에 추가수주를 기대하거나 실적반등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추가 수주 가능성과 입찰에서의 경쟁력 등 다각도로 사업성을 검토해 사업에 나서고 있다”며 “중동에서 고유가 영향으로 발주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민관합동으로 국가별 수주전략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외 수주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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