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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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기업 재고 증가가 심상치 않다. 최근 빠르게 증가하는 기업의 재고가 대외 변수에 따른 일시적 조정이 아닌 본격적 경기침체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5일 '기업 활동으로 본 최근 경기 상황 평가' 자료를 통해, 최근 기업 재고 급증이 일시적 조정이 아닌 본격적인 경기 침체 조짐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제조업 재고지수 증가율(계절조정 전년동기비)은 18.0%를 기록해, 분기 기준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분기(22.0%)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특히 재고 증가 흐름이 작년 2분기를 저점으로 최근 4개 분기 연속 상승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대한상의는 "분기 기준으로 장기간 재고지수가 상승세를 보인 것은 2017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올 2분기 기준 '비금속 광물제품'(79.7%), '코크스·연탄 및 석유정제품'(64.2%),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58.1%), '1차 금속'(56.7%) 등에서 재고자산 증가율이 제조업 평균(39.7%)을 웃돌았다.

또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에서도 재고가 쌓이고 있다. 이들 업종이 제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9%에 달한다. 전년 2분기(24.7%) 대비 3.2%p(포인트) 늘었다.

경제력 집중도가 높은 대기업에서 재고 증가가 가파르게 나타나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대한상의가 한국평가데이터에 의뢰해 분기마다 재무제표를 공시하는 제조업체 상장기업(약 1,400여 개)을 대상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대기업의 재고자산은 작년 2분기 61조4,770억원에서 올해 2분기 89조1,030억원으로 약 4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재고자산 증가률 약 28%(7조4,370억원→9조5,010억원)을 압도했다.

대한상의는 재고 증가 원인을 '오버슈팅(초과 생산)' 결과로 해석한다. 기업들이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탄력적인 생산 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품 판매가 줄면, 기업이 생산을 줄이는 것이 당연한 데, 제품 생산 조정보다 수요 둔화 속도가 더 빠르다. 제조업 생산지수는 지난해 2분기 12.4에서 올해 2분기 4.4로 1년 새 8p 줄었다. 반면 제품 판매 동향과 관련된 제조업 출하지수는 지난해 2분기 12.1에서 올해 2분기 0.0로, 12.1p 더 급격히 줄었다.

문제는 3분기 이후 생산 감소가 본격화되면 경기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공장 가동률을 낮추게 되면 유휴 인력이 발생하고 그만큼 고용과 신규 시설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미 상당수 기업은 올해 채용 및 시설투자를 재검토하거나 보류하는 추세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하반기 정책당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며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정부가 최근 무역수지 개선, 중장기 수출경쟁력 강화 지원 등 수출 종합 전략을 발표한 만큼 이를 조속히 실행에 옮기는 한편 코리아 세일 페스타나 동행세일 등 내수 진작을 위한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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