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픽사베이

- 대형사 “합리적 경쟁방식…입지 선별해 입찰 나설 것”

- 중견사 “기존에도 일부 제한규정 있어…실효성 글쎄”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내 이른바 ‘벌떼 입찰’을 방지하기 위한 ‘1사 1필지’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대형건설사와 중견건설사의 반응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벌떼 입찰이란 건설사가 공공택지 낙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와 같은 계열사를 동원해 편법 입찰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전날 3기 신도시 공급을 위한 시공사 공모에 나서기 앞서 벌떼 입찰을 근절하겠다는 목표로 1사 1필지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공공택지 입찰 모기업과 계열사가 1개 필지에 1개사만 추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건설사의 계열사인 B건설사가 있다면 A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할 시 B건설사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오는 2025년까지 3년간 공공 택지 경쟁률이 과열되는 규제 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과밀억제권역)의 300가구 이상 택지를 대상으로 시행 한 뒤 성과를 점검해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1사 1필지와 관련 일부 기업이 필지를 독식하는 경우를 제한하게 되는 만큼 보다 합리적인 경쟁방식 도입이라고 보는 시선이 있다. 반면 기존에도 공공택지 입찰 비중이 클 경우 입찰을 일부 제한하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1사 1필지 제도까지 도입하는 데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목소리도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보다 합리적인 경쟁방식이 도입됐다고 반겼다. 반면 중견건설사들은 공정한 경쟁을 위한다는 제도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겠지만 대형건설사에 비해 공모에 당선될 경쟁력이 부족해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공정한 경쟁이 필요하지만 중견건설사 가운데 회사가 성장하며 자본력이 생긴 경우 입찰 보증금을 마련하기가 비교적 어렵지 않아 수많은 법인을 만들어 땅을 필지를 확보하는 행위가 있었다”며 “대형건설사 뿐 아니라 보다 규모가 크지 않은 중견건설사에게도 고르게 기회가 분배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모든 필지의 공모가 한 번에 진행되지 않고 별도로 시차를 두고 공모가 진행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영향은 있지만 합리적인 경쟁의 룰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벌떼 입찰로 불리던 행위가 위법이 아니었더라도 편법은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1사 1필지 제도가 벌떼 입찰 행위를 제지할 수 있는 제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벌떼 입찰을 제지하는 것 자체가 이로 인해 기존에 피해를 봤던 또다른 건설사들에게 공정한 경쟁구도를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중견건설사에서는 1사 1필지 제도가 도입될 경우 대형건설사에 비해 입찰 보증금을 마련할 자본과 설계 등 경쟁력 차이가 나기 때문에 공모에서 밀리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사업 규모나 상징성 부분에서 공공택지 사업이 민간택지, 정비사업보다 매력도가 떨어질 순 있겠으나 택지 낙찰 이후에는 사업진행에 리스크나 잡음이 없어 순탄한 편이고 실적이나 매출에 높은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며 “민간택지나 재개발, 재건축 사업 등 수주사업에서 이미 대형건설사의 브랜드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데 1사 1필지로 제한되는 것은 이전보다 사업의 기회가 줄어드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도 “대형건설사들이 기존에 공공택지 사업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대형건설사가 기존에 1기 신도시가 공급될 시점에 해외사업에서 성과가 있었던 만큼 국내 주택사업에는 지금과 같이 관심이 없었는데3기 신도시의 경우 입지 장점이 있고 주택사업에 상징성이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이번엔 분위기가 또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도 1사 1필지 제도 외에 공급 실적 등에 따라 입찰 참여를 일부 제한하는 공공택지도 있기 때문에 당장의 1사 1필지 제도 도입의 실효성과 필요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대형건설사를 비롯해 1사 1필지로 제한될 경우 중견사의 입장에서 낙찰 폭을 넓히는 데 좋은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고 시장경제에 제도를 도입해 제한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중견건설사 사이에서도 입장차가 있다. 벌떼 입찰 자체가 일부 건설사에게 유리한 편법 방식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에 여러 법인을 만들어 벌떼 입찰 행위를 할 만큼 규모가 되지 못했던 건설사에겐 공공택지 사업에 뛰어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기존에도 공공택지 공급 실적 등을 기준으로 입찰 참여에 대한 1차 필터링이 진행돼 왔었는데 1사 1필지가 도입되면 벌떼 입찰 행위를 막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며 “1개 필지 입찰 보증금이 100억원일 경우 10개 필지에 참여해 낙찰 확률을 높이려면 1,000억원이 필요했는데 중견사 안에서도 체급차가 있기 때문에 소규모 건설사가 진출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페이퍼 컴퍼니와 같은 계열사의 참여가 줄어드는 만큼 큰 규모의 입찰보증금을 마련해두지 않아도 이전보다는 비교적 낙찰 확률을 높일 수 있어 그간 참여하지 못했던 더 작은 규모의 건설사의 참여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대형·중견건설사들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앞으로 정부 발표에 따라 지주사와 계열사가 별도법인, 종속법인인지 관계에 따라 참여 제한 여부가 다시 가려질 수 있어 세부적인 후속조치를 지켜보겠다는 데는 입장이었다. 

한편, 국토부는 오는 2025년까지 3년간 공공 택지 경쟁률이 과열되는 규제 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과밀억제권역)의 300가구 이상 택지를 대상으로 시행 한 뒤 성과를 점검해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1사 확인 기준은 공정거래법에 따른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경우다. 외부감사법에 따른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인 등 특수관계자에 해당하는 경우 최근 1년간 감사보고서를 파악한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택지 공급자는 당첨업체 선정 즉시 지자체에 해당 업체의 페이퍼컴퍼니 여부 등을 점검 요청하고, 지자체는 30일 이내 점검 결과를 통보할 계획이다. 택지 관련 업무 수행 과정에서 모기업의 부당한 지원을 방지하기 위해 택지 당첨 업체가 관련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는 경우 택지공급 계약을 해제하고 앞으로 3년간 택지공급이 제한된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