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증인 혹은 참고인으로 총수가 나갈 경우 밤새 예상 질의를 만들고 연습한다. 공격적인 질문이 나올 것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가 되는 사안을 정확히 짚지도 못하고 말도 안 되는 질문으로 당황스럽게 하거나 발언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큰소리치는 국회의원이 더러 있다." 

기업인들의 한숨섞인 푸념은 매년 국정감사에서 들려온다. 일부 의원들이 매년 '정책 국감'이라는 명목으로 기업인들을 불러놓고 호통치고 망신주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

국감장을 갈 때마다 일부 의원들이 문제의식을 제대로 짚지 못한 채 질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아니고요. 의원님"만 반복하는 기업인들과 "뭐가 아니야, 아직 정신 못차렸어요?"라고 호통치는 의원들의 말들이 매년 국감 때마다 들려왔던 하나의 공식이 된 것처럼 말이다. 

올해 국감에서도 기업인들은 줄줄이 소환된다. 30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감 증인으로 선정된 기업인의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17대 국회에서는 평균 51.8명, 18대에서는 76.5명의 기업인을 증인으로 불렀다. 특히 19대에서 기업인 증인이 120명으로 늘더니,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였던 지난해에도 119명이 기업인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올해는 전직 기업인이나 공기업 관계자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감이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는 데 있다. 국감은 국민의 세금을 쓰는 정부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세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정책은 올바르게 가고 있는지 등을 감사하는 자리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국감은 이런 방향보다 정치인들이 호통치는 모습, 기업인들이 혼나는 모습에 더 익숙해져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국감에서도 어김없이 기업인들은 증인이나 참고인 신분으로 참석한다. 기업인들이 '국감 공포증'을 호소하는 이유다. 

일각에선 기업인 소환을 두고 의원들이 기업을 꼬투리 잡아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행태에만 치우쳐 있다고 비판한다. 이런 식이면 국감자리를 비웃는 국민들만 더욱 늘어나게 되고 의원들에 대한 반감 또한 더욱 커진다. 

이제는 권위보다는 합리와 타당이 더욱 익숙해진 시대가 됐다. 국민들은 호통보단 논리적인 지적과 합리적인 논쟁으로 증인을 꼼짝 못하게 하는 의원에 더욱 열광한다.

누구보다도 바쁜 기업인들이다. 권위를 내세워 유명 기업인을 소환해 국회의원들의 이름을 알리는 시대는 지났다. 이왕 불렀으면 기업인들의 발언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호통만 치다 끝내지 말고, 합리적인 논쟁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국감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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