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24Gbps GDDR6(Graphics Double Data Rate) D램' 이미지.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24Gbps GDDR6(Graphics Double Data Rate) D램' 이미지. ⓒ삼성전자

국내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 상품인 메모리반도체의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올해 3분기 양 사는 반도체 산업을 기준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감소하는 등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올해 4분기에도 영업이익이 모두 역성장해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적어도 내년 하반기는 돼야 회복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양 사의 경영전략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이에 SR타임즈는 각 사의 올해 성적표를 돌아보고 내년 경영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반도체 매출 4분기 부진 전망…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듯

[SRT(에스알 타임스) 이승규 기자] 국내 반도체 기업이 반도체 산업의 부진으로 지난 3분기 이후 '기나긴 겨울'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투자·생산량을 유지하며 위기를 기회로 삼을 방침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부진을 겪고 있다. 당초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인한 세트 수요 둔화, 중국 봉쇄 장기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 등으로 인해 올해 상반기부터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견고한 실적을 거뒀다. 올해 2분기까지 삼성전자의 반도체(DS) 매출을 보면 55조5,36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41조1,743억원) 대비 32.6% 성장했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이 본격화되며 3분기부터 본격적인 부진에 들어섰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주요 제품인 낸드플래시(NAND)의 올해 3분기 글로벌 시장 규모는 전 분기 대비 24.3% 감소한 137억1,000만달러(약 18조3,439억원)으로 집계됐다. 낸드 비트 출하량과 평균판매가격도 6.7%·18.3% 하락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DS부문에서 23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26조4,100억원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수치다. 이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내줬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분기까지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였던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미국의 인텔에게 그 자리를 내주며 2위로 떨어졌다.

오는 4분기에도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에 삼성전자의 NAND 시장 매출이 20% 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올해 4분기 반도체 부분에서 매출 21조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예상치가 맞다면 전년 동기(26조원) 대비 20% 감소하게 된다.

▲삼성전자 2022년 실적 및 2023년 실적 전망. ⓒ하이투자증권
▲삼성전자 2022년 실적 및 2023년 실적 전망. ⓒ하이투자증권

증권가는 내년까지 이같은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재고가 쌓이고 있어 감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내년 메모리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24% 감소한 1,014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17년 이후 가장 저조한 수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내년 반도체 실적도 뒷걸음질 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이런 상황을 '정면돌파'를 통해 해결해 나갈 방침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대부분 긴축경영을 선택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투자금과 생산량 조정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른 기업들이 긴축경영을 실시할 때 압도적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앞서 나간다는 것이 그 골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 감산 계획도 투자 수축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미국의 금리 인하와 반도체 업체들의 재고관리로 따른 공급량 감소로 내년 하반기는 돼야 회복될 것이라는 게 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요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 하반기부터 기술력·물량 부문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경영학부)는 "내년 하반기쯤 미국의 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보이며 반도체 기업들이 재고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공급량이 줄어들어 메모리 반도체가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이같은 물량 공세가 치킨게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수준의 인프라 투자와 생산량을 유지한다면 원가경쟁이 심해져 '치킨게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치킨게임은 단기적인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경영 행보이다. 삼성전자는 2007년과 2010년 두차례에 걸쳐 대만 D램 업체들의 가격인하로 시작된 치킨게임에서 승리하며 업계 1위의 자리를 수성한 바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교수(경영학부)는 "삼성전자가 물량공세를 통해 시장 패권을 가져가려 할 것"이라며 "산업이 불황일 때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은 매뉴얼과 마찬가지인데 이를 역으로 한다는 것은 상대 경쟁사들을 제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런 삼성전자의 경영 전략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ㄷ.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떨어져 재고가 감당안될 정도로 쌓이면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감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경영학부)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강경책을 진행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반도체 수요 사이클이 돌아오지 않아 가격 하락의 악재가 계속되고 재고가 쌓이게 된다면 감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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