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운반선의 모습.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한화에 인수됐다.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운반선의 모습.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한화에 인수됐다. ⓒ대우조선해양

- 업종별 희비…조선·자동차·해운 ‘미소’, 철강·석유화학 ‘우울’

[SRT(에스알 타임스) 이승열 기자] 2022년 산업계는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벗어나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그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에너지·공급망 위기가 시작됐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또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 등 주요국이 앞다퉈 금리를 올리면서 국내 산업계는 이른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늪에 빠지게 됐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미‧중 갈등 등 글로벌 이슈도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국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하면서 보호주의 산업통상 정책도 본격적으로 한국을 억압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 법에는 외국산 전기차 차별대우 조항이 담겨 국내 전기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내년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인상 등의 악재가 계속되면서 한국 경제가 ‘3고 터널’을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은행(1.7%)과 한국개발연구원(1.8%)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이 내놓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대에 그쳤다. 또 지난 10∼11월 수출액이 코로나 확산 초기이던 2020년 3∼8월 이후 처음으로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면서 수출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조선사, 10년만에 슈퍼사이클…전문인력 부족·노조 파업은 ‘리스크’

올해 조선업계는 10년만에 도래한 슈퍼사이클(초호황기)로 수주 잭팟을 터뜨리며 2년 연속 목표 초과 달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노조의 파업으로 긴장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월 16일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대우조선해양과 관련된 오랜 불안정성이 해소됐다. 

올해 국내 조선 빅3(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는 친환경 연료 선박 수요에 힘입어 지난해에 이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올해 여름 빅3 가운데 가장 먼저 조기 목표 달성에 성공한 한국조선해양은 현재 195척 234억5,000만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수주 목표인 174억4,000만달러의 약 134%에 도달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까지 LNG운반선 38척, 컨테이너운반선 6척 등 총 46척 약 104억달러 상당을 수주해 올 목표 89억달러 대비 117%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LNG운반선 36척, 컨테이너선 9척 등 총 49척을 수주하며 목표 88억달러의 107%인 94억달러를 기록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조선 3사 모두 이 같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탄소중립 시대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친환경 연료 선박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 가장 컸다. 친환경 연료 선박은 벙커C유와 LNG·LPG·메탄올·에탄올 등을 함께 연료로 사용하는 이중연료추진선,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추진선, LNG를 운반하면서 연료로도 사용하는 LNG운반선 등을 말한다. 

하지만 선박 건조에 필요한 전문인력 감소와 노조의 대규모 파업으로 인한 작업 지연은 변수로 작용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 전체 종사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9만2,687명에 그쳐, 2014년(20만3,441명)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여기에다 대우조선해양은 대규모 파업으로 인해 8,000억원대의 손해를 보며 작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달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노조의 사상 첫 공동 파업이 단기간에 끝나 가슴을 쓸어내렸다. 

조선업계는 양호한 수주실적에 환영하면서도 전문인력 충원 등 인력난 해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기침체·자연재해·화물연대 ‘삼중고’ 철강사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됐던 최근 3년간 수혜를 누린 업종 중 하나인 철강사들이 올해는 삼중고(三重苦)의 해를 보냈다. '3고'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어든 데다 태풍 힌남노로 인한 생산 차질, 화물연대 총파업까지 겹쳐 지난해 동기 대비 실적이 대폭 줄었다. 철강업계는 이 같은 불황 기조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업계 1위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4분기 예상 영업이익(증권사 전망치 평균)은 8,4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업계 2위인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8.01% 감소한 3,242억원을, 동국제강은 18.61% 줄어든 1,53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는 고환율·고유가 사태와 맞물린 글로벌 경기침체를 들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중국발 건설산업 침체로 전 세계 철강 수요가 급감한 것이 타격을 줬다. 중국은 최대 철강 소비국이자 생산국으로 철강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아울러 3분기 당시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서면서 수입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해 철강사들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철강사들은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 등의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9월에는 태풍 힌남노 여파로 포항제철소 전체가 침수되면서 생산마저 차질이 생겼다. 포항제철소의 열연·후판·선재·냉연·전기강판·STS 등 모든 압연라인이 침수된 것. 포스코는 침수 피해로 약 4,355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4분기에 약 3,000억원 가량의 복구비용이 추가로 들 것으로 내다봤다. 

설상가상으로 철강업계는 지난 6월과 11월 두 차례의 화물연대 파업으로 하루 10만톤의 제품 출하 차질을 겪었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피해규모를 약 1조5,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내년에도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 부동산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철강 수요의 회복은 불투명하다. 세계철강협회(WSA)는 내년 철강 수요 증가율을 종전 2.2%에서 1.0%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또 고강도 긴축 통화정책으로 글로벌 철강가격 약세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 악재 딛고 회복세…美 IRA 파고 넘을까

올해 국내 완성차업계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반도체 수급난, 화물연대 파업,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무역 분쟁 등 각종 악재가 쏟아졌지만,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수급난이 일정 정도 해소되고 친환경차 판매가 늘어나며 활로를 찾는 모습이었다. 르노코리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는 사명을 바꾸며 새 출발을 예고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최근 공개한 ‘2022년 자동차산업 평가 및 2023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업계는 글로벌 악재 속에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수급난이 일정 부분 해소돼 생산이 증가하면서 내수와 수출이 동반 회복세를 보였다. 완성차 5개사의 올해 1~11월 누적 판매는 677만3,724대로, 악재를 딛고 전년 동기(654만4,057대) 대비 성장세를 기록했다.

내수 판매는 상반기와 하반기가 극명하게 갈렸다. 상반기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으며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했다. 반면 하반기에는 출고 대수가 늘어나면서 연간 판매량은 전년보다 2.3% 감소에 그친 169만5,000대로 예상된다.

르노코리아와 쌍용차의 변신도 자동차업계 주요 이슈였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3월 르노삼성자동차에서 르노코리아자동차로 사명을 변경하며 이름에서 삼성을 지우고 새로운 출발에 나섰다. 지난 8월 KG그룹에 인수되고 11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쌍용차는 최근 사명을 KG모빌리티로 바꾸기로 했다. 

자동차업계의 최대 이슈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8월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다. IRA는 북미지역에서 조립 완성된 전기차에만 소비자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IRA의 시행으로 당장 국산 전기차는 대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현대차와 기아의 현지 전기차 공장은 2024년 말 또는 2025년 완공된다. 

정부는 IRA 대응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내년 3월 말까지 배터리 부품과 광물 조건에 대한 하위 규정(가이던스)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가이던스에 우리나라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아울러 ‘보조금 3년 유예’를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의 통과를 위해 힘쓰고 있다. 

◆해운사, 운임 하락에도 역대급 실적 이어가

올해 해운업계는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실적을 넘어서는 신기록을 세웠다. 코로나 특수를 잘 활용하고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하며 좋은 실적을 이어갔다.

코로나19가 초래한 공급망 차질로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폭등한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2022년 1월 사상 최고치인 5,109.6을 기록했다. SCFI는 상하이 수출 컨테이너 운송시장의 15개 항로 운임 평균 값으로, 해운시장 시황을 진단하는 척도로 활용된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물동량이 감소하고 각국에서 코로나 봉쇄 정책 완화를 통해 국경을 열기 시작하면서 컨테이너 운임도 급격히 하락했다. 12월 16일 기준 SCFI는 1,123.29로, 코로나19 이전 운임 수준으로 회귀했다. 

그럼에도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실적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집계한 연결기준 HMM의 매출은 15조58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0% 늘었다. 누적 영업이익도 8조6,86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간의 2배 이상으로 뛰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은 4분기 영업이익 1조3,773억원을 기록해 올해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복량을 늘리고 선박·터미널·물류시설 등에 투자를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한 것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국내 1위 벌크선사인 팬오션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 팬오션의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9,996억원, 6,324억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59.3%, 79.5% 상승했다. 컨테이너선과 유조선(탱커)의 활용도를 높이며 건화물선(광물·석탄·곡물) 실적 하락분을 상쇄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대한해운 또한 전략적인 선대 운영으로 이미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다만 해운업계는 선사들의 4분기 실적이 누적된 운임 약세 때문에 주춤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MM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48.96% 줄어든 1조3,773억원, 팬오션은 18.71% 줄어든 1,79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전망도 어둡다. 업계는 운임 하락에 따른 실적 부진이 본격 반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유화학사, 고유가·수요부진에 실적 ‘뒷걸음’

올해 석유화학업계는 지난해와 달리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 봉쇄에 따른 수요 부진까지 더해지면서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 석유화학업계 4사가 모두 석유화학 부문에서 지난해보다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3분기 실적을 보면,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이 91.4% 감소한 926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솔루션도 케미칼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5% 감소한 1,197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영업손실 4,329억원을 기록,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안았다. 금호석유화학은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63.1% 감소한 2,305억원을 기록했다.

석유화학업체들의 부진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유가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 여기에 고환율, 고물가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화학업계 실적의 핵심지표라 할 수 있는 에틸렌 스프레드(나프타 가격과 에틸렌 가격 차이) 악화가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 통상 에틸렌 스프레드의 손익분기점은 톤당 300달러 수준인데, 지난 3분기 대부분 톤당 80달러에서 200달러대를 오갔다. 수요 감소 역시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석유화학제품 판매(내수+수출)는 4,831만5,000톤으로 지난해 4,980만1,000톤보다 148만6,000톤(2.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가전 '부진'…통신3사 5G 가입증가로 실적 개선

올해 전자·IT업계는 명암이 엇갈렸다. 반도체와 가전은 실적이 나빠진 반면, 통신사들은 호황을 맞고 있다. 

먼저 반도체 업계는 역대급 한파에 잔뜩 움츠린 모습이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여파로 국내 기업의 주력 분야인 메모리반도체의 실적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DS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이 1조8,73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8조8,480억원)보다 79%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의 대부분을 메모리 반도체에 의존하는 SK하이닉스는 4분기 6,4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SK하이닉스가 분기 적자는 2012년 3분기 이후 약 10년 만이 된다.

내년 반도체 시장 전망도 어둡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내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전년보다 4.1%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2019년 이후 4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이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가전업계도 불황을 맞았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DA)는 매출 14조7,500억원, 영업이익 2,5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무려 67%가량 줄었다. LG전자도 생활가전을 맡은 H&A(Home&Appliance)사업본부의 3분기 영업이익이 2,28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났다. 

양사가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TV시장도 암울하다. 올해 3분기 글로벌 TV 출하량은 5,139만대로 지난 분기 대비 12.4% 감소했다.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은 지난 1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인 2억2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실적 개선에 환호하고 있다. 3사의 올해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1조2,036억원으로 전년 대비 8.6% 늘어났다. SK텔레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5% 늘어난 4,65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KT는 18.4% 증가한 4,529억원, LG유플러스는 3% 늘어난 2,851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연속으로 합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기면서 연간 합산 영업이익 4조원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호실적은 5G 가입자 수 증가와 신사업 매출 성장이 반영된 결과다. 국내 5G 가입자 수는 9월 기준 2,622만명으로 연내 2,700만명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 무선 매출을 보면 SK텔레콤은 2%, KT는 1%, LG유플러스는 2.1% 늘어났다.

3사가 탈통신 전략으로 추진한 신사업의 성과도 드러나고 있다. 3분기 SK텔레콤의 미디어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6% 증가했으며,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사업도 8.9% 성장했다. KT의 미디어·콘텐츠 사업 등 B2C 분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 늘었다. LG유플러스도 스마트홈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