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력사 61% "대기업 ESG 요구 부담"…시설·설비·자금 지원 4.6% 불과

[SRT(에스알 타임스) 이승열 기자] 대기업 10곳 중 9곳은 협력사를 대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실천이 제대로 되는지 평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협력사 ESG 관련 지원은 아직 미비해 중소 협력사들이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대기업의 협력사 ESG 관리현황’ 조사 결과를 지난 10일 발표했다고 11일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이번 조사를 위해 시가총액·매출액 상위 주요 대기업 30개사(공기업 3개사 포함)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2019∼2021)를 분석하고, ESG 평가 담당부서와 대기업의 ESG 평가를 받은 경험이 있는 협력사(108개사)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대기업 30개사 중 협력사에 대한 ESG 평가를 실시한 곳은 2019년 17개사(56.7%)에서 2021년 26개사(86.7%)로 늘었다. 이는 대기업이 공급망의 ESG에 대한 관리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ESG 평가항목 수도 적게는 30문항부터 많게는 120개 문항에 이르렀고, 분야도 환경·안전·인권·보건·윤리경영 등 다양했다. 

특히 탄소중립과 관련해 협력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 또는 집계하고 있는 대기업도 14개사(46.7%)에 달했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집계를 하지 않는 대기업들도 향후 측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혀, 협력사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제출 요구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평가를 수행 중인 대기업(26개사) 중 18개사(69.2%)가 평가결과를 인센티브(13개사), 페널티 부여(16개사) 등의 방식으로 구매정책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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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들도 108개사 중 58.3%가 ‘거래 대기업의 ESG 평가 수준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고 응답해, ESG 평가 강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또 61.1%가 ‘대기업의 ESG 요구가 부담된다’고 답했고, ESG 경영 요구 수준 미달 시 거래량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30.5%에 달했다. 

하지만 거래 대기업의 ESG 관련 지원이 있냐는 질문에는 42.6%가 ‘없다’고 응답했다. 또 대기업의 지원이 필요한 항목으로 ‘ESG 관련 시설·설비개선’(20.4%), ‘ESG 관련 자금’(19.4%), ‘교육’(10.2%) 등을 들었으나, 실제 대기업의 지원은 ‘교육’(39.8%), ‘컨설팅’(25.0%)이 주로 이뤄지고 있었고, 정작 필요한 ‘시설·설비·자금 지원’이 제공되고 있다는 응답은 4.6%에 불과했다.

실제 평가를 진행 중인 대기업 26개사 가운데 ESG 교육 및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힌 기업은 12개사(46.2%)였다. 이 중 ESG 관련 시설·설비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밝힌 기업은 2개사(현대제철·SK하이닉스)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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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A사 담당자는 “최근 거래처들의 ESG 평가요구가 늘어나고 그 수준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평가 대응에 인력·비용 부담이 커서 이에 대한 비용 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조 중견기업 B사에 납품 중인 중소기업 C사의 담당자는 “작년 하반기에 처음으로 ESG 평가에 응답하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ESG 평가내용이 중소기업 수준에서 현실적으로 관리·달성하기 어려운 내용이라 지나치게 이상적인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느껴졌다”고 부담을 토로했다. 

반면 한 대기업 ESG 평가 담당자는 “영세한 협력사들이 많아 관리 대상 범위를 어느 정도로 설정할지 고민된다”며 “대부분의 협력사가 아직 ESG 경영에 필요한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지 않고 인력·설비 부족 등 ESG 경영 이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협력사들의 ESG 경쟁력 향상은 곧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직결된다”면서 “평가뿐만 아니라 중소 협력사에 대한 교육·컨설팅·시설·비용 등의 지원이 수반돼야만 대-중소기업이 함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이 ESG 대응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교육, 업종별 컨설팅, 가이드라인 지원을 확대하고 우수사례를 지속해서 발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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