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타임스) 이승규 기자] "게임사들이 급진적으로 형체가 없는 것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다보니 가상화폐의 가치가 휘청거렸다. P2E(Play to Earn)만 봤을 때 게임사들이 잘 할 수 있지만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은 게임사들이 한번도 해보지 않은 만큼 숨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진영 동양대학교 교수(게임학부)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게임사들이 지난해 블록체인 기술역량을 통해 P2E 산업 '광폭행보'를 보였지만 기술·경험 부족으로 휘청거리게 된 것에 대해 지적한 것이다. 

지난해 거래공시량을 구체적으로 공시하지 않았다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거래가 금지된 위믹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위믹스 사태 이후 P2E 산업은 지지부진하다 최근 스카이피플의 소송으로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13일 스카이피플은 게임물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했던 대체불가토큰(NFT)이 배출되는 게임 '파이브스타즈 for klaytn'에 대한 등급분류 거부처분 및 등급분류결정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1심은 국내 게임법에서는 P2E 게임이 불가능한 상황인데 스카이피플의 NFT 경품 시스템이 P2E 시스템과 다를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스카이피플은 다른 게임이 중계 사이트를 토대로 거래를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으며 가장 비싼 NFT가 40만원 밖에 안되는 등 사행성도 적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현행법상 경품 시스템이 P2E의 요소라며 게임위의 손을 들어줬다. 스카이피플이 항소할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스카이피플 관계자는 "변호사와 자세히 논의를 해보고 추후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카이피플의 항소를 통해 추후 판결이 뒤집히지 않는다면 게임법 개정 이전까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게임 내 재화를 현금으로 변환하는 게임은 국내에서 서비스되기 힘들다. 이번 소송에서 게임위를 대리한 이철우 변호사도 "앞으로 여타 P2E 게임에도 이같은 법이 적용될 수 있어 현행 게임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앞으로 국내시장에서 P2E 게임이 유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위믹스 사태 등으로 P2E에 대한 이용자들의 기대마저 식어버리자 P2E 산업 자체가 끝나버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실질적으로 P2E는 끝났다"며 "미국과 유럽에는 P2E 시장이 형성이 안됐고 동남아시아에서도 P2E 게임의 원조격인 '액시 인피니티'의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어 후발 주자들도 이목을 끌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가 P2E 산업에 대해 손을 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P2E에 관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문체부가 P2E에 대해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법안이 개정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게임위는 집행기관으로 정책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게임사들이 의지를 가지고 사업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정부에서 규제를 풀어주지 않으면 사업 진행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에서는 P2E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빨리 나와야한다는 입장이다.

이승훈 안양대학교 교수(게임학부)는 "이번 스카이피플 소송 사건은 P2E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빨리 제시되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P2E 산업이 성장 적기를 놓쳤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게임사들이 NFT·블록체인 등을 신규 사업 안건에 추가하며 P2E 게임을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했지만 정부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는 등 '안일한' 대책으로 P2E 산업이 진척되지 못했다. 루나·테라 사태, 위믹스 사태 등으로 가상화폐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이용자들의 반응이 식은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예컨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이용자들간의 자율경제 시스템으로 아이템 가격이 수년간 잘 유지됐지만 가상화폐를 통해 현금화가 필요한 P2E 게임은 외부적인 요인에 쉽게 휘둘려 재화의 가치가 하락했다.

블록체인 사업 자체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미래 산업인 메타버스·NFT 등과 연계된 만큼 역량을 잘 키운다면 추후에 게임산업과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다. 블록체인 생태계를 토대로 메타버스 내 경제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힘쓰는 컴투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게임사들은 자사에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해 놓은 데다 투자금이 큰 만큼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때문에 게임사들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검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공 교수는 "게임사들이 당장 P2E 시스템을 만들어 수익화를 하겠다는 것보다 안정성 보장과 미래 먹거리를 중심으로 장기적인 기술투자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사들은 긴 호흡을 가지고 P2E 게임에 접근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P2E 게임을 아무리 잘 만든다 하더라도 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가상화폐의 가격이 하락한다면 그 피해는 이용자들과 게임사에 고스란히 돌아간다. P2E 산업은 규제는 안 풀리는데 돈은 많이 들고 실속은 없는 '아픈 손가락'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블록체인 기술강화를 통해 신뢰와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 확실한 사업 방향성을 통해 메타버스·NFT 등 미래 산업에 대해 준비하는 지속가능경영에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P2E 산업은 게임과 마찬가지로 이용자들이 가장 중요한 만큼 게임사들이 관련된 불확실성을 차근차근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P2E 게임이 게임사들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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