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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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부동산 시장 정상화 방안’을 잇달아 내놨다. 지난 정부에선 집값이 급등해 이를 억누르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던 것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다. 다만 규제 해제 효과로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띄는 데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부터 기준금리가 치솟으며 대출 부담이 커지는 등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설 이후 부동산 시장 전망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최근 전국 부동산 시장은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거래마저 얼어붙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가장 큰 하락요인으로 꼽힌다. 금리가 높은 만큼 대출 부담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위축된 매수심리가 주택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모습이다.

이에 정부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시장 정상화 방안을 내놨다. 연초부터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의 규제지역과 분양가상한제(분상제)가 해제됐고 전매제한도 완화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완화에도 올해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가 기준금리인 만큼 상반기까지는 가격 하락과 거래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하반기부터 미국에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면서 한국은행이 기조를 바꿀 경우 예정된 공급 물량이 많지 않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 하락폭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전국 집값 2003년 이래 최대 하락

집값은 최대 낙폭을 경신하고 있다. 매매가, 매수심리, 거래량 등 대부분 부동산 시장 수치가 떨어지면서 대부분 지표가 시장 침체기를 나타낸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6일 발표한 2022년 12월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 월간 주택종합 매매가격 변동률은 -1.96%를 기록하며 전월(-1.34%) 보다 하락폭이 확대됐다. 역대 최대 하락폭이었던 2008년 12월 -1.39%를 넘어섰다.

지난달 서울 하락폭은 -1.34%로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다. 한 달 만에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넘어선 셈이다. 특히 이는 2003년 12월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 낙폭이다.

서울에서 가장 하락폭이 가장 큰 곳은 노원구(-4.28%)다. 노원구에서 급매물 하락거래가 진행되는 중계·상계·공릉동 구축 중소형 평형 위주로 큰 하락세를 보였다. 이어 도봉구(-2.98%), 성북구(-2.77%), 중구(-2.49%) 순으로 낙폭이 컸다.

강남권에서는 송파구(-2.17%)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영등포구(-2.05%)도 서울 평균을 넘어섰다. 

정부의 규제지역 해제와 대출 완화가 포함된 대책이 잇달아 나오면서 매수심리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폭 반등하는 모양이다. 1월 첫째·둘째주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각각 71.5, 72.1을 기록하며 0.6포인트 올랐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64.8로 전주(64.1) 보다 0.7포인트 올랐다. 1월 첫주에 8개월 만에 소폭 반등을 기록한 이후 2주 동안 상승을 기록한 것이다.

매매수급지수가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을 경우 시장에 집을 매수하려는 사람보다 매도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집을 팔려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다. 매수자 우위 시장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아파트값 하락세에 반등 영향을 주기엔 역부족이다.

거래도 줄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해 5월(3만7,124건) 이후 ▲6월 2만8,147건 ▲7월 2만1,836건 ▲8월 1만9,516건으로 꾸준히 줄었다. 직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전국 26만2,000건으로 역대 최저 거래량을 기록했다. 아직 반영되지 않은 11·12월 2개월치 거래량을 더해도 50만건 미만일 가능성이 크다. 또 지난해 아파트 매매거래 총액은 전국 70조8,000억원으로 전년도(198조3,000억원) 보다 100조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 정부, 연이은 부동산 규제 완화

정부는 이처럼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부동산 시장 규제 해제 카드를 꺼냈다. 지난해 규제지역을 세 차례 해제하고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성남·하남·광명 지역만을 규제지역으로 남겨뒀다. 이어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규제를 해제했다. 수도권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대출과 세제를 비롯해 청약, 거래 등 주택 거래 대부분 과정에서 제약이 줄었다. 해제 지역은 5∼10년의 전매제한과 2∼3년의 실거주 의무에서 풀려나게 된다.

무주택자에만 50%로 제한되던 주택담보대출비율(LTV)가 70%로 상향됐고 집을 살 때 자금 조달 계획을 의무적으로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양도세·취득세 같은 주택 세제 중과 규제도 완화하고. 2주택자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최장 10년이던 청약 재당첨 제한도 사라진다.

분상제 대상 지역도 대폭 축소했다. 분상제는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신규 아파트 단지가 주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것을 막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확대한 제도다. 

◆ 전문가들 “평년 거래량·가격 상승 기대 어려워”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부의 규제 해제에도 거래량 회복과 시장 활성화는 단기간 내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가격 하락폭이 천천히 둔화되느냐 더 큰 폭으로 하락하느냐로 의견이 나뉘었다. 가격 상승 기대는 어렵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규제가 완화된다 해도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거시경제 상황 등 시장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는 만큼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에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면서 한은이 기조를 바꾸더라도 경기침체 우려가 가시지 않는 이상 매수심리 회복과 시장 활성화는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책면에선 세제, 대출, 청약 등 문턱이 낮아진 게 사실이지만 경제 성장률이 지난 4분기 마이너스 성장, 올해는 1%대로 전망되는 등 경기를 고려하면 구매력이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기준금리 또한 기준금리 인상 종착점, 최종금리인 터미널 레이트를 3.5%, 3.75%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상승이 마무리 되는 단계더라도 고점에서 금리가 떨어지는 폭과 속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이른 하락을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낙폭이 좀 둔화될 것이냐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고 이 맥락에선 평년 수준의 거래량, 가격 상승을 기대하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함 랩장은 “세제 완화로 매도자는 늘 수 있지만 매수자가 적극으로 나서기는 어려운 시장”이라며 “정책 기대감으로 일시적인 가격 낙폭 축소 가능성이 있지만 이 또한 적어도 시장 성수기를 지켜봐야 알 수 있는 만큼 계절적 비수기를 지나 봄 시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설 이후에도 부동산 가격은 하락폭 축소의 가능성이 있고 하락세를 멈추긴 힘들다”며 “지난 13일 한은이 베이비스텝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는데 여기에 미국 금리가 상반기 동안 한두차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로 인한 하방압력을 계속해서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교수는 “가격 상승기에 0.01%, 0.02%씩 가격이 올랐다면 현 시점에선 1%씩 떨어지고 있다. 이는 당시 상승률보다 10배, 100배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규제 완화 효과도 금리가 하락으로 반전하는 시점에서 기대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양지영 R&C연구소장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금리 인상, 주택공급 등이 올해 부동산 시장 변수로 작용하는데 상반기엔 가격이 지속적인 하락할 것으로 보이고 하반기엔 그 폭이 좀 둔화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상·하반기에 가격 하락폭이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금리인상 기조 변화의 가능성을 염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양 소장은 “하반기엔 금리인상 기조와 공시가 변화, 세제 완화 등이 집값 하락폭 둔화나 반등의 시작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반기에 가격 하락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전반적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상반기 보다 오히려 하반기에 더 많이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장 본부장은 “규제가 완화된 이후 강남권에선 거래가 조금씩 이뤄지면서 상반기엔 전반적으로 큰 가격하락을 보이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하반기에 대출이자나 고금리 등 부담을 버티지 못한 급매물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전세가격 하락 지속…월세·반전세 수요 많아질 것"

전세시장도 신규 수요 발생이 제한적인데다 매물이 누적, 고금리로 월세 선호가 짙어진 만큼 올해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가격 하락을 보이는 것이다.

부동산R114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가격 변동률은 -2.79%를 기록해 4년 만에 하락을 기록했다. 전세 수요가 높은 서울의 경우도 2008년 이후 상승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도 14년만에 하락했다. 

함 랩장은 “고금리와 최근의 보증금 반환 리스크 등을 비롯해 임대차 시장에 유입될 수요가 지난 2~3년간 매매가 많았던 만큼 구매를 앞당겨 빠진 면도 있다”며 "다만 주거는 삶의 필수적인 요소인 만큼 임대차 거래는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양 소장도 “전세가격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금리문제도 있고 입주물량이 올해는 지난해 보다 늘어나기 때문에 전세로 수요 유입이 크게 기대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장 본부장 역시 “전세가격도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겠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까지는 전세가격이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수도권 외곽과 지방지역 전세가격이 매매가가 하락하면서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이고 전세계약 보다 월세, 반전세 수요가 늘어난 만큼 역으로 월세 매물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전문가들 “내집 마련은 청약 노려야”

집값이 연일 하락하면서 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 상승을 겪으면서 ‘지금 사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내집마련이 어려워진다’는 인식도 있지만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격차가 커지면서 전세에서 매매로 옮겨가는 장벽이 높아진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매매와 전세 가격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3.3㎡당 매매 및 전세 가격은 각각 4,235만원, 2,076만원으로 조사됐다. 매매가와 전세가 격차는 2,159만원으로 부동산R114 시세 조사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최대다.

전문가들은 대출 이자 부담이 적지 않은 시기고 시장 상황을 예단하기 어려운 시기인 만큼 구매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 가격 조정이 더 이뤄지거나 금리 기조 등 시장 상황을 살피며 의사결정을 하거나 금액을 나눠 지불할 수 있는 청약 등을 노려보는 것이 좋다고 입장이다.

함 랩장은 “매수자 우위 시장이고 가격조정은 조금 더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이니 급할 것은 없다”면서 “정부의 규제 완화가 올해 1분기나 상반기까진 민법을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고 시행령을 바꾸는 과정이 수반되는 만큼 충분한 제도 개선이 되고 금리도 어느정도 고점을 확인한 뒤 진입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DSR과 이자 부담 등 상황을 고려해 구매하고자 하는 집값의 60~70% 준비된 분들이 집 구매를 고려해보는 게 좋을 것”이라며 “굳이 연내 집 구매를 고민을 한다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진입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권 교수도 “분양시장을 노리는 게 좋다”며 “계약금을 납부하고 나면 2년이라는 기간 동안 중도금을 나눠 납부하게 되는데 일시불로 큰 돈이 들지 않기 때문에 주택의 입지장점이 있고 분양가가 낮을 경우 청약을 노리거나 급매물 위주의 저가·중저가 주택을 사는 게 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 소장은 “하반기에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지만 앞으로 2~3년 후에 청약 등 더 좋은 내집마련의 기회가 온다”며 “서울시와 정부가 공급량, 입주물량을 늘리고 있고 청약 물량이 입지 장점 등을 지닌 알짜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 본부장은 “대출규제가 있는 상황에서 자본력이 부족한 2030세대의 경우 내집 마련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비용을 나눠서 지불할 수 있는 주택이나 청년 주택 등 공공물량을 노려보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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