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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3분기 말, 저축성상품…보험금 지급률 114%

- 2021년 IFRS17 시행…저축성 상품 ‘축소’

- 손익구조 개선, 신담보 개발 등…자구책 마련 ‘분주’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판매한 저축성 상품에서 역마진 구조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지난 2018년 처음으로 저축성보험의 보험금 지급률은 101.1%를 나타낸 바 있다. 생보사가 벌어들인 보험료보다 내준 보험금 규모가 더 커진 것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의 시행이 다가오면서 생명보험업계의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저축성 상품이 생보사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중이다.

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국내 24개 생보사들이 저축성 상품에서 기록한 보험금 지급률은 114%로 전년 동기(101.1%) 대비 12.9%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금 지급률은 보험사가 벌어들인 수입보험료와 비교해 지급보험금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100%를 넘겼단 사실은 벌어들인 것보다 내준 돈이 더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2000년대 초·중반 9%대에 달하는 확정형 고금리 저축성 보험상품이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당시 지급률 자체는 그리 높진 않았다. 실제 2002년에서 2008년 까지는 90% 중·후반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돼왔다.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몰아닥치기 시작한 2007년과 2008년 각각 94.7%와 90.4% 등으로 잠시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역마진 상황을 우려한 생보사들이 판매를 줄여나가면서 지난 2017년 79.6%로 보험금 지급률이 대폭 낮아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난 2018년 9월 101.1%를 나타냈다.

주요 대형 생보사들의 저축성 상품의 보험금 지급률을 보면, 지난해 1~3분기 기준 미래에셋생명이 152%로 가장 높았다. 이들의 경우 1만 원의 보험금을 받으면서 가입자에게 1만5,200원을 지급한 셈이다.

이어 NH농협생명(142%)으로 유독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대형 3사의 경우에는 삼성생명(114%), 교보생명(112%), 한화생명(101%) 순으로 100%를 넘어섰다. 이밖에 오렌지라이프생명(118%)·신한생명(98%) 등으로 나타났다.

중·소형사의 경우에는 상황이 심각했다. DB생명이 202%에 육박하며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하나생명 197%, KB생명 187%, DGB생명 177%, 흥국생명 146% 등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는 중이다.

2021년 새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되면 보험금 부채 평가 기준은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뀐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생보사들에게 저축성 보험은 재무 위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판매 비중을 줄여나가는 추세이긴 하다. 실제로 지난해 1~3분기 생보사들의 저축성 상품 보험료수입은 총 24조3,200억 원으로 전년 동기(25조5,450억 원) 대비 4.8%(1조2,550억 원) 감소했다.

하지만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고금리 상품이 많은 탓에 지급보험금 규모가 쉽사리 줄어들긴 어려운 실정이다. 지급보험금은 같은 기간 25조8,275억 원에서 27조7366억 원으로 7.4%(1조9,091억 원) 증가했다.

생명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상품 포트폴리오가 저축성에서 보장성 형태로 바뀌고 있으며,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 등은 마련된 상황”이라며 “다만 포화된 시장 상황에 영업만으로 실적을 내긴 어렵기 때문에 자산운용에 있어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원가 혁신'과 같은 노력을 통한 손익구조 개선, 신담보 개발을 통한 신규수요 유인 등의 자구책을 마련했는데,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경우 제한하고 있는 총자산 대비 30% 제한 룰 등 금융당국의 보험산업 규제완화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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