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JTBC 뉴스화면 캡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JTBC 뉴스화면 캡처

- 3자 연합 추천 사내 이사 자진 사퇴

-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조 회장과 한진 유휴 부지 '딜' 시도

- 대한항공 노조 "3자 연합 '망동' 좌시하지 않을 것"

[SR(에스알)타임스 김경종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대립중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간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조 전 부사장에서 추천한 이사가 한진그룹 노조 반대를 의식해 자진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게다가 반도건설이 조 전 부사장과 협력하기 전, 조 회장과 부동산 개발 부지를 두고 협상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반도건설은 올 초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면서 이른바 '캐스팅보트'로 주목되던 건설사다. 조 전 부사장을 주축으로 한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이 삐걱대면서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강성부 펀드)·반도건설 등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하 3자 연합)이 내세운 사내이사 후보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가 전날 자진 사퇴했다.

김 전 상무는 한진칼 대표 앞으로 서신을 보내면서 "3자 연합이 추천하는 사내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내이사 자진 사퇴에 더해 조 회장 측을 지지하고 나섰다.

김 전 상무는 "3자 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본인의 순수한 의도와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칼맨(KALMAN)으로서 한진그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오히려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앞서 3자 연합은 김 전 상무를 포함,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 등 8명을 사내이사로 추천한 바 있다.

김 전 상무의 갑작스런 사퇴 배경에는 대한항공 노조를 비롯한 여론의 급격한 악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한진, 한국공항 등 한진그룹 3개 계열사 노조는 지난 17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최근 조원태 회장을 몰아내고 한진그룹을 차지하려는 조현아 전 왕산레저개발 대표와 반도건설, KCGI의 한진칼 장악 시도를 지켜보며 한진그룹 소속 노동조합은 깊은 우려를 밝힌다"고 말했다.

세 노조는 "소위 '조현아 3자 연합'이 가진자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벌이는 해괴한 망동이 한진노동자의 고혈을 빨고 고통을 쥐어 짜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사실상 조 회장 측의 손을 들어주는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기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개 계열사 노조는 전체 직원 2만4,000여 명 중 절반 가량인 1만2,000여 명이 가입해 있다. 

ⓒ반도건설
ⓒ반도건설

게다가 반도건설의 한진그룹 유휴부지 개발권 요구와 관련한 이슈가 터지면서 3자 연합은 더욱 힘을 잃는 모양새다.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 측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만나 그룹 소유의 부동산 개발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 측이 요구한 부동산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3만6,642㎡와 대한항공 자회사 왕산레저개발이 운영하는 인천 을왕리 '용유왕산마리나' 요트 계류장 인근 부지다. 

하지만 조 회장이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를 연내 매각하기로 결정해 협상은 무산됐다.

문제는 반도건설과 조 회장간 논의가 있었던 시점이 반도건설과 조 전 부사장이 동맹을 맺기 이전이라는 것이다. 권 회장 측이 한진가 남매간 경영분쟁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려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앞서 권 회장은 올해 초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식을 매입하면서 조양호 전 회장과 친분을 내세웠지만 이같은 명분마저 무색하게 됐다.

특히,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당초 투자목적은 ‘단순투자’라고 공시했지만 지난달 ‘경영참여’로 바꾼 것과 관련해 허위공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진 계열사 세 노조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반도건설에 대해서도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반도건설은 상도덕을 지키고 본업에 충실하길 바란다"며 "뒷골목 모리배들이나 할 만한 협잡으로 소탐대실의 길을 간다면 악덕 기업의 오명을 뒤집어 쓰고 한진그룹 전체의 저항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SR타임스는 반도건설의 입장을 듣기위해 관계자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3자 연합 측도 악화된 여론을 돌리기 위해 반격에 나섰다. KCGI는 오는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한진그룹의 위기 진단 ▲한진그룹의 미래 방향 제안 ▲한진그룹 전문경영인의 역할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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