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변동성 증가…환헤지 비용 상승
- 국내투자 여건 악화, ‘이중고’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자산운용수익률에 비상등이 켜졌다. 포화상태인 내수시장의 영업부진으로 해외장기채권 투자를 늘렸지만 코로나19(우한바이러스) 여파로 환율변동성이 커져 환헤지(foreign exchange hedge) 비용 증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애기 위해 현재 수준의 환율로 수출이나 수입, 투자에 따른 거래액을 고정시키는 것을 말한다.
생보사가 해외장기채권 투자를 늘린 것은 새 회계기준(IFRS17) 때문이다.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데 자산·부채 간 만기 불일치 기간이 커질수록 지급여력(RBC) 비율이 떨어진다. 현재 대형생보사 기준 부채 듀레이션(투자자금 평균회수기간)은 평균 15~18년인 반면 자산 듀레이션은 7~8년이다. 보험사들은 만기가 긴 장기채권을 사들여 7년 정도 모자른 자산 듀레이션을 메워야 하는데 국내 시장의 한계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24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생보사들의 해외채권 등 외화유가증권 투자금액은 110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47조8,598억 원에 그쳤지만 5년 새 13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외화채권을 2조원 이상 보유한 생보사는 11곳에 달한다. 생보사별로는 한화생명 28조1,000억 원, 교보생명 19조3,000억 원, 삼성생명 16조7,000억 원, NH농협생명 13조4,000억 원, 동양생명 6조5,000억 원 순이다.
현 시점의 생보사별 투자규모는 공시되기 전이다. 하지만 지난 23일 종가기준 원·달러 환율이 1266.50원까지 치솟았고, 변동성 확대로 환헤지 비용증가로 인한 수익률 감소가 불가피 하단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과 미국 모두 기준금리를 내린 상황에서 원·달러스와프 포인트(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수치)가 마이너스 구간에 머물면서 채권의 투자수익률보다 환헤지 비용만 늘어날 수 있단 것이다.
실적 감소가 불가피 하단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한화생명은 환헤지 부담에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이 572억 원의 전년보다 87.2% 급감했다. 해외수익증권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모두에서 손상차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생명도 지난 2018년 환헤지 비용 확대로 986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지난해 말 농협생명의 환헤지 비용은 1,700억 원에 달했다.
생명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환헤지 비용이 감소하려면 기준금리가 상승해야 하며, 기본적으로는 환율 변동성 완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수시장 포화로 성장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투자 한도 30% 룰 제한 같은 규제도 폐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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