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년 국내 건설사 현금성 자산 변화 추이 ⓒ전자공시시스템, 각 사 보고서
▲2018~2019년 국내 건설사 현금성 자산 변화 추이 ⓒ전자공시시스템, 각 사 보고서

- 지난해 건설사 현금성 자산 7.2% 상승

- 국내외 건설 경기 악화로 건설사 현금 보유 경향 세질 것

[SR(에스알)타임스 김경종 기자] 건설경기 침체에 따라 지난해 건설사들의 현금성 자산이 전년보다 9% 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현금성 자산은 큰 거래비용없이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으로 일시적 지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많이 보유할수록 불황기를 대비하는데 유리하다. 하지만 돈을 쌓아두기만 하고 투자에는 소극적이었다는 얘기도 된다. 특히 올초 코로나19(우한 바이러스)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현금 보유 경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호반건설을 제외한 시공능력평가 상위 11개 건설사의 2019년 현금성 자산은 총 15조2,99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14조2,660억 원보다 1조330억 원(7.2%)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건설사들이 영업이익은 총 6조2,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4.8% 감소해 실적은 악화됐다. 건설업계 부진에 따라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현금성 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현대엔지니어링으로 전년대비 6,650억 원(127.2%) 상승한 1조1,88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현대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은 4,500억 원에서 4,000억 원으로 500억 원(11.1%) 줄어들었다.

롯데건설도 현금성 자산이 크게 늘었다. 롯데건설의 지난해 현금성자산은 8,020억 원으로 전년보다 2,190억 원(37.6%) 올랐다. 이 기간 롯데건설의 영업이익은 5,100억 원에서 3,000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어 ▲한화건설 9,280억 원(23.6%) ▲대림산업 2조5,590억 원(19.9%) ▲현대건설 2조5,860억 원(15.4%) ▲GS건설 1조7,930억 원(12.6%)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지난해 현금성 자산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HDC현대산업개발로 전년대비 8,190억 원(60.6%) 줄어든 5,33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금, 자체 개발 사업 등에 대규모 자금이 쓰인 탓이다.

조사대상 건설사 중 현금성 자산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물산이다. 지난해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지만 2조7,000억 원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다만 건설 부문 외에 패션, 상사, 리조트 등 다른 부문을 포함한 금액이다.

삼성물산을 제외한 곳 중에서 현금 보유고가 가장 많은 건설사는 현대건설로 2조5,860억 원을 확보해두고 있다.

국내 주택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까지 터져 건설 경기 전망은 한층 어두워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조사한 지난 3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전월 대비 9.4p 하락한 59.5를 기록해 2013년 2월 이후 7년 1개월 만에 60선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달 해외 수주액도 전달 대비 반토막 난 18억3,000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외 건설 경기가 위축됨에 따라 따라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건설사들의 현금 보유 경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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