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ATM기기 ⓒ연합뉴스TV화면 캡쳐
▲시중은행 ATM기기 ⓒ연합뉴스TV화면 캡쳐

- 지난달, 정기적금잔액 38조369억 원…4개월 새 1조5,981억 원↓

- “불황속 금리노마드(nomad)족 증가는 단편적 현상”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시중 5대 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이 지난달까지 1조6,000억 원 가량 줄었다. 저금리 장기화로 시중은행의 수신금리가 하락해 이른바 ‘금리매력도’가 떨어졌고, 코로나19(우한폐렴) 여파로 여유자금이 줄어 중도해지가 늘어난 탓이다. 정기예금과 요구불성예금 잔액이 각각 3조5,000억 원 이상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상반된 흐름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시중 5대 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총 38조36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39조6350억원)보다 4.0%(1조5981억원) 감소한 액수다. 같은 기간 해당은행의 정기·요구불성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보다 각각 0.5%(3조5388억원), 0.8%(3조5,156억 원) 소폭 늘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조사대상 은행의 정기적금 잔액 감소세는 두드러졌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13조6,043억 원에서 지난달 말 12조5,746억 원으로 7.6%(1조297억원)나 줄었다.

농협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8조153억 원에서 7조6,569억 원으로 4.5%(3,584억 원) 줄었고, 우리은행은 4조7,976억 원에서 4조4,144억 원으로 8.0%(3,832억 원) 감소했다. 신한은행도 6조1,960억 원에서 6조1,949억 원으로 정기적금 잔액이 0.02%(11억 원) 소폭 줄었다. 하나은행의 정기적금 잔액만 지난해 말 7조218억 원에서 지난 4월 7조1,961억 원으로 2.5%(1,743억 원) 늘었다.

이러한 현상은 기준금리 인하가 영향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부양책으로 기준금리인하 카드를 꺼내 들면서 지난 3월 기준금리는 0.75%까지 내려갔다. 시중은행 역시 예대마진을 방어하기 위해 주요 수신 상품 금리를 곧바로 내렸다.

실제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조사대상 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적금 기본금리(단리 기준)는 최대 2.0%(우리은행, WON적금)으로 나타났다. 가장 낮은 금리를 제공했던 상품은 신한은행 ‘신한S드림(DREAM)적금’으로 적용이율은 0.80%였다. 나머지 상품들은 1% 초중반에 그쳤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악재로 중도해지가 늘고 있단 분석도 나온다. 조사대상 은행의 지난 4월 정기 예·적금 중도해지 금액은 7조7,389억 원으로 조사됐다. 해지규모만 보면 전월보다 41.4%(2조2,642억 원) 급증한 액수다.

금융권에선 저금리와 코로나19가 맞물리면서 정기적금으로 들어가는 자금은 당분간 계속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심리지수가 살아나지 않고 기업경기실사지수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요구불성예금과 같은 대기성 상품으로 유휴자금이 쏠릴 것이란 진단이다.

실제 생활형편과 향후경기전망 등을 종합한 소비심리지수(CCSI)는 지난 4월 전월대비 7.6포인트 떨어진 70.8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던 2008년 12월(67.7) 이후 11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03~2019년 장기 평균을 100으로 두고, 이보다 높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인 것으로 해석한다.

또 지난 4월 자금사정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6으로 전월(68) 대비 2포인트 하락해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치던 2008년 12월(6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준치인 100보다 낮을수록 비관적으로 여기고 있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여유자금 부족이 중도해지를 이끌어 냈고, 금리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높은 투자처를 물색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수익성이 좋은 상품을 찾는 금리노마드(nomad)족이 증가하고 있는 단편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과 가계 모두 향후 경기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 당분간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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