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ATM기기 ⓒ연합뉴스TV화면 캡쳐
▲시중은행 ATM기기 ⓒ연합뉴스TV화면 캡쳐

- 요구불예금 회전율…지난 4월 ‘17.2회’

- 통화유통속도, 올 1분기 ‘0.64’…2001년 이후 최저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시중 4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이 지난 5월 말까지 한 달 새 12조원 넘게 증가했다. 가계나 기업이 은행에 돈을 예치만 하고 쓰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단 분석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중의 통화 유통속도까지 저조해 비관적 실물경기 회복세를 전망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5월 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432조7,30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419조8,771억 원)보다 12조8,536억 원이나 늘어난 액수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을 말한다. 현금과 유사한 유동성을 지녀 통화성예금이라고도 부른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같은 기간 131조7,213억 원에서 133조8,347억 원으로 2조1,134억 원 늘었다. 신한은행도 94조173억 원에서 95조6,491억 원으로 1조4759억 원 증가했다. 우리은행 역시 105조3,883억 원에서 110조2,044억 원으로, 하나은행은 88조5,943억 원에서 93조425억 원으로 각각 4조8,161억 원, 4조4,482억 원 확대됐다.

문제는 예금회전율이다. 예금회전율은 일정 기간 기업과 가계가 은행 예금 계좌에서 돈을 인출한 정도를 나타낸다. 인출금액의 합계를 계좌의 평균 잔액으로 나눠 구한다. 시중에서 돈이 얼마나 원활히 순환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이 회전율이 낮아졌다는 건 그만큼 기업과 가계가 은행 예금을 꺼내 사용하는 빈도가 급감했단 뜻이다.

실제 요구불예금 회전율을 보면 지난 4월 말 17.2회로 1년 전(20.2회)보다 감소했다. 전월(19.5회)과 비교해도 소폭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분기 통화유통속도는 0.64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왔다. 이는 한은이 통화량 집계를 시작한 2001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0.78~0.85 수준을 유지한 바 있다.

통화유통속도는 일정 기간 동안 단위 통화가 거래에 사용된 횟수를 나타내주는데, 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환산해 시중 통화량인 광의통화(M2)로 나눠 계산한다. 이 속도가 감소한다는 것은 시중의 적재적소에 돈이 잘 흘러가지 않아 경제의 심박수가 점차 떨어지고 있단 뜻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제로금리 상황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묶여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면서 “요구불예금은 예금주의 의사에 따라 필요시 찾은 수 있는 예금으로 지난해 터진 DLF·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으로 안전한 자산을 찾고 있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시중의 통화 흐름 속도가 더딘 것은 우려스러운데, 한은의 유동성 공급에도 시중에선 돈이 묶여 있다 보니 물가 상승도 더디고 실물경기 회복에 필요한 우호적 요인을 찾기 어려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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