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두산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두산

- 두산그룹, 가스터빈 및 신재생 에너지 사업으로 재편

- 3조 원대 자구안 이행…두산인프라 매물로 내놔

-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기업으로 다시 친환경 기업으로 변신 모색

[SR(에스알)타임스 김경종 기자] 두산그룹이 친환경 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 원을 지원받은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발전사업과 신재생 에너지를 주요 사업으로 전개할 계획하며, 이와 관계없는 계열사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다.

매각에는 두산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인프라코어도 포함돼 있다. 계열사 정리가 완료되면 두산은 지주회사 두산에서 두산중공업-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게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친환경 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전환을 위해 사업 구조 재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4월 유동성 위기를 맞은 두산중공업에 1조8,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수출입은행도 약 6,000억 원에 해당하는 외화사채를 대출로 전환하면서 만기를 연장해줬다.

지난 1일에는 두산그룹이 내놓은 재무구조 개선안을 검토한 산업은행이 1조2,000억 원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했다.

두산중공업이 양대 국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은 3조6,000억 원에 달한다. 일단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를 넘긴 두산그룹은 3조 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이행 중이다. 

이에 따라 두산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해 두산솔루스, 모트롤BG, 두산메카텍, 두산타워, 클럽모우 골프장, 두산건설 등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두산그룹에서는 연료전지 사업을 하는 듀산퓨얼셀이나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정도가 매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계열사인 오리콤과 두산베어스도 매각 명단에는 오르지 않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뒤 투자회사를 두산중공업과 합치고 사업회사는 매각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미 외국계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둔 상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시가총액이 1조4,000억 원을 넘는 것을 고려한다면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지분 36.27%의 매각 가격은 7,000~8,000억 원 선으로 예측된다.

두산인프라코어 분할 매각안이 순항한다면 두산중공업은 그룹의 또다른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두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 두번째 사업 체질 개선…그룹 명운 건 시험대

두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된 기업이다. 1896년 고(故) 박승직 창업주가 서울 종로에서 시작한 '박승직 상점'이 그룹의 모태다. 

주로 소비재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던 두산그룹은 1991년 경북 구미공업단지 내 두산전자에서 페놀이 낙동강으로 유출되면서 그룹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불매운동이 일어나면서 두산 3세중 장남이었던 고 박용곤 당시 회장이 물러나고 그룹의 사업 방향을 두고 다섯 형제간 다툼이 벌어졌다.

결국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의 컨설팅을 받아 OB맥주와 버거킹, KFC, 종가집 김치 등 소비재 사업을 매각하게 된다. 

이후 2000년대 초반부터 두산그룹은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인수하면서 중공업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2006년에는 영국 미쓰이밥콕(현 두산밥콕), 2007년 미국 잉거솔랜드의 3개 사업부문(현 두산밥캣)을 잇달아 인수하기도 했다.

중공업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한 두산은 화력과 원자력 발전 분야에 주력하며 기업을 성장시켜왔다.

하지만 세계적인 탈원전 정책과 두산건설에 무리한 지원 등으로 두산중공업은 경영 위기를 맞았고 그룹 전체 리스크로의 확대를 걱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다.

정부의 지원을 받은 두산그룹은 이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두번째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아직 매물로 나온 계열사 매각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두산그룹을 이끌고 있는 4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으로서는 그룹의 명운을 건 시험대에 올라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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