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경 ⓒPIXABAY
▲서울 전경 ⓒPIXABAY

[SR(에스알)타임스 김경종 기자] "서울이 곧 한국이다"

1950년대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했던 외교관 그레고리 핸더슨(Gregory Henderson)이 한 말이다. 그는 1968년 '소용돌이의 한국 정치'라는 저서를 통해 우리 사회를 날카롭게 분석했다.

핸더슨은 한국 사회를 모든 자원이 소용돌이처럼 중심 권력을 향해 끌려들어가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서울이 한국'이라는 말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이 수도인 서울에 집중돼 있다는 인식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의 진단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핸더슨이 책을 저술했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이지만 서울·지방 간 격차는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대한민국에서 지방은 여전히 식민지"라고 지적했듯이, 서울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인력, 자본, 지식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고, 지방은 '영양 결핍'인 상태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면적은 전 국토의 약 11%이지만 이곳에는 전 국민의 절반이 살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수도권 인구는 약 2,600만 명에 달해 이미 비수도권 인구 수를 넘어섰다.

경제 규모에서도 차이는 확연하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8년 지역소득'에 따르면 수도권의 지역총생산 비중은 51.8%에 달했다. 지역총생산의 성장률도 전국 평균인 3.2%를 훌쩍 넘는 4.3%를 기록했다.

또한 기업의 건설·설비투자 등을 나타나는 총고정자본형성 계정은 수도권이 전체(290조 원) 중 48.8%(142조 원)에 달했으며, 기업이 낸 법인세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수도권이 무려 77%에 이른다.

반면 지방에는 인구가 줄고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다른 세계'를 연출하고 있다. 전체 228개 시·군·구 중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지자체는 2013년 75곳에서 2019년 97곳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누구나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경제적 부, 문화 인프라 등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다 보니 주거 문제는 항상 뒤따르게 마련이다. 정부가 온갖 규제를 내놓아도 집값이 잡히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원내대표가 주창한 지방 균형 발전론은 주목할 만하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원내교섭단체 연설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은 일자리와 주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지방 소멸은 대한민국 전체의 성장과 발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며 청와대, 정부 부처, 국회의 행정수도 이전안을 역설했다.

원래 행정수도 안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관습 헌법'을 들어 행정수도 안이 위헌이라고 결정내리면서 반쪽짜리 정책으로 전락했다. 현재 일부 정부 부처만 내려가 있는 '행정도시'의 공무원들은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느라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수도 이전 문제는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행정수도로서 진용이 갖춰지기까지 몇 십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또한, 당장 수도를 이전한다고 해서 일시에 수도권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행정수도 안이 부동산 국면 전환용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중·단기적인 부동산 안정 대책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야당인 미래통합당도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매몰되지 말고 나라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협치의 도(道)를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줬으면 한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