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ATM기기 ⓒ연합뉴스TV화면 캡쳐
▲시중은행 ATM기기 ⓒ연합뉴스TV화면 캡쳐

- 4대 은행, 2분기 일제히 LCR 100% ↓

- 양도성 예금증서, 은행채 발행 급증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시중 4대 은행의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이하 LCR: Liquidity Coverage Ratio)이 일제히 100% 아래로 떨어졌다. 이 비율은 금융사가 대규모 자금인출(뱅크런) 등 유동성 악화에 30일간 버틸 수 있는지를 수치화한 규제다. 4대 은행 모두 100% 미만으로 하락한 것은 제도가 도입된 2015년 이후 처음 벌어진 현상이다.

은행권 안팎에선 코로나19 사태로 은행 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하반기 들어서 은행채와 CD(양도성 예금증서) 발행량이 대폭 늘어난 것은 이를 뒷받침 하는 행보란 분석을 내놨다. 인출요구 등에 대응하기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이란 것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들은 지난 7월부터 은행채를 총 4조6,976억 원 발행했다. 월별로 보면 지난 1~6월까지 발행한 은행채 총 11조294억 원의 43%에 달하는 액수다. 조사대상 은행 중 하나은행이 올해 발행한 은행채 총 3조6,700억 원 중 71%(2조6,000억 원)가 7월에 몰렸다.

이 기간 4대 은행의 CD발행량은 지난 7월 이후 총 1조6,7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상반기에 발행된 총 5조2,400억 원 가량 물량의 32%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러한 움직임은 10월이 되기 전 LCR을 100% 이상으로 높여야 해서다. 코로나19 관련 대출과 요구불 예금이탈이 급증하면서 현금이 빠져나갔기에 정부는 LCR 최저비율을 100%에서 85%로 9월까지 한시적으로 낮춰줬다.

LCR은 30일 내 빠져나갈 것으로 보이는 순현금 유출액을 은행이 들고 있는 현금이나 국공채 같은 고유동성 자산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100%를 기준으로 비율이 감소했다면 위기 대응에 취약하단 뜻이다.

은행들은 이미 대출 엄격한 심사를 통해 규모를 줄여나가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대출 동향과 전망을 가늠하는 대출태도지수는 2분기에 ▲대기업 -10 ▲중소기업 7 ▲가계주택 -7에서 3분기에 ▲대기업 -13 ▲중소기업 -10 ▲주택담보 -17로 떨어졌다. 은행입장에선 실적하락 우려에 대출규모를 마냥 줄일 수 없기에 CD를 유치하거나 은행채를 발행해 고유동성 자산을 늘리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일부 축소하는 방식을 이미 취하고 있으며, CD나 은행채를 발행하는 식으로 대처할 것”이라면서 “CD나 은행채를 발행해 팔면 곧장 현금이 들어오는데, CD가 은행채보다 3bp(1bp=0.01%포인트)정도 금리가 낮은데 이자를 만기 때 주는 거라 바로 나가는 현금이 없고 만기가 도래하면 다른 CD를 찍어 차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지원대출은 늘고 금리는 점점 낮아지다보니 LCR이 100% 밑으로 떨어진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원리금 상환유예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겠다면, 은행의 LCR규제 역시 85% 완화한 수준에서 유예조치를 더 늘려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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