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시 삼성생명 소유 삼성전자 주식 매각 불가피

- 주식 가격 20조 원 이상…시장 내 매각 쉽지 않아

- 더 큰 문제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약화

-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 매입 등 다양한 방안 나와

[SR(에스알)타임스 김경종 기자] 최근 국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안 논의가 불붙으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회사가 보유한 다른 회사 주식 가치가 시장가격으로 평가돼, 삼성생명 및 삼성화재가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율이 약 10%로 크게 오른다.

현행 보험업법은 금융회사가 가진 주식을 3%로 제한하고 있어 초과한 비율만큼 삼성전자 주식 처분이 불가피하다.

이는 시가 20조 원이 넘는 막대한 규모로, 삼성으로서는 주식 모두를 시장에 내놓기 부담이 될 뿐더러, 삼성전자 지분이 외부로 넘어간다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 체계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삼성에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이 어떤 식으로든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및 같은 당 이용우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에 있다.

이들이 발의한 개정안은 세부내용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주요 골자는 보험사가 소유한 다른 회사의 채권이나 주식의 소유금액을 취득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취득가격 기준으로 각각 5,690억 원, 810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시가(전일 종가 기준)로 따진 삼성전자 주식가치는 ▲삼성생명 28조6,000억 원 ▲삼성화재 5조 원으로 크게 증가한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 소유의 자회사 채권 및 주식 합계가 총자산의 3%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데, 시가로 주식 가치를 매기면 총자산 대비 비율이 삼성생명 9.8%, 삼성화재 5.8%로 상한선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이에 따라 이들 회사가 처분해야 하는 삼성전자 주식은 22조 원이 넘는다.

삼성전자 지분을 내놓는다고 해도 시장에 이만한 물량을 받을 기관도 없거니와 무엇보다 삼성으로서는 그룹 지배력 약화가 더 문제다.

삼성은 과거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삼성전자 아래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S·삼성전기 등 산업 부문 계열사를, 삼성생명 아래 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 등 금융 부문 계열사를 두는 방식으로 그룹을 재편해왔다. 

큰 틀에서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5.0%를 가지고 있으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한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을 19.3%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17.4%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를 포함한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사실상 삼성물산이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해결하는 것이다.

보험업법 개정안으로 삼성생명·화재가 보유하던 삼성전자 지분이 낮아지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삼성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업계에서는 몇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주식 매입…지주회사 전환은 부담

먼저 삼성물산이 22조 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사들여 오너가→삼성물산→삼성전자의 수직적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는 방안이다. 

가장 명료한 방법이지만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물산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조6,600억 원에 불과해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기는 힘들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전자가 사들이고, 반대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사는 방법이 거론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 총액은 53조7,000억 여원에 달하는데 삼성물산은 삼바 지분 43.4%를 보유한 만큼 자금 조달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경우 주식을 팔고 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인세 규모가 수 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추가적인 재무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인다고 해도 지주회사 전환 이슈가 남는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면, 삼성물산 자산 35조 원 중 약 22조 원이 보유 주식으로 잡힌다.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가 회사 자산총액의 50% 이상이 되면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한다.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자회사 지분을 20%(비상장사의 경우 30%)이상 소유해야 하는데, 삼성생명·화재가 내놓은 삼성전자 주식을 삼성물산이 모두 사들인다고 해도 삼성전자 지분은 약 10%에 머물러 추가로 10%를 매수해야 한다. 이 경우 막대한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게 된다.

더욱이 지난 25일 신생 지주회사의 자회사 보유 지분 요건을 30%(비상장사의 경우 40%)로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달 국회 처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지주회사 요건에 맞추기 위해 최소 10% 많게는 20%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추가로 확보해야한다.

◆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사 방안…국회 문턱 넘기 힘들어

삼성물산 대신 그룹의 다른 축인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사로 재편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삼성생명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해 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 등 금융 계열사를 지주회사에 두고, 나머지는 사업회사로 몰아주는 방식이다. 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회사 지분을 소유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자회사인 신설삼성생명사업회사는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비금융회사의 최대 주주가 되선 안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를 2대 주주인 삼성물산이 가진 비율(5.0%) 밑으로만 떨어뜨리면 된다. 처분해야할 지분이 3%가 채 되지 않아 부담이 적다.

중간금융지주 제도는 김상조 정책실장이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에 제안하기도 한 방식이다. 삼성도 과거 이 같은 방안을 염두에 두고 금융위원회에 사전검토를 요청했지만 삼성 특혜 시비 끝에 승인이 힘들다는 결론을 얻은 바 있다.

또한 중간금융지주 제도가 도입되려면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야 하는데 이전 국회에서도 특혜 논란으로 몇 차례 통과가 무산된 바 있어 중간금융지주사를 통한 지배구조 재편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 쉽지 않은 지배구조 재편 문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하면서 지주회사 전환 요건에서 벗어나기 위해 합병 등을 통한 자산 규모를 늘리거나,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자산의 절반 이하로 조절하면서 현재처럼 지배를 이어 나갈 수도 있다. 이 경우 남은 삼성전자 지분은 그룹 내에서 소화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분할·합병 방안도 거론된다.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후 투자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식이다. 하지만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처럼 합병 비율이 상당히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합병 추진 과정에서 다수의 일반 주주들을 설득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어떤 방식이든 쉽진 않지만 현재 삼성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지주회사 설립 유인책으로 제시됐던 현물출자, 주식교환 또는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이연 제도가 내년을 끝으로 종료되기 떄문이다. 이후부터는 4년 거치·분할 납부 방식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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