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ATM기기. ⓒ연합뉴스TV화면 캡쳐
▲시중은행 ATM기기. ⓒ연합뉴스TV화면 캡쳐

- 하반기 실적 악영향…“충당금 1조 이상 추가적립 필요”

- 주요 은행, 올 2분기만 요주의여신 ‘9조원’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코로나19의 확산세로 은행권의 잠재부실 여신이 늘면서 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오는 9월까지 한시조치였던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이자상환이 내년 3월로 6개월 추가 연장되면서, 코로나 대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1조2,000억 원에 달할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올해 하반기 역시 건전성을 위해선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하단 분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하나·우리·기업은행의 올해 2분기 요주의 여신 잔액은 총 9조1,38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직전분기(8조9,980억 원)에 비해 1.6%(1,400억 원) 증가한 액수다.

‘요주의’ 여신은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상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인 요인이 존재하는 부실자산을 말한다. 연체기간으로는 1개월 이상 3개월 가량 연체한 부실채권을 말한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올해 2분기 요주의 여신은 1조8,560억 원으로 직전분기 대비 8.7%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3.4%나 늘었다. 이 기간 총여신과 정상 여신은 254조8,590억 원과 252조281억 원으로 각각 2.0%씩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신한은행의 요주의 여신은 2분기 9,660억 원으로 직전분기(9,150억 원) 보다 5.6%나 늘었다. 이들의 총여신과 정상여신이 같은 기간 각각 268조2,313억 원과 266조989억 원으로 직전분기보다 2.2%씩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요주의 여신 규모가 시중은행의 3배 이상인 기업은행의 요주의 여신은 3조7,287억 원으로 직전분기 대비 2.2% 늘었다. 반면 하나은행의 요주의 여신은 1조5,280억 원으로 직전분기 대비 0.2% 줄었고, 국민은행의 요주의 여신은 1조590억 원으로 11.4%(1,360억 원)나 감소했다.

은행권에선 고정이하로 분류되는 채권 일부를 요주의 여신으로 재분류하면서 소폭 늘어난 ‘착시효과’란 이유를 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부실화의 영향은 없단 단서도 달았다.

하지만 대출만기연장과 이자납부 유예에 따른 손실가능성이 커진 상태란 업계 전반의 경고는 끊이질 않는다. 코로나19로 각종 금융지원책이 쏟아지면서 2분기 들어 대출문턱을 넘는 중소기업·차주들이 대폭 증가했는데, 차주들이 상환 여력이 있는지를 알 수 없는 ‘깜깜이 여신’들이 복병으로 숨어있단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 6월말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928조8,6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4~6월 석 달 간 가계대출 잔액은 18조원 가량이나 폭증했다. 6월 한 달만 보더라도 8조1,000억 원 규모의 신규 가계대출이 이뤄졌다. 월별 기준으로는 통계가 집계된 후 최대 증가폭이다. 기업대출 잔액도 지난 4~6월간 45조4,000억 원 늘며 6월 말 기준 946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내년 3월까지 대출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조치를 6개월 연장하기로 하면서 시중은행·정책금융기관의 대출만기연장 액수는 약75조원에 육박하고 이자상환 유예금액은 800억 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 4대 은행만 놓고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위험노출액은 1조2,000억 원에 달한다는 추정치도 나오고 있다”면서 “일부 기업 등이 분할해 납부하던 대출원금 4조원 가량이 유예된 것 등을 감안하면, 요주의여신액의 규모 자체는 가늠키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재무구조가 부실해 어려움을 겪는 한계기업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대외적 상황을 감안하면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은행권이 상반기 대손충당금을 포함한 신용손실충당금 적립액을 지난해 같은 기간(3,426억 원)보다 대폭 늘린 1조2,012억 원으로 증액시킨 데는 이러한 이유가 작용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만기연장·납부유예도 중요하겠지만 차주들의 부실화 가능성을 가늠키 어려운 상황이 은행들 입장에선 더 큰 부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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