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서 한 직원이 가족 명의로 약 76억 원에 달하는 담보대출을 일으키고 부동산 투기를 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사실상 ‘셀프대출’을 한 셈인데 이 직원은 가족과 친인척 명의로 대출을 실행하면서 서류를 대필하거나 대출 가능 금액을 최대치로 산정해주는 등 내부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 형태로 보면 2016년 3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자신의 아내와 모친 등이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 5곳에 73억3,000만 원, 개인사업자 대출로 2억4,000만 원이 실행됐다.

심각한 것은 관리자급 직원이 이러한 행위에 동조했을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횟수로 5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70억 원이 넘는 금액이 특정 법인과 개인사업자에게 대출이 됐는데,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은행의 경우 중소기업 특화기관이라 지점장이나 부지점장의 권한이 일반 시중은행보다 센 편이란 점에서 공모 가능성도 충분하단 평가다.

사건 직후 셀프대출 건은 대부분 법인이나 사업자 대출이어서 가족·친인척 대출이었는지 확인키 어려웠다고 기업은행 측은 설명했다. 단순 개인 일탈로 치부해 버린 것이다.

비판이 거세지자 뒤늦게 “물의를 일으킨 직원을 형사고발 조치하고 대출금을 전액 회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고 재발 방지를 거듭 약속했다.

“기업은행에 다녀왔단 말이 해결책을 찾았단 뜻이 돼야.” 이 문구는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중소기업·자영업자들에게 기업은행이 자신들의 역할을 강조하며 자랑스레 공개한 광고카피(copy)다. 아마도 믿고 맡겨준다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최선이 되도록 돕겠단 취지일 것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죽은 뒤에 약을 처방한다’는 뜻으로, 때가 지난 뒤에 애를 쓰는 어리석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단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것이 아니다. 이 지경에 기업은행이라면, 규정도 없고 손쉽게 수십억원의 대출을 실행하는 조직을 신뢰하고 해결책을 찾았단 생각이 들까. 반드시 되돌아 봐야 한다. 너무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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